<오징어 게임>, 행복은 돈보다 관계의 질

심리학적 연구결과로 본 행복의 조건

by KEIDY

(※주의! 이 리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는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정주행했습니다. 한국적인 전통놀이 소재에 대해 세계인들이 열광하는 것이 놀라웠고, 잘 만들어진 콘텐츠는 역시 어디서든 알아보는구나 라는 생각 또한 들었죠. 그리고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드라마 속 반전과 숨은 의미를 분석하는 리뷰들도 많이 쓰였습니다.


잔인한 내용과 대비하여 알록달록한 세트장이 자아내는 기묘한 분위기, 그리고 신선한 배우들의 대활약, 데스 게임 소재 등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진 듯합니다. 그렇기에 조금 다른 측면, "행복"이라는 주제를 바탕으로 심리학적으로 이 콘텐츠를 분석해보고자 합니다.


첫 번째, 돈과 행복은 비례하는가?

드라마 마지막 부분에서, 오일남 할아버지는 정말 부자들과 정말 가난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삶에 재미를 못 느끼는 것이라고 하죠. 그렇기에 돈이 많은 사람들이 돈으로 이것저것 다 경험해 보다가, 가난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엄청난 돈과 목숨을 거는 게임을 기획했다고 답합니다. 심리학에서 유사한 연구 결과가 있는데, 물질적인 풍요 = 돈이 어느 정도까지는 행복감을 상승 시키는 데에 기여하지만 일정 한계점을 넘어가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합니다.


즉, 너무 가난한 사람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돈이 어느 정도 필요하지만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이상으로 여유가 보장되면 그 사람에게는 더 이상 돈의 절대량이 행복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엄청난 돈을 가진 재벌들이 항상 행복하고 즐거운 삶을 사는 것은 아니며, 물질적인 풍요를 넘어서는 다른 무언가가 필요한 것이죠.


두 번째, 많은 돈 vs 좋은 인간관계?

앞서 얘기한 것처럼 돈의 절대량이 많아진다고 해서 그만큼 더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인간에게 행복을 느끼게 해 주는 중요한 요소는 무엇이 있을까요? 심리학에서 연구한 결과, 좋은 인간관계를 가진 사람이 더 행복한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돈은 어떤 사람의 행복을 완전히 보장해 주진 못 하지만 좋은 인간관계는 그 사람의 행복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 수 있습니다. 오징어 게임에서 최종 우승하여 456억이라는 엄청난 상금을 받은 성기훈은 행복해진 것일까요? 살벌한 게임에서 겨우 살아남아, 집에 도착하니 지금껏 고생만 하던 엄마는 죽었고 어린 시절을 함께 한 상우는 최종 게임에서 죽었으며 사랑하는 딸은 이미 새로운 가족과 이민을 떠났습니다. 평생 쓰고도 남을 돈을 벌었지만, 소중한 인간관계가 모두 파탄난 성기훈은 무기력한 상태에서 1년여간을 방황하게 됩니다.


세 번째, 행복은 강도보다 빈도

성기훈은 오징어 게임에서 최종 우승을 해서, 한 번에 456억이라는 엄청난 돈을 거머쥐었습니다. 거의 로또 당첨 수준이죠. 심리학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엄청난 행운을 경험한 사람(복권 당첨 등)이 평생 그 행복한 기분을 유지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행복의 수준은 일시적으로 높이 치솟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평균 상태로 돌아오게 되고, 오히려 복권 당첨자들은 엄청난 행운을 겪은 이후로 불행하게 살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극단적 행복 경험이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모두 평범한 수준으로 느끼게 해 버리기 때문에 웬만한 수준의 행복으로는 만족할 수 없게 되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렇기에 행복은 강도보다 빈도입니다. 한 방에 456억을 버는 엄청난 행복, 기쁨보다는(그리고 그 사건은 결과적으로 좋은 인간관계와 맞바꾼 셈이 되었기 때문에 마냥 기쁜 것만도 아니죠.) 사랑하는 사람과 맛있는 식사를 하거나, 친한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거나 하는 소소한 기쁨들을 경험하는 것이 정서적으로 더 안정된 행복감을 자주 느끼게 해 줍니다.


네 번째, 행복은 남을 도울 때 커진다

성기훈은 우승 이후로 1년간 방황합니다. 그리고 일남을 만나 다시 내기를 하고, 이기는 과정에서 사람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새로운 깨달음을 얻습니다. 그리고 보육원으로 찾아가 새벽이의 동생을 데려오고, 상우의 엄마에게 맡기면서 엄청난 돈을 두고 떠납니다. 기훈은 소중한 인간관계를 잃었지만, 새로운 관계를 만들고(새벽이의 동생) 소원해진 관계를 회복(친딸)하려 떠날 결심을 하죠.


심리학의 연구결과 중, 사람은 남을 위해서 행동하거나 남을 위해서 돈을 쓸 때 더욱 행복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기훈도 돈을 자신을 위해 쓰기보다는 새벽이의 동생과 상우 엄마를 위해 사용했고, 이는 기훈이 다시 삶의 의지를 회복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을 것입니다.


다섯 번째, 결국, 돌고 돌아 관계가 중요하다.

드라마의 핵심 인물인 오일남이 왜 이러한 게임을 구상했을지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있습니다. 어떤 글에서는 어렸을 때 제대로 못 놀아봤기 때문에 보상심리로 어린 시절 아이들이 자주 놀았던 게임으로 설계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있었습다. 그러나 저는 이를 조금 다르게 생각해 봤는데, 오일남에게 있어 그에게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재밌었던 순간이 어렸을 때 친구들이랑 놀던 때가 아니었을까,라고 추측했습니다.


그는 너무 많은 돈을 벌었고 무슨 일을 해도 재미가 없었기에 가장 재미있었던 그 시절을 다시 한번 느껴보기 위해 게임을 구상한 것 아닐까요. 그리고 성기훈을 살려준 것은, 4번째 게임인 구슬치기에서 깍두기가 되지 않게 도와줬을 때 가장 큰 고마움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기훈이 그동안 다른 소소한 도움들을 몇 번 주긴 했지만 가장 결정적인 것은 4번째 게임에서 자신이 어린 시절 살았던 동네를 유사하게 구현했기 때문에 이 게임을 못 한다면 굉장히 아쉬움을 느꼈을 것이기에 본인의 탈락을 감수하면서까지 그에게 구슬을 준 것입니다.


그리고 오일남은 프론트맨에게 게임을 구경하는 것은 실제 참여하는 재미를 이기지 못한다며, 본인의 게임 참가 의사를 밝히는데 단순 구경꾼에서 같이 어울려 노는 것, 즉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더 재미있고 행복한 기억을 갖게 해 준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입니. 결국 오일남은 기훈이 게임에 끼워 줬던 그때의 행복한 기억을 갖고 세상을 떠날 수 있었죠.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보면서, 행복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정의해 보았습니다. 복권 당첨자가 나중에 불행해지는 일이 많다는 현상을 다시 곱씹어 보면, “돈”에 매몰되어 정작 관심을 가져야 할 주위 사람들과 다른 소중한 가치를 경시하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우승자 성기훈도 1년의 방황 끝에, 새로운 관계를 맺기로 결심하고 자신과 같은 사람이 더 이상 생겨나지 않게 그 게임을 막으려는 의지를 불태우게 됩니다. 좋은 관계를 맺는 삶, 그리고 이타적인 삶이 결국은 새로운 행복을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입니다.


keyword
이전 08화영화 <기적>, 기적을 믿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