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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의 마음건강

나의 치유방법

by 글쓰는 소방관

2년 전, 소방청과 분당서울대병원이 공동조사한 '전국소방공무원 마음건강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5만 5천여 명 가운데 약 30%가 수면장애에 시달리고 있고, 약 30%는 문제성음주를 겪고 있다고 했다. 중증의 PTSD와 우울증을 겪는 비율도 각 8%, 7% 정도 된다.


문제는 소방관 스스로 이러한 문제를 자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저 그러려니, 다들 비슷하니까, 어쩔 수 없지'라고 여길 뿐이다.
육체적 통증에는 하다못해 진통제라도 한 알 챙겨 먹지만, 마음의 통증은 애써 외면하는 동료들이 여전히 많다.


정신과 상담이나 심리 치유 같은 외부 도움을 받는 동료들이 늘고는 있는데 여전히 소방관들은 자신의 내면을 타인에게 내보이기를 꺼린다. 아니 어쩌면 비단 소방관이 아니라 일반인들도 이런 현상이 많다고 여겨진다.


나도 아니라고는 말 못 한다. 남 모를 심적고통으로 정신과 약도 먹어봤고, 대인관계를 끊다시피 힘들어도 봤는데 나름 자가치유로 선택했던 것이 있었다.


​내가 했던 것은 '일기'와 '스쿠버다이빙'이었다. 매일 내 손으로 내 마음을 적어냈다. 거창할 것도 없었고 특별한 글도 아니었다. 순간이든 지난 기억이든 내 감정을 오롯이 글로 드러냈을 뿐이다.


일기장 한 페이지를 온갖 욕으로 가득 채우는 날도 많았다. 그런 글을 다시 읽으며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시작했고 마음을 자각하기 시작했다.


원래 즐겼던 스쿠버다이빙은 다른 마음으로 접근했다. 물속 환경을 즐기고 외적 화려함에 치중했던 다이빙에서 물속에서 내 호흡과 내 마음과 육체의 변화에 온전히 집중하며 '상황인식'의 질을 높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글 속에서, 물속에서 진짜 나를 찾았다. 언뜻 보면 소방관 하며 글 쓰고 다이빙 다니는 거 보면 꽤나 '한량'처럼 보일 수도 있겠으나 그것은 살기 위한 나만의 몸부림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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