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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걍 Mar 21. 2021

있잖아


샹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비어 있는 걸 사랑이라고 부른대


물론 이건 거짓말 하지만 어쩐지 네 이름은 러시안 블루를 닮았으니까


구원은 믿지 않지만 기도해볼까 손을 잡고 너를 바다로 데려가


우리는 무릎을 맞대고 한참 동안 키스를 나누었다


달이 녹은 바다에서 너를 끌어안고 뒤집힌 낮과 밤


우리는 잼을 바른 과자를 나누어 먹고 떨어지는 침을 받아 마셨지


옷을 벗으며 국경을 넘어가는 마트료시카, 암막을 걷어내고 먹먹한 눈빛을 문질러


초상화의 주인공이 네가 아니어도 돼


너에게 건네는 젓가락 행진곡, 엉망이지만 마티니는 맛있어 보이니까


럼주로 범벅된 기억 사이에서 와인잔을 들고 건배해


다음에는 파란 거짓말은 넣어두도록 하자


이를 테면 하이델베르그에서 너를 기다리겠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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