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것들과 떠나가는 것들, 그 간극의 공허함에 대하는 태도
다가오는 것들(Things to Come) 2016,
by Mia Hansen-Løve
남편의 외도를 남편 입으로 듣게 되고, 선생인데 학생들에게 학교 출입을 금지당하고, 함께 일하던 출판사로부터 본인의 책이 더 이상 출판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는 주인공의 이야기라하면 막장 드라마를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잔잔하게 흘러가는 이야기 속에서 감독은 나탈리 개인의 사생활을 보여주고자한 것이 아니라 나탈리가 그 공허함을 어떻게 다루는지에 대한 이야기한다.
영화는 제목부터 ‘다가오는 것들’이라는 의미로 주인공 나탈리로부터 떠나고, 나탈리에게 새로 다가오는 것들을 보여준다. 미아 한센 로브 감독의 인터뷰에 따르면, 감독은 이를 통해 크게 두 가지의 무브먼트를 보여주고자 한다. 하나는,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고 자유를 찾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몸과 욕망의 조화에 관한 것이다. 두 개념은 상반되는듯하나 실제로는 같은 개념이라고 감독은 말한다. 영화의 모든 장치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지만, 감독은 특히나 철학이라는 학문과 공간적인 배경을 이용하여 나탈리가 자신에게서 나오는 내면의 삶을 찾아가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 영화의 첫 장면부터 ‘남의 입장을 이해하는 일은 가능한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하여 나탈리는 학생들과 파비안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그 답은 결국 나탈리의 삶에 작용하게 된다. 영화 내내 나탈리는 계속 이동하며 공간을 바꾼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공허함을 마주하며 앞으로 나아가던 나탈리는 본인이 그 공허함을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남편의 외도 고백을 들은 뒤 공허한 잔디에서 날아가는 종이를 잡으려 따라가던 나탈리는 공허한 들판에서 편안하게 자리를 잡고 본인만의 자리를 만든다. 이를 통하여 끊임없이 일어나는 불행한 일들과의 삶에서 마침내 그녀는 그것이 삶의 은유라는 양면성과 함께 해방과 체념의 이미지로 그 삶과 연결됨을 보여준다.
또 다른 개념은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더욱 뚜렷하게 보여준다. 판도라(고양이)를 이용하여 이를 잘 나타낸다. 파비안이 있는 시골로 가며 ‘엄마도 죽고, 남편도 떠나고, 아이들도 다 커서 이제 자유야’라고 말하는 나탈리에게 판도라는 귀찮게 남겨진 존재처럼 보인다. 하지만 판도라가 집을 나가자 가장 애타게 찾으며, 판도라가 물고 온 쥐를 보며 징그러워하면서 입가엔 미소가 있다. 다시 돌아온 판도라에게 ‘벌을 줄 거야’라며 꼭 안는 장면은 나탈리의 가장 깊은 욕망이라고 볼 수도 있다. 고양이라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메타포를 지니고 있지만 판도라는 나탈리와 파비안을 연결해주는 존재이기도 한다. 또한, 파비안에게 점점 더 의지하게 되던 찰나, 계곡에서 파비안과 젊은 여성의 장난에 나탈리는 눈물 흘리고 다음 날 떠날 채비를 한다. 이러한 장면들을 통하여 나탈리 또한 평범한 여자임을 다시 한 번 보여주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과 현실을 일치하려는 나탈리의 노력이 충분히 설득력 있게 느껴진다.
나탈리를 떠나는 남편과 새로 다가오는 듯한 파비안부터 손이 많이 가는 어머니의 죽음과 손주의 출생까지 떠나고 다가오는 것들의 반복을 통해 인생의 순환을 떠올리게끔한다. 그리고 바로 그 삶에서 떠나가는 것들과 다가오는 것들에 대한 바람직한 자세를 주인공의 철학을 통해 보여준다. 상황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게 보여줄 수 있음에도 상황들을 흥미롭거나 대단하게 보여주지 않고 주인공의 반응 또한 잔잔하게 보여준다. 그 덕분에 영화는 관객들에게, 말로 정의하기 어렵지만 우리의 주변을 맴돌며 삶을 흔드는 일들이 벌어짐에 대해 영화로부터 깊은 공감과 위로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