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클라인/바이올렛 콜럼버스, 2021, 미국, 96min
*Sundance Film Festival 2022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검은 스튜디오 안, 검정 코트를 입은 한 70대 여성이 앉아 한 손엔 담배를 들고 인터뷰를 한다. 다양한 형태의 약 70여 편의 작품을 제작하고 아카데미 후보를 포함하여 60개 이상의 국제상을 수상하며 뉴욕대, 예일대에서 강의를 하는 중국계 미국인 감독 크리스틴 초이다. 영화는 크게 3부로 나뉜다. 본인과 함께 일했던 이들의 인터뷰를 통한 ‘크리스틴 초이’라는 사람의 이야기, 과거 푸티지들로 구성된 1989년 천안문 사태 당시 이야기, 그리고 이 푸티지들을 들고 당시 리더들을 찾아가는 현재의 초이. 때로는 삽화를 통해 지난 시간에 대한 시각화를 더한다. 천안문 사태 당시 민주주의 시위의 주역이었던 중국 사회과학원의 정치연구소 소장 옌 쟈치(Yan Jiaqi), 베이징 사범대학의 학생 우얼 카이시(Wu'er Kaixi), 베이징 시퉁 주식회사의 CEO 왕 런난(Wan Runnan) 세 사람의 1989년 뉴욕 배터리 공원에서의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초이가 촬영한 푸티지들이 줄곧 재생된다.
30여 년이 지난 지금, 중국 정부가 1989년 사건을 지운 것에 분노한 그녀는 세 사람과 재회한다. 아내와 함께 메릴랜드로 간 옌 쟈치, 파리로 옮겨간지 꽤 되었지만 영어는 여전히 하지 못하는 왕 런난은 시를 쓰고 집 앞 마당에서 야채를 키운다. 대만에서 반갑게 맞이해주는 우얼 카이시까지 이들은 근황을 나누고 과거 푸티지를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눈다. 영화는 초이를 따라다니며 천안문 사태 직후의 충격적인 중국 망명 영상과 지난 30년이 넘는 세월 속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는 분명한 깨달음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조국과 자신을 위한 희망과 꿈, 초이의 목소리와 시간을 가로지르는 경험들 덕분에 영화는 자기표현에 전념하는 삶의 사적인 노력을 생각하게 하며 현대사와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을 한 사람의 이야기로 풀어낸다.
선댄스영화제 수상에 대해 심사위원은 다음과 같은 코멘트를 남겼다. 우리는 역사에 대한 우리의 이해에 대한 도전을 받았다. 독창적이며, 차곡차곡 쌓아올린 철학적이고 비선형적인 이 영화에 미국 다큐멘터리 부문 대상을 수여한다.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의 힘과 진실을 조사해야 할 영화 제작자들의 노력을 기리기 위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