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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erican Beauty by Sam Mendes

구원은 셀프

by 영화평론 이도


장미를 떠올리면 흔히들 아름다움과 동시에 장미를 둘러싼 가시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존재만으로도 시각적 아름다움을 주지만 좀 더 욕심을 내어 꽃을 가지려는 순간, 그 가시로 해를 입게 된다. “영화”란 일반적으로 금기를 깨며 이야기를 전개시킨다. 이런 단순하고도 보편적 교훈을 영화에 접목시켜 영화적 특성을 이용하여 잘 풀어낸 작품 <아메리칸 뷰티>이다.


‘아메리칸 뷰티’라 함은 미국의 젊고 아름다운 여성, 장미, 일상의 아름다움을 의미한다. 영화 <아메리칸 뷰티>는 이 세 가지 의미를 모두 영화의 주제를 나타내는 데에 이용한다. 전형적인 매력을 가진 안젤라는 레스터에게 아메리칸 뷰티가 되어주며 이야기는 시작한다. 성공에만 집착하여 부부관계는 소홀해진 아내 캐롤린과 사춘기의 10대 소녀 제인에게 기죽어 살며 직장에서조차 회사의 구조조정으로 잘릴 위기에 놓인 레스터에게 안젤라는 욕망의 대상이자 레스터를 구원하는 대상이 되어주는 존재이다. 레스터가 안젤라를 바라볼 때뿐만 아니라 감독은 붉은 장미를 이용하여 인물들의 욕망을 보여주곤 한다. ‘아메리칸 뷰티’의 장미는 원래는 분홍 계열의 장미를 의미하나, 감독은 붉은 계열의 장미를 이용하여 인물들의 욕망을 표현하고, 엔딩의 레스터의 죽음과 함께 나오는 피와 연결시켜 이 모든 이야기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붉은 장미를 레스터의 집 곳곳에 배치하여 일상에 존재하고 있던 아름다움을 떠올리게끔 한다. 안젤라에게 첫 눈에 반해 일상을 뒤집고,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레스터의 이야기인 셈이다. 그런 점에서 안젤라의 도구적 쓰임은 아쉬움이 크지만 감독은 ‘아메리칸 뷰티’인 본 영화를 통해늘 우리 곁을 지켜주는 사람들과 일상에서의 아름다움을 찾아보게끔 만든다.



<아메리칸 뷰티>의 시나리오는 잘 짜여진 스토리의 구조를 가지며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의 규칙 또한 적용해 볼 수 있다. 금기의 욕망을 갖게 되고, 그로 인해 변하고 자기 자신을 찾았지만 금기의 욕망인만큼 인물이 금기의 욕망을 실현하는 것은 영화의 전체 분위기와 흐름을 뒤바꿀 수 있다. 시나리오 초기, 샘 멘데스 감독은 레스터가 결국 안젤라와 잠자리를 갖도록 만들려 했으나, 각본가 앨런 볼의 반대로 레스터가 마음을 돌리는 쪽으로 시나리오를 마무리한다. 그 덕에, 시학의 규칙인 주인공이 도덕적 선택을 하게끔 하여 관객들로 하여금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동시에, 레스터의 죽음이 관객들로 하여금 더욱 비통하게 만든다. 또한, 레스터를 둘러싼 인물들이 모두 다른 욕망을 가지고 있어 레스터를 메인으로 한 서브 플롯들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그 욕망들이 한 데 모여 하나로 연결되는 하나의 플롯으로 만들었다. 덕분에 레스터의 죽음에서 모든 인물들은 기-승-전-결의 ‘해소’를 맞이할 수 있도록 한다.
영화에서 두드러진 미쟝센적인 연출은 ‘인물의 욕망을 어떻게 드러내었는가’와 ‘욕망을 가지기 전, 후의 레스터 모습의 대조’다. 가족이 등장하는 영화에서는 빠질 수 없는 식탁 장면에서, 초반의 식사 장면에선 테이블 위의 중앙에 놓인 장미 꽃다발을 중심으로 퍼지던 촛대가, 후반에선 장미도 없이 레스터 앞에서 작은 초일뿐이다. 또한 초반에서는 소극적으로 앉아 식사만 하던 레스터가 후반에서는 초로 대칭이 만들어진 구조에서 중심선을 넘어 캐롤린에게로 적극적으로 간다. 또한, 캐롤린의 첫 등장 장면인 정원 손질 장면에서부터, 레스터는 캐롤린의 뒤에서 캐롤린을 바라보고나 뒤따라온다. 하지만 레스터가 변하고 나서는, 캐롤린이 뒤에서 레스터를 바라보는 구조가 된다. 회사에서도 협박 아닌 협박으로 돈을 받아내고 퇴사한 후, 옛날처럼 햄버거를 뒤집으며 본인이 원하는 것을 얻던 시절로 돌아간 레스터를 통해 레스터가 다시 삶의 원동력을 찾았음을 보여준다. 또한, 감독은 성적인 감각들을 이용하여 관객들로 하여금 영화에 더욱 집중하고 매료되도록 한다. 이웃집의 동성애 커플부터, 마초적인 남성에게 끌려 불륜을 저지르는 아내, 10대이지만 섹시한 딸의 친구, 딸의 창문을 통해 염탐하는 관음증스러운 옆집 남학생. 영화 내내 금기와 함께 성적 긴장감을 유지시키며 관객들의 오감을 자극하고 관심을 이끌고 간다. 이러한 성적 긴장감을 유지시키며 관객의 호기심을 이끌어 가는 것은 히치콕스러운 면이 있다. 실제로 감독은 히치콕의 영향을 많이 받았으며, 영화의 맨 첫 장면인 제인의 장면을 맥거핀으로 이용했다.




장미는 주변에서 자란 다른 모든 꽃봉오리를 죽여야만 비로소 만들어낼 수 있는 꽃이다. 적당한 욕망은 레스터를 지친 삶에서 구원해주지만, 그 욕망이 결국은 죽음으로 끝이 나는 과정을 보여준다. 레스터, 캐롤린, 안젤라는 그들 자신이 아닌 것처럼 만든 삶을 살아가는 반면, 제인과 리키는 그들이 진정한 자기 자신 이외에는 아무것도 아닌 삶을 알아간다. 영화를 통해 감독은 ‘아메리칸 뷰티’의 진정한 의미는, 겉보기에는 평범해 보이고, 겸손하며, 남들의 시선을 쉽게 사로잡지 못하지만 누구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진실한 것임을 보여준다. 이러한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구속적이면서 욕망을 나타내는 ‘붉은 장미’를 포함한 이 영화의 모든 미쟝센은 완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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