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레를 미하엘이라 불러도 로레는 로레!
문학에서 ‘여성’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극 중 인물이 여성임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렇다면, 영상에선 어떠할까. 주인공이 여성임을 보여주는 데엔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여성을 어떻게 규정하는지에 대해 보여주기에는 영상언어만큼 적합한 방법도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영상을 이용했기에 감독의 의도가 더욱 잘 표현된 작품이다.
영화가 시작하고 보이는 두 가지의 상반된 색이 교차하며 섞이는 타이틀부터 앞으로 벌어질 이야기를 암시하고 있다. 감독은 여성인지 남성인지 모호한 아이를 두고 마치 관객에게 맞춰보라는 듯 이야기를 시작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분명하게 생물학적으로 구분할 수 있는 로레의 성기를 보이며 로레가 여성임을 보여준다. 그리고 로레의 짧은 머리와 여자아이인 리사와 사랑에 빠지고 웃통을 벗고 축구를 하는 장면을 통해 관객에게 의문을 갖게끔 한다. 감독은 정말로 주인공이 여아인지 남아인지 관객에게 묻는 것이 아니다. 감독은 주인공을 규정하고 있는 성별을, 시선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로레가 여성임을 밝히고 그런 로레에게 무슨 일들이 일어나는 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친구들은 리사가 축구를 하고 싶어 하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축구에 끼워주지 않지만 남아라고 생각한 로레는 축구에 끼워준다. 성별 차이로 인한 축구 실력 때문이라 하지만 같은 여성인 로레는 함께 축구하기에 문제없음을 보여준다. 또한, 웃통을 벗고 축구를 하는 장면을 통해 여성의 가슴에 대해 생각해보게끔 한다. 여성의 가슴을 가리느냐 마느냐는 언제나 논쟁거리가 되는 주제이다. 하지만 감독은 윗옷을 벗은 여아를 남아라고 생각하기에 관심 갖지 않는 친구들을 통해 성적 대상이 아닌 동등한 인간으로 바라본다면 문제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감독은 이러한 경계선에 놓인 주인공 로레를 둘러싼 본인의 성 정체성과 별개로 사회가 젠더를 바라보는 시선과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후에 로레가 여성임을 알게 된 친구들에게 로레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포획당하고 시선의 대상이 되어 규탄받는다. 감독은 친구들을 속인 것에 대해 분노한 것이 아니라 ‘여성’이라는 것에 분노하고 있음을 친구들을 통해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영화 초반부, 로레를 처음 만나 이름을 물어보고, 엔딩 장면에서 진짜 이름을 물어보며 본인을 어떻게 규정하고 싶은지 직접 물어봐주는 인물이 리사이다. 로레가 여성임이 밝혀지고도 동일한 자리에서 로레를 바라보아주는 것도, 이름이 바뀌어도 동일하게 바라보아주는 것도 리사이다. 로레가 리사에게 미하엘이라는 남자라고 말한 뒤 리사와 사랑에 빠짐으로써 로레가 여성을 좋아해서 남성인 척하는 것인지, 남성이 되고 싶어서 남성인 척하는 것인지 영화를 통해 분명하게 말하고 있지 않다. 이를 통해 감독은 아이들의 성 정체성의 고민보다는 단순한 본능과 욕구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영화의 첫 장면인 로레의 뒷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이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다. (영화에서, 특히 첫 장면에서 인물의 뒷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보편적인 인물로 관객이 이입하도록 할 때 이용한다.)
로레가 여자아이임을 보여주고, 사회가 규정하는 성에 반하는 로레를 보여주었기 때문에 마지막에 바로 그 사회가 만들어낸 여성의 모습을 한 로레(엄마에 의해 강제로 드레스를 입은 로레)를 보여줌으로써 관객으로 하여금 이질감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관객들은 드레스를 입은 로레의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성’을 어떻게 규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감독의 의도를 표현하기에 영화라는 문법은 너무나 적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