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을 위한 규율과 제도가 만들어낸 비정상
<송곳니>, <킬링 디어>로도 유명한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더 랍스터>는 유럽풍 신화의 향이 짙은 영화이다. 처음 보면 익숙하지 않은 숏과 무거우면서 위태로운 클래식 사운드, 찝찝한 시나리오에 불쾌함을 느낄 수 있지만 계속해서 마음 한켠에 남아 떠오르게 하는 매력을 가진 것이 요르고스 감독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서 얘기한 전작 또한 규율과 체벌이 시나리오에서 크게 작용한다. <더 랍스터> 또한 짝을 만나지 못하면 어떤 동물이 되겠냐고 묻는 사회가 돌아가는 방식을 지닌, 영화 속의 세계와 현실의 세계는 같지만 세계를 규정하는 규칙이 다를 뿐이다 <킬링 디어>또한 주인공이 전에 저질렀던 실수에 대한, 처벌과 동시에 새로운 규율을 만들어 가는 이야기이다.
<더 랍스터>는 시나리오와 영화적 표현이 잘 엮여있어 분리하여 보는 것이 쉽지 않다. 영화는 크게 전반부/후반부로 나뉜다. 공간부터 전반부에서는 호텔, 후반부는 숲이다. 인물의 갈등 또한 전반부에선 커플이 되고 싶지만 연인을 찾기 어려운, 후반부에선 커플이 되고 싶은 연인을 찾았지만 금기시 되는 상황에서 비롯된다. 필요한 것들이 지원되는 굉장히 풍족해 보이는 제도 속에서 연인만 만나면 되는 상황처럼 보이지만 그 하나가 인물들에게는 가장 어려운 일이다. 제도 또한 도움이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데이비드가 처음 호텔에 들어갈 때 직원과의 대화에서 알 수 있듯, 개인의 다양한 형태를 존중해주지 못하고 신발 사이즈처럼 관리자가 관리하기 쉬운 40 사이즈와 50 사이 중에 맞춰야 한다. 반면, 가장 기본적인 의식주조차 충족되지 못하는 ‘숲’이라는 공간에선 관리는 받을 수 없지만 오히려 호텔보다는 비교적 개인의 삶을 존중받을 수 있는 환경이 된다. 이러한 대비를 감독은 카메라 앵글을 통해서도 보여준다. 전반부의 호텔에서는 인물의 감정이 드러나는 얼굴은 다 잘린 ‘어깨부터 무릎’이라는 불편하고 어색한 숏을 이용한다. 데이비드가 첫 입실 후 찾아온 매니저와 매니저의 파트너 숏에서도 매니저의 파트너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숏들은 호텔에서 인물들은 개인보다 통제받는 대상으로만 보이기에 충분하다.
호텔에서의 룰은 공통점이 있는 파트너를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주인공 데이비드는 호텔에서 동물이 되지 않기 위하여 거짓된 관계를 만들고 룰을 어겨 처벌의 대상이 될 뿐만 아니라 형을 잃게 된다. 이러한 일은 <더 랍스터>의 세계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서도 똑같이 적용되는 이야기이다. 감독은 기본적으로 사랑에 대해 관객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감독은 영화에서 슬로우 모션을 3번 이용한다. 데이비드가 호텔에 입성하여 첫 무도회에서 파트너를 만들기 위해 한 여성에게 다가갈 때, 호텔을 탈출한 자들을 잡아 숙박일을 연장하기 위하여 사냥을 나갔을 때, 도망자의 일원이 되어 도시에 다녀오기 위해 위장을 하고 나갔을 때, 모두 <더 랍스터>의 세계의 룰을 따라 살기 위한 데이비드의 움직임이다. 이때 나오는 웅장한 클래식과 슬로우 모션으로 연출하여 데이비드의 행동이 의미 없고 우스꽝스럽게 보이도록 한다. 이러한 비판적인 장면을 무게 있게 연출하여 풍자하는 방식이 요르고스 감독의 매력이자 풍미이다.
마지막 장면까지 자신의 눈을 찌르려는 충격적인 장면으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정상으로 살기 위하여 정상인 척을 하지만 정말 사랑에 빠져 커플이 된 데이비드에게 더 이상 정상이란 의미가 없는 것이다. 이 세상의 규율과 제도, 사랑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드는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