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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r Lucy Dec 17. 2023

12월 17일 모닝페이지. 삶을 뒤집을 선택이 있을까?

내겐 어떤 장면이 펼쳐질까.

기상 시간 10시. 온수 매트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


어제 잠들기 전 영화 '패밀리맨'을 봤다. 유일하게 구독하고 있던 OTT인 넷플릭스마저 해지시켜버렸더니 네이버 시리즈온에서 제공하는 무료 영화만 볼 수 있게 됐는데, 그 리스트 중에 이 영화가 포함되어 있길래 봤지요. 영화의 줄거리는 꽤 단순한 편이다. 여자친구와 헤어짐을 택하고 증권가 유명인사로 성공한 삶을 살게 된 주인공. 어느 날 노상강도를 만나게 되는데 그다음 날 깨어나보니 본인이 살던 삶이 아닌, 여자친구와 결혼한 이후의 삶 속에서 깨어나게 된다. 처음엔 현실을 부정하고 다음날엔 자신의 선택을 미련하다 여기며 화를 내지만 결국 가족들에게 스며드는 본인을 발견하게 되는데... 혹시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을 위해 여기까지만 이야기하겠다. 나도 스포 당하는 건 질색이라! 주인공이 원래 삶으로 돌아가느냐? 가족이 생긴 다른 선택의 삶을 유지하느냐? 아님 또 다른 선택지가 있느냐? 는 영화로 확인하시지요.


주인공의 마지막 선택과 관계없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이래 보인다. 지금 당신은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하고 있는가? 당신이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계획, 판단력, 예측에서 비롯된 선택은 당신이 기대했던 것만큼 후회 없는 삶을 보장해 주는가? 실제로 주인공은 '나는 판단력이 뛰어나고, 계획은 중요하고 모든 것은 내가 예측한 대로 된다'라고 생각하는, 어찌 보면 통제광이고 여자친구는 '계획은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지금 내가 어떤 것을 사랑하고 중요시하는지야'라고 주장하는 보다 유연한 인물이다. 얼핏 보면 '사회적 성공과 자유로움을 중시하며 물질주의적 가치관을 숭배하는 인물'과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평판에 상관없이 내가 생각하는 행복을 좇는 인물'간의 갈등으로 보이고, 그 두 가지 가치관 중 선택을 종용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나에겐 앞서 말한 '한 가지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삶의 모습'이 더 묵직하고 거대하게 다가왔다. 


what if...라는 문구가 모든 걸 말해주지요.


사실 이런 내용의 영화나 작품은 많이 있었다. 라라랜드에서 모두가 명장면이라 꼽는 마지막 장면은 미아가 만일 세바스찬을 떠나지 않았다면 벌어졌을 삶의 일면을 보여주지만 결국 현실로 돌아와 서로를 애틋하게, 그렇지만 짙은 현실의 농도를 담은 눈빛으로 바라보는 장면이다. 책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는 자살을 시도한 주인공이 환상 속에서 본인이 내리지 '않았던' 결정을 했다면 삶이 어땠을지를 겪어보는 것이 주요 줄거리다. 결국 우리 모두는 '만약 내가 그때 그 선택을 내리지 않았다면 어땠을까'하는 궁금증에 일말의 환상을 그림자처럼 달고 다니며 때로는 회한을, 때로는 절절한 후회를 느끼기도 한다. 심지어 우린 주인공들처럼 다시 돌아갈 수도 없고 키자니아처럼 그런 삶을 체험해 볼 수 있는 공간도 없는데 말이다. 


그것이 쓸모가 있고 없고의 문제는 차치하고 나 역시 사람인지라 영화를 보며 내 삶을 바꾸었을 선택에 관해 생각해 보았다. 물론 모든 작은 선택마저 조금씩 삶의 모양을 비틀고 엇비슷하게 만들지만 삶 A, 삶 A' 수준이 아닌 삶 Z를 만들었을 그런 선택. 고민해 보니 하나가 떠오른다. 대학생 인턴 시절 같이 근무하던 대리님이 출산휴가를 가셔서 그분의 업무를 대신해야 했을 때가 있었다. 스스로 생각하는 자신은 '사회 초년생일 뿐'인데 갑작스레 주어진 대체역의 무게가 너무 둔중한 나머지 학업을 이어가야 한다는 핑계로 그만두었던 그때. 만일 두려움을 이겨내고 그 일을 했더라면 내 현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를 종종 생각해 보게 된다. 이처럼 '기회를 놓치지 않았나'하는 후회는 삶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와 닿아있는 장면으로 그려지는구나.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은 어떤 장면을 떠올리실지 궁금해진다. 비록 찰나의 상상이라도, 그 끝이 입안에 쓴 통증을 남겨도 마주한 오늘 역시 소중하다는 걸 잊지 말아야지. 오늘도 오늘을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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