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따라 팔랑이는 이 내 마음~
기상 시간 8시. 새로운 한 주의 시작!이지만 2023년도 이제 2주 남았다니 초조하군.
최근 알고리즘 덕분인지 브런치 담당자분 덕분인지 모르겠지만 캥거루족에 관한 글로 다음 PC 메인, 브런치 메인에 글이 올라갔다. 디지털 디톡스를 하기 전 운동 중간 조회 수를 확인하던 차에 갑자기 세 자리 수의 방문자가 찍혔길래 "어머, 이게 뭐야?"하고 뒤져보니 다음 메인에 노출이 짜잔. 홍보 경력자답게 이런 커버리지는 남겨둬야 해, 하고 캡처를 팡팡 눌렀던 게 지지난주. 그리고 지난주 말부터 방문자 그래프는 우하향을 그려 이전과 비슷한 위치로 돌아왔다.
SNS를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수치에 연연을 하게 된다. 첫 목적이 무엇이었건 간에 운영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조회 수, 방문자 수를 신경 쓰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태어난 게 사람이니까! 며칠 전엔 브런치에 올라온 어떤 분의 글을 발견했다. 글이 담백하고 고요한데 하고 싶은 이야기를 꾹 눌러 담는 게 익숙한 것 같고, 그렇다고 단정하진 않은데 어딘가 침착한 구석이 있는 게 글 쓴 사람이 궁금해지는 글이었다. 과식하듯 허겁지겁 읽다가 마지막 글을 클릭하려는데 '더 이상 브런치에 연재를 하지 않겠다'는 제목을 보게 되었다. 읽어보니 본인은 처음에 글쓰기가 좋아서 시작한 건데, 어느 순간부터 조회 수에 신경 쓰고 연재를 하는 게 부담스러웠다고. 아쉽지만 이해가 가는 이유라 입맛만 쩝 다시고 말았다.
나 역시 수치가 신경 쓰인다. 그래서 디지털 디톡스를 통해 강제로 거리를 두게 한 것도 있고. 단순히 '내 글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고, 좋아하고, 공감하는지'가 궁금한 거면 차라리 다행인데, '어제는 이만큼 들어왔으니 오늘은 이만큼 들어오겠지?'하고 기대하는 순간 위험해지는 것 같다. 그 순간 하나의 글에 들어간 정성과 문장을 완성하기 위해 쏟은 진심, 노력들이 점수로 매겨지니까. 데이터 시대가 되며 정성 데이터로 가늠하던 것까지 정량 데이터로 가치가 매겨지니 조회 수, 유입 수, 방문자 수 등으로 매번 점수를 확인받는 느낌이 되어버렸다.
물론 이런 데이터는 목적이 있는 사람들에게 굉장히 요긴하고 소중한 자료다. 채널을 키워 영향력을 확보하고 싶다든지, 새로운 프로젝트에 들어갈 때 상대를 설득하기 위한 요량으로 사용된다든지. 이런 성과주의에 따른 장점이 '글을 진정으로 좋아해서 쓰는 사람'에게 장점이 될지는 모르겠다. 매크로로 복사-붙여넣기한 댓글 100개와 글을 정성 들여 읽고 내 마음처럼 공감해서 쓴 댓글 1개의 가치를 데이터는 알 수 있을까.
다음 메인, 브런치 메인에 노출되며 좋았던 건 방문자 수가 늘어난 것보다 구독자 수가 조금이라도 늘었단 사실이었다. 앞서 쓴 글을 보시고 앞으로 나올 다른 글들 역시 궁금해져 눌러주신 거라 생각하는데, 그 수가 많지 않아도 알람이 뜰 때마다 기분 좋은 두근거림이 컸다. 향후 쓸 글 중에도 노출이 크게 될 경우가 생길 수 있겠지만 일단 좋은 글들을 많이 쓰고 싶다. 그게 내가 처음 글을 시작한 이유였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