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마스테 Aug 07. 2020

새것 = 좋은 것?



camgridge Market


Trash and Treasure Market


한 달에 한 번씩 Cambridge에서 열리는 Trash and Treasure Market에 가끔 갔다. 해밀턴에서 가까운 Cambridege는 골동품과 엔틱 샵이 많은 곳이다.  정말 Trash 속에서 Treasure를 찾는 기분은 생각보다 재미가 쏠쏠하다.  물건을 살만한 것이 없더라도 온갖 잡동사니 같은 물건들을 보고 있으면 마치 보물창고를 만난 듯 신기하다. 세월이 묻어나는 물건들이 즐비하다. 쓰레기 통으로 들어가야 할 만한 것도 있지만 골동품처럼 가치 있는 물건들도 발견한다. 생활용품부터 책, LP, 그릇, 카메라, 장난감, 뜨개질로 만든 것을 보면 이상하게 마음이 끌리곤 한다. 물건들을 보며 어떤 삶을 살아오셨을까 상상하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다. 정교한 유리공예와 잡다한 살림살이들을 갖고 나오신다. 저런 것은 왜 아직도 안 버리고 있을까 라는 물건들도 많지만 가끔 애슐리, 웨지우드나 로열 알버트 같은 식기를 가지고 나오시는 분도 있다.


 

cambridge market


오래된 것들


인기 있는 몇몇 분이 있다.  100년이 넘은 수동 카메라를 가지고 나오셨던 할아버지가 생각난다. 오래된 카메라가 650불이었는데 얼마나 잘 관리를 하셨는지 반짝반짝 빛이 났다. 할아버지는 하얀 장갑을 끼시고 1910년에 만들어진 수동 카메라를 아기처럼 소중하게 들었다. 나에게 카메라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풀어내신다.  무슨 말인지 잘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잠시 서서 꼬박 들어야 한다. 너무 멋진 카메라라는 말과 엄지 척을 남기고 다른 곳으로 향한다.


음악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200장은 넘을 것 같은 LP판을 소유하시는 분들에게 몰린다. 곰삭은 냄새가 나고 30년이 넘은 것 같은 색이 바랜 수많은 LP케이스. 나란히 촘촘하게 줄지어 새로운 주인을 만나기를 기다린다. LP를 파시는 할아버지는 손님의 음악 취향에 맞춰서 음반을 추천해 주신다.  LP판에서 추억을 고른다. 눈이 반짝반짝 빛이 난다.


중고책을 팔던 분도 인기가 많았다. 절판되어서 살 수 없는 책들. 추억을 송환할 것 같은 책.  2불, 3불이면 살 수 있는 책들 속에 사람들이 몰린다.

cambridge market


규모가 제법 크기 때문에 다 돌아보려면 두 시간 정도 필요했다. 근처 햇빛이 좋은 카페에서 프렌치토스트와 플랫화이트를 시켰다. 잠시 생각해 보았다. 이들의 물건에 대한 가치와 기준을 바라보는 관점은 어떤 것일까. 이들은 새것이 주는 깨끗하고 생경한 느낌보다는 낡고 빛바랜 물건에 대해 가치를 찾았다. 조금만 더 주고 새것을 사는 것보다는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는 '아나바다의 정신'을 배운다. 아나바다를 통해 환경까지 생각해 보게 된다.  새것은 좋은 것이라는 나의 생각을 많이 뒤집는 경험이었다.





새것만이 좋은 것일까


뉴질랜드에 잠깐 살다가 한국으로 돌아온 지 2년 가까이 되었다. 1년 입고 버리지 뭐 하는 나의 생각을 자주 점검해 본다. “세계적인 브랜드들은 방글라데시 의류공장 참사에 대한 책임을 인식해야 한다.”라는 기사를 읽은 기억이 났다. 방글라데시에서 천 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의류 공장 붕괴 사고가 났을 때, 서로 자기의 책임이 아니라고 미루던 패션 브랜드에 관한 기사 내용이었다. 패션 브랜드들은 유행을 만들어내고 우리는 소비를 한다. 우리는 그 패션 브랜드에 소비라는 투표를 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아프리카의 어느 마을에는 쓰레기들이 쌓이고 우리는 불편한 진실을 모른척한다.  


어제는 반찬 접시를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지난주 친정에 갔을 때 엄마가 쓰시던 접시를 주셨는데 잠시 잊고 또 주문했나 보다.  오늘 아침 7시에 택배가 도착했다는 메시지를 받는다. 작은 우주처럼 느껴지는 손 안의 스마트폰은 구매과정을 단축시킨다. 물건을 살지 말지 결정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  쓰던 접시가 있었는데 또 새것을 주문하다니. 새것이 좋은 것이라는 것에 의문을 던졌던 그때를 다시 떠올렸다. 아. 내가 또 물건에 대한 소중함에 대해 잊었구나. 친정 엄마가 쓰던 좋은 접시. 세월이 묻어나고 많은 이야기가 담긴 친정엄마가 주신 접시를 다시 꺼내보며 따뜻한 미온을 느꼈다.  


새것만이 좋은 것일까. 오늘 또 이렇게 자기 검열을 해 본다.














 

이전 05화 Sunshine 비가 내리던 Mt. Pirongia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