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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가다의 작은섬 Jan 19. 2023

엄마가 중환자실 입원한 지 7일째 되는 날..

2022.8.9. 화



산 사람은 살아야지..

그래. 따라 죽을 수도 없으니 살아지게 된다.

아니. 숨을 쉬고 시간이 흐르니 평소처럼 일어나 세수하고, 이를 닦고, 밥을 먹고, 일을 하고, 씻고, 밥을 먹고, 이를 닦고, 다시 잠을 잔다.


엄마는 사경을 헤매고 있지만, 우리는 평소와 같이 숨을 쉬고 움직이고 살아간다. 이게 정상인가 싶지만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나는 살아 숨 쉬고 있다.


이 모든 행위들이 나를.... 하게 한다.


모든 행동 뒤 따르는 죄책감

목구멍에 음식물을 넘기는 행위가.

시간 되면 꾸역꾸역 잠드는 행위가.

눈으로 책을 보고, 인터넷을 보고,

글을 읽는 행위가. 웃기다고 웃는 행위가.


한 사람을 모지게 아프게 해 놓고,

엄마는 숨이 막혀 혼자 숨 쉬지도 못하는데,

나는 이리 자연스럽게도 숨 쉬고 있는 행위가.


엄마의 시간과 내 시간이 다른 공간에 존재하듯이  흘러가는 이 시간이 나를.... 하게 한다.


누구를 향한 것인가.. 결국 부메랑인 것을..

니들 입에서 운명에 맡기자는 소리가 나오니?

니들은 먹고, 자고, 숨 쉬는 게 괜찮니?

니들이 그러면 안 되잖아?

이제 와서 효도하는 척, 잘 지내는 척..

아.. 역겹다.


아.. 나란 아이 웃기지도 않는구나.

나는 고고한 한 마리 학인가?

네년이 더 나쁜 년이다.

누구를 지금 탓하는 것인가?

우습지도 않는구나..

네년 궁둥이에 묻은 똥이나 닦아라.


다 필요 없다.

그래. 그런 거구나.

아등바등 살아서 무엇하고,

내가 옳구나, 네가 옳구나.

따져봐야 무엇하냐.

다 부질없는 짓이다.


매사 심각하게 살아도 한 세상,

매사 바보처럼 웃으며 살아도 한 세상.


매정하다.

야속하다.

냉혹하다.

욕하지 마라.

산 사람은 살아야지.


사는 사람도

살고 싶어 사는 게 아니더라.

시간이 흐르고

숨을 쉬니

나도 모르게 살아가고 있더라.


웃음이 나오니?

음식이 넘어가니?

잠이 오니?

욕하지 마라.

산 사람은 살아야지.


사는 사람과

아픈 사람의

시간은 같이 흐르되

살아가는 공간이 다르더라.

그러니

먹고, 자고, 웃음이 나오더라.


그래서 지금 나도 내가 정상인가.. 잘 모르겠다.

나도 내가 어떻게 해야 될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지금 흘러가는 시간이 나를....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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