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옥수수차랑 보리차 공구 떴네? 좋은 건 널리 알려야지. 내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공구소식을 알려야겠다. 해당 스토어에서 구매 화면을 캡쳐하고 아래와 같은 메세지를 적고 링크까지 첨부했다.
[전 여기서 옥수수차랑 보리차 사서 마시는데 정말정말 구수해요. 한정된 기간에만 구매 가능하더라구요. 지금이 바로 그 기간! 티백으로 된 건 미세플라스틱 나오는 거 다들 아시죠?]
스토리에 공유하고 얼마 안되어 인스타 이웃분으로 부터 메세지가 도착했다.
"이런 추천 너무 좋아요~ 바로 주문했답니다!!"
티백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나온다는 것을 알고 나서는 티백에 든 보리차를 사지 않는다. 그런데 또 막상 주변에서 벌크 타입으로 볶은 보리나 옥수수만 파는 곳이 잘 없고, 자주 가던 유기농 매장에서 사 본 보리차는 볶아진 상태 차이인지 너무 맛이 없었다. 그러다 블로그로 알게되어 2년 전에 이 곳에서 보리차와 옥수수차를 사본 뒤로는 매년 딱 한 번 구매할 수 있는 가을에 일년치를 구매해놓는다. 끓이기 전 육안으로만 봐도 보리나 옥수수의 상태가 매우 좋고 골고루 잘 볶아진 빛깔이 보기만 해도 구수함이 느껴진다. 보리차와 옥수수차를 적당이 섞어 끓이면 정말 구수한 보리차가 된다. 특히 우리 아이는 열이 많은데 땀으로 잘 배출이 되지 않아 피부에 열감이 있어 가려운 증상이 종종 있기 때문에 몸의 열을 내려주는 보리차가 잘 맞는다. 엄마인 나 역시 커피를 안 마실 수는 없고 커피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보리차를 마시려고 한다. 티백으로 된 제품은 꺼내서 끓는 물에 퐁당 담그기만 하면 되니 참 간편한 건 사실이지만 스테인리스 망을 이용해서 보리차 원물을 넣고 끓이는 것도 생각해보면 그렇게 귀찮은 일도 아니다. 그냥 보리차를 퍼서 스테인리스 망에 넣고 물이 끓을 때 넣고 불을 줄여 몇 분 더 끓여주기만 하면 되는 일이다. 티백을 넣는 수고에 비해 그렇게 수고스럽다고 말하기도 민망한 과정이다. 보리차와 함께 미세플라스틱도 함께 마시고 싶은 게 아니라면 티백으로 된 보리차로 물을 끓이는 것을 멈추길 바란다. 육수 티백도 마찬가지다. 간편하게 여러가지 재료가 들어간 육수 티백. 어쩌면 보리차 티백을 끊는 것보다 어려운 것이 육수 티백 끊는 것일 것 같다. 해물 육수라면 다시마, 멸치, 건 대파, 건 새우 등이 들어 있을 것이고 이걸 다 따로따로 냉동실에서 꺼내는 것은 조금은 번거로울 수 있을 테니. 그래도 약간의 수고로 미세플라스틱까지 들어간 국을 먹지 않아도 된다면 나라면 약간의 수고로움을 택하겠다.
최근 캐나다에서 삼각형 티백을 95도씨의 물에 5분간 우린 결과 116억개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었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종이티백도 안전하지 않다. 종이 티백역시 플라스틱을 코팅한 폴리프로필렌 코팅 종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미세플라스틱은 지름 100nm(나노미터,1nm는 100만분의 1mm)미만의 초미세 플라스틱으로, 세포 내로 침투할 수 있는 작은 크기이기에 인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몸속에 들어온 미세 플라스틱은 환경호르몬인 내분비계 교란 물질(EDC)을 내보낸다. 가짜 호르몬인 환경호르몬은 체내에서 정상적인 호르몬을 교란하고 내분비 체계를 교란시킨다. 성호르몬에 영향을 미쳐 정자 수 감소, 성조숙증, 면역력 저하 등 신체적 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 위험한 물질임에도 눈에 보이지 않고 바로 증상이 나타나지 않기에 나중에 더 큰 위험으로 다가 올 수 있다.
보이지 않기 때문일까? 사람들은 안좋다고 하는데도 멈추지 않는다. 통계청에 다르면 코로나로 온라인 음식서비스업은 매출이 2배가 상승했다. 이는 바꿔 말하면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져 배달이 되는 뜨거운 음식들을 먹는 것은 예전보다 늘었다는 것이다. 모든 음식이 뜨거운 음식은 아니겠지만 대부분은 100도씨 이상에서 조리가 되어 나오는 음식들이다. 뜨거운 물을 부어 익히는 컵라면도 플라스틱이 코팅된 종이컵이다. 1500원이면 너무 쉽게 마실 수 있는 아메리카노를 텀블러가 아닌 종이컵에, 티를 주문하면 삼각티백이 손이 델 것 같은 뜨거운 물에 담겨 플라스팅이 코팅된 종이컵에 나온다. 이제 담배처럼 경고문구라도 써놔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따뜻한 티 한잔을 테이크아웃 할 경우 116억개 이상의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한국화학연구원 부설기관인 안전성평가연구소에서 [미세플라스틱의 흡입독성 연구]를 발표했는데 우리 주변에서 가장 많이 사용 되고 있는 폴리스티렌(ps)과 폴리프로필렌(PP)성분의 미세플라스틱이 세포 손상 및 활성산소종 생성을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활성산소종이 체내에 과도하게 많아지면 DNA와 세포의 손상을 유발하고 염증 반응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PP는 일회용기와 합성섬유 등에 많이 사용되는 재질이며 PS는 일회용기나 일회용컵 뚜껑 등에 쓰이는 플라스틱이다. 그나마 열에 안전하다고 알려져 있는 PP 재질에서도 이런 결과가 나왔으니 안전한 플라스틱은 없는 것 아닐까?
환경을 생각하는 글을 쓰다보면, 환경을 위하는 길이 인체 건강에도 좋은 길이라는 결론이 난다. 인간도 지구의 일부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기업의 이윤 추구에 내 건강을 해치는 일을, 내 돈 내고 하는 것은 너무 바보같은 짓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