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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께서 모두 용서하신 이유

다 신께서 하시는 일이 아니겠니?

by 혜연

테네리페에서의 마지막 저녁이 찾아왔지만 우리는 불행히도 호텔 주차비 문제로 기분이 안 좋았다.

첫날 체크인 할 때 주차비는 일시불로 계산하겠다고 분명히 말했고 하루에 10유로라는 안내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매번 주차장을 빠져나갈 때마다 불편하게 티켓을 끊어야만 했던 것이다. 그것도 12유로에.

늦은 체크아웃을 요청하느라 리셉션에 갔을 때 주차문제에 대해 다시 물어보니 첫날 직원이 제대로 처리를 하지 않아서 이렇게 된 거라며 사과를 해왔다. 나는 지금이라도 다시 처리해 달라고 직원에게 말했지만 그 사람은 마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사과만 반복할 뿐이었다. 나는 정말 화딱지가 났지만 어머님께서는 나더러 그냥 잊으라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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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까짓 주차비 때문에 기분을 망칠 수야 없지. 그냥 잊어버리고 우리 마지막 저녁을 즐겁게 보낼 생각만 하자꾸나."

호텔 바에서 맥주를 마시며 호텔 흉을 실컷 보다가 저녁 8시쯤 되었을 때 택시를 타고 마지막 저녁식사를 위해 스페인 광장 근처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출발했다.


"파파스 아루가다스는 이 집이 제일 맛있었어. 가기 전에 한번 더 먹어보고 싶더라고. 프랑스에 가면 똑같이 따라 만들어 볼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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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우리는 스페인 스파클링 와인, 까바 한 병을 먼저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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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 너무 즐거웠고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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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채요리로 나눠먹은 주름감자, 파파스 아루가다스.


나는 메인요리로 샐러드를 골랐다. 아보카도, 연어, 빨간 파프리카(익혀서 단맛을 높였다.), 삶은 계란, 올리브, 토마토 등이 들어있었는데 완전 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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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은 자주 드셨던 감자 오믈렛(토르티야 데 파타타스)을 마지막 메뉴로 선택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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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어머님은 야채구이를 주문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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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은 맛있었지만 사실 직원들은 불친절했고 실수투성이었다. 어머님의 야채구이는 버섯 튀김으로 잘못 나와서 한참을 다시 기다려야 했고 아버님의 과일 디저트는 너무 오래 걸려서 직원들을 여러 번 불렀지만 다들 우리를 피하고 있었던 것이다.


식사를 마친 후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나는 불평을 했다.


"마지막 저녁인데 속상해요. 레스토랑 직원들은 정말 엉망이었고 불친절했어요."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시어머니의 표정이 시종일관 온화하셨다.


"레스토랑에서 실수가 많아 미안하다며 샴페인이랑 과일값은 안 받겠다고 하더구나."

"아, 진짜요? 그럼 용서가 되지요."

"이게 바로 신께서 하시는 일이지. 호텔 주차비로 손해를 봤지만 레스토랑에서는 무료로 대접을 받았으니 말이야."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제야 마음이 풀렸는데 아버님께서 불쑥 말씀하셨다.

"실수로 계산에서 빠진 거라며?"

그러자 우리 어머님 피식 웃으시며 대답하셨다.

"레스토랑직원들 교육도 하나도 안돼 있고 불친절한 데다 샴페인이랑 과일값은 계산서에 넣지도 않았더라고. 평소 같으면 잘못됐다고 말해줬을 텐데 오늘은 그럴 기분이 아니었지. 다 신께서 하신 일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어."

아 우리 시어머니의 표정이 온화하신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이러한 사정으로 모두 용서하신 것이다. 레스토랑도 호텔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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