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해주는 남자가 너무 잘생겨서 받아왔어."
나에게 있어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호텔조식이다. 7박 8일간 나는 아침마다 가장 행복했다.
항상 푸짐했던 내 접시에는 야채, 생선, 빵, 치즈, 과일, 디저트, 햄 등이 골고루 담겼다.
시어머니께서 커피 머신으로 가실 때면 나는 종종 "저는 디카페인 더블샷으로 카푸치노요!" 하고 외쳤다. 우리 친정엄마가 보셨다면 내 등짝을 한대 내리치셨겠지만 우리 어머님께서는 "그래 알았다."라고 친절하게 대답하실 뿐이다. 하루는 어머님께서 커피를 가지러 가셨을 때 아버님께 내가 이렇게 말씀드렸다.
"저 버릇없지요? 시어머니께 커피를 시키다니요."
"아니 아니, 전혀 안 그래."
"한국이었음 상상도 못 하거든요. 며느리가 갖다 드려야 하는데 시어머니께 주문하다니요."
이처럼 내가 매일아침 풍성하고 행복한 식사를 즐기고 있을 때 시부모님 두 분은 (아침에는 식욕이 별로 없으시다며) 주로 간단하게 드신 후 나를 기다려 주셨다.
그러던 어느 날, 식사를 다 끝내 신줄 알았던 어머님께서 웬일로 처음 보는 디저트를 한 접시 들고 오셨다.
"웬일로 디저트를 드세요?"
우리 어머님 싱글벙글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이거 해주는 남자가 너무 잘생겨서 받아왔어. 미슈, 이건 당신 드세요, 나는 배불러. 너도 빨리 가서 받아와. 진짜 잘 생겼는데 친절하기까지 해. 핸드폰 갖고 가. 사진 찍고 싶을 거야."
우리 어머님은 속사포처럼 말씀하시며 나를 부추기셨다. 나는 얼떨결에 어머님이 시키시는 대로 휴대폰을 쥐고 즉석 디저트코너로 가보았다. 뭐 잘생겨봤자...
오 진짜 잘생겼네...
핸드폰을 쥐고 옆에 어정쩡하게 서있었는데 이 남자 갑자기 "헬로"라고 하며 나를 향해 눈부시게 웃는 게 아닌가? 하마터면 나는 그 남자의 두 눈 속에서 반짝이고 있던 은하수에 빠져 익사할 뻔했다. 나는 수줍게 한번 웃어준 후 후다닥 자리로 돌아왔다.
"사진 찍었어? 보자 보자 보자!"
우리 어머님 좀 전에 왜 그리 흥분하셨는지 나도 이제 알 것 같다.
"그래도 우리 남편이 더 잘생겼어요..."
"에이 그거는 아니지."
"라고 말하고 싶다고요..."
"내가 일러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