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넛과 샌드위치 등을 파는 50대의 노점상이 있었다.
이 노점상은 관공서의 허락을 받고 하는 영업이 아니라 단속에 걸릴 까봐 항상 불안해하면서 영업을 하였다. 어느 추운 겨울날 노점상은 늘 하던 대로 퇴근 시간 무렵에 장사를 시작하려 도넛과 샌드위치, 삶은 계란과 따뜻한 우유를 리어카 좌판에 진열하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단속반이 들이닥쳤다.
단속반원들은 평소에는 말로만 철거하라고 했지만 오늘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도착하자마자 다짜고짜 리어카를 거세게 끌고 가려했다. 노점상 아저씨는 스스로 철거하겠다고 사정을 했지만 단속반들은 그날따라 막무가내였고 서로 몸싸움하는 과정에서 리어카 위에 진열되어 있던 도넛과 샌드위치, 삶은 계란이 길바닥에 널 부러져 버렸다.
이를 본 아저씨는 망연자실해져 도로 위에 털퍼덕 주저앉아 버렸다. 그럼에도 단속반원들은 리어카를 끌고 가려고 했다. 주변에 지나가던 행인들도 모두 쳐다보기만 할 뿐 아무도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그때 “아니 다 먹고살려고 하는 것인데 너무 하지 않나요?” 하며 지켜보던 어느 아주머니가 단속반에게 소리쳤다. 그러자 주변의 다른 사람들도 웅성대며 한 마디씩 거들자 그때서야 단속반들도 멈칫하며 단속의 손길을 멈추었다. 그렇게 잠시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그때 어느 말쑥한 정장 차림의 중년 신사가 뚜벅뚜벅 걸어 나와 길바닥에 떨어진 도넛을 몇 개 줍더니 멍하니 앉아 있는 아저씨에게 다가가 만 원짜리 한 장을 손에 쥐어 주며 “도넛 값입니다” 하며
갔다. 그러자 아까 소리쳤던 아주머니가 우유 몇 개를 집어 들더니 아저씨에게 “힘내세요” 하며 천 원짜리 지폐 몇 장을 지불했다. 그러자 어느 여학생은 땅에 떨어진 계란과 리어카 위에 있는 샌드위치를 집더니
“잘 먹을 게요” 하며 돈을 지불했다.
그렇게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씩 음식을 사기 위해 줄을 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채 10 분도 지나지 않아 땅바닥에 떨어진 음식과 리어카 진열대 위에 있던 모든 음식들이 다 팔려 버렸다.
마지막으로 남은 우유 하나를 사며 어느 할아버지는 천 원을 내며 아저씨의 어깨를 그저 말없이 두드려주고 돌아갔다.
그날은 살갗을 에듯이 추웠지만 마음만은 참 따듯한 퇴근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