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 남매 중 둘째로 태어난 50대 중년의 어느 주부는 오빠의 아들인 큰 조카가 대학 입시에서 의대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도 기뻤다. 일반 대학도 아닌 그 어렵다는 의대에 합격한 조카가 자랑스러웠고 그것은 오빠를 닮아 공부를 잘한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아이가 의대에 들어간 것보다 더 기뻐하였다.
사실 그녀의 오빠는 고등학교 때 전교 1,2등을 다툴 정도로 공부를 매우 잘하였다. 그러나 그녀의 오빠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중졸의 학력이다. 사업을 하던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해 부도를 맞아 모든 재산을 압류당하고 살던 집마저 처분하여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고 아버지마저 화병으로 돌아 가시자 졸지에 가장이 된 그녀의 오빠는 더 이상 고등학교를 다닐 수 없게 되었다.
어린 나이에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게 된 오빠는 자동차 정비공에서 배달 일까지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고생을 하였다. 이런 오빠의 희생으로 가족의 생계를 이어갔고 가족 모두 하루하루 힘든 나날을 보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갔고 그녀도 어느새 고3이 되었다.
그녀는 가정 형편 상 대학에 가지 못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사범대학을 지원해 합격하였다. 그러나 차마 가족에게 이 사실을 알릴 수 없어 그녀는 대학에 합격한 사실도 가족에게 숨기고 취직을 하기 위해 여기저기 알아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오빠가 그녀를 부르고는 누런 봉투 하나를 그녀에게 내밀었다. 봉투 안에는 만 원짜리 현금 다발이 들어 있었다. “우리 집안에도 대학 출신 한 명은 있어야 하지 않겠니? 오빠가 4년 내내 등록금을 다 해줄 자신은 없단다. 그러나 네 입학금만큼은 꼭 해주고 싶었다. 네가 열심히 공부하여 장학금도 받고 아르바이트도 하여 꼭 대학에 들어가 졸업을 해서 훌륭한 선생님이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그녀에 말했다.
오빠는 그녀가 사범대학에 합격한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오빠! 내가 어떻게 이 돈을 받아? 나는 그냥 합격한 것으로 만족해. 나도 이제 취직해서 집안에 도움이 될 게. 그동안 오빠 혼자 가족을 돌보느라 너무 고생했잖아”
그녀는 울면서 봉투를 오빠에게 돌려주었다. 그러자 오빠는 “아니야 너만은 꼭 대학에 보내주고 싶다. 이 오빠의 소원이니 꼭 들어다오” 하며 억지로 돈을 그녀에게 주었다.
그렇게 그녀는 사범대학에 입학해 선생님이 되어 지금까지 학교를 다닐 수 있게 되었다.
그 후 결혼은 한 오빠는 넉넉하지는 않지만 행복한 가정을 이루었고 아들 둘을 두었다. 그중에 큰 아들이 이번에 의대에 합격한 것이다.
그녀는 그녀의 오빠에게 편지를 썼다.
“오빠! 큰 조카가 의대에 합격해 너무 기뻐요. 다 오빠 닮아 머리가 좋아서 공부를 잘한 것이에요. 이제 우리 집안에 두 번째 대학생이 생긴 거네요. 삼십 년 전에 오빠가 제 등록금을 주시지 않았다면 저는 이렇게 선생님이 되지 못했을 거예요. 너무 감사드려요. 그것에 감히 비할 수 없지만 큰 조카 첫 입학금은 꼭 제가 낼 수 있게 해 주세요. “
삼십 년 동안 가슴에 품어왔던 오빠에 대한 감사가 드디어 편지에 담겨 세상 밖으로 나온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