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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누 Dec 06. 2020

19살에 300만 원 들고 캐나다로 왔다 #22

그리고 이민에 성공했다.


#22 재미없는 캐나다?




캐나다는 한국에 비해서 너무 재미없어요. 할게 하나도 없어요.



캐나다의 한인 유학생이나 워홀러들이 함께 입 모아 하는 얘기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도, 온라인 한인 커뮤니티를 봐도 한 달에 한 번은 들을 수 있는 얘기다. 하지만 정말 사실일까? 아직도 정답을 모르겠고, 굳이 정답을 찾으려 하지도 않지만, 나는 위 말에 공감할 수 없다. 


위 말을 하는 사람 중 열의 아홉은, 캐나다가 재미없는 가장 큰 이유가 유흥문화가 발달되지 않아서 라고 한다. 사실이기도, 아니기도 하다. 일단 한인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온타리오 주에선 모든 술집에서 2시 이후에 술 판매를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처럼 밤새 술 마시며 노는 게 불가능하다. 또 모든 알코올 주류는 LCBO 혹은 Beer Store이라는 정해진 곳에서만 구매가 가능한데, 평일은 저녁 9시 이후, 주말엔 6시 이후 술 구매가 불가능하다. 음주문화가 중요한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한국의 음주문화에 적응된 사람에겐 캐나다의 이런 정책들이 충분히 감점요소라고 생각한다. 이에 따라 홈파티 문화가 잘 갖추어졌지만, 100% 대체는 불가능하다.


한국에서는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기에 그렇게 재밌었나요?


반대로 묻고 싶다. 지인과 약속을 잡고 만나면 도대체 뭘 하며 놀길래 캐나다와 비교하는 걸까? 캠핑/문화/게임/취미/여행/운동/기타 등등,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가시간을 보내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나는 캐나다에 6년 넘게 살고 있고 한국에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여가활동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한국에서 할 수 없었던 것들이 캐나다에선 가능한 경우도 수없이 많았다. 


그럼 왜 다들 재미없다고 하는 걸까? 슬픈 현실이지만,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5년까지 있는 캐나다에 있는 워홀러들이나 유학생들은 캐나다의 문화를 깊게 경험할 기회가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섣불리 일반화할 순 없지만, 많은 유학생들은 짧은 영어 때문에 캐나다 현지인과 100% 어울리기 힘든 게 현실이고, 외로움을 달래려 자연스럽게 한국인 혹은 다른 국제학생들과 어울리게 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캐나다 현지인들이 어떻게 노는지 직접적으로 경험할 기회가 현저히 적을 수밖에 없다. 캐나다에서 한국처럼 놀려고 하자니 위에 말한 이유 때문에 비교적 재미없는 것도 사실이다. 


나는 운 좋게도 이런 고충 없이 재밌게 지내왔다. 우선 가장 친한 친구인 아내와 함께 온 것도 큰 힘이 되었으며 국제학교를 다닌 덕분에 영어가 크게 불편하지도 않았다. 또 도움이 됐던 건 좋은 친구들이었다. 첫 직장에서 좋은 친구들을 만났고 그들을 통해 캐나다의 문화를 직접적으로 경험할 기회가 너무나도 많았다. 심지어 문화/예술 업계에서 사귄 친구들이다.


캐나다가 재미없다며 지루해하는 유학생들에게 나는 취미를 가지라고 제안한다. 친구들과 먹고 마시며 노는 것 외에도 본인의 취미생활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면 더욱 지루할 틈이 없어진다고 믿는다. 실제로 내가 만난 현지인들은 취미가 하나씩은 있다. 야근과 추가 업무가 없는 캐나다이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나도 캐나다에 온 후 헬스, 주짓수, 스쿼시 등 새로운 취미생활을 시작했고 그 취미생활을 통해 좋은 인연을 쌓기도 했다. 


질책하는 글이 아니다. 내 경험이 정답도 아니다. 하지만 주어진 환경에 불평만 하는 것보단 새로운 환경에서 차선책을 찾아 안 그래도 힘든 타지 생활을 조금이라도 더 재밌게 보내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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