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story
동생과 함께 살기로 결정하자 나와 그와 그의 고양이가 한 집에 살게 되었다. 세 개의 방을 각자의 방과 옷방으로 정했고, 동생과 몽고라는 이름의 고양이는 한 방을 사용하기로 한 것 같다. 몽고는 집안을 자유롭게 돌아다녔지만 주 생활공간은 동생의 방이었고, 내 방엔 잘 오지 않았다. 어쩌다 방문을 해도 집을 보러 다닐 때 마음에 들지 않는 모델하우스를 건성으로 보다 나가는 것과 같은 모습이었다.
안는 것도 좀처럼 허락하지 않았고, 마주치면 쳐다보다가 그냥 동생에게 갈 뿐이었다. 어쩌다 동생이 외출하고 나와 둘만 남아도 그의 방에서 자거나 다른 곳을 돌아다닐 뿐 평소 생활과 차이는 없었다. 알려진 고양이의 이미지처럼 '도도하고 독립적인 그'였다. 상황을 보니 그는 이미 서열을 정한 것 같았고, 그의 그런 행동이 내게 상처가 되지는 않았다. 너무 쉽게 넘어오는 사람이 매력적이지 않듯이.
평범한 하루하루가 쌓이면서 시간은 점점 흘러, 몽고가 내 방의 창쪽의 작은 베란다에서 잔다거나 가끔 놀러 와 그의 마음이 내키는 시간 정도를 머물다가 가기도 했지만, 여전히 나보다는 동생인 그였다. 어쩌면 그는 '동생과 함께 새로운 공간에 살러 오니 내가 있었다'라는 생각으로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 역시 적응했지만 몽고를 안아보려는 간교한 시도는 멈추지 않았고 몽고 역시 안기지 않으려는 버둥거림을 멈추지 않았다.
고양이와 살게 되어 달라진 점이 있다면 가장 인상적인 것이 그의 '털이 날린다'라는 것이다. 그 털은 공기의 흐름과 바람의 방향에 따라 자유자재로 집안을 돌아다니는데 착륙하는 지점이 일정하지 않다는 것이 변수다. 냉장고에서 바로 꺼낸 김치부터 시작해 아끼는 미니드레스, pc의 커버가 부재인 키보드 사이라던가 심지어 나의 입까지! 그 지점은 참으로 방대하면서 다양했다. 그때마다 아무렇지 않게 처리하는 발 빠르면서 무덤덤한 나의 적응력으로 인해 문제스럽지 않은 나날이었다.
호기심 많은 고양이가 못 가는 곳이 있겠는가? 옷을 잔뜩 넣어둔 옷방의 문을 닫아 놓기는 힘든 관계로 아끼는 옷은 비닐커버를 사용했지만 그 비닐조차도 털이 묻게 되자 가장 좋은 방법으로 생각한 것이 밝은 계열의 옷을 입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의 털이 붙어 표시가 나는 어두운 색의 옷이 점점 줄어들자 사람도 밝아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물론 돌돌이가 근무태만이었던 것은 아니다. 날리는 털에 비해 그의 역량이 부족했을 뿐. 아니다. 돌돌이를 사용하는 나의 역량이 부족했을 뿐이다.
그리고 고양이는 의외로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동물이다. 밥을 먹는 시간과 깨어있는 시간이 일정한 편이었다. 자는 시간은 규칙, 불규칙을 따지기 모호하다. 그가 자고 싶을 때 잠들기 때문이었고, 하루의 16~20시간을 자는 특성 때문에 잠자는 삶을 사는 생명체였다. 그러다 보니 그의 자는 모습을 보는 일이 더 많았고 그와 함께 있는 집안은 고요하고 평화로웠다. 그러니 대체적으로 규칙적인 삶을 산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게 그의 생활패턴과 삶을 알아가는 시간이 되었고, 평범한 하루들의 평화로움은 따스한 햇살을 받을 때의 기분 좋은 안정감처럼 언제나 반복되기를 바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