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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턴 조신 Oct 21. 2020

눈눈냥냥

M&A story

이사를 온 후로 출근과 퇴근에 몽고의 마중이 있다. 동생이 누리던 것인데 이제 내가 누리며 흐뭇해한다. 고양이의 배웅이 이렇게 매력적이고 블랙홀 같은 것이란 걸 이전엔 모르고 살았으니 말이다. 다만, 그 우주를 담은 눈을 보고 있노라면 '회사 따위 잊고 생각 없이 살고 싶어 지는 기분'과 '하나님이 feel 받을 때 만든 건 이 놈이구나'라는 두 가지 생각이 교차하며 인생을 내던지지 못하고 나가야만 하는 것이 난제다.


그렇게 호사를 누린다고 생각했던 그의 배웅은 나에게 또 다른 걱정이 되어 다가왔다. 

내가 나갈 때 많이 울고, 돌아오면 더 많이 울었다. 이 분... 외로운 건가?

마치 하루 종일 있던 일과 왜 그리 늦었냐는 타박을 듣는 기분이 들게 냐옹 거리는 것이었다.

고양이는 하루의 16시간~20시간 정도를 잠으로 보낸다고 하지만 최소 8시간의 외로움을 누가 달래줄 건지 그의 혼자만의 시간이 걱정되었다. 동물 훈련사 강형욱 님에 의하면, 한 마리의 강아지가 외로워 보여서 다른 한 마리 입양하면 둘이 차 마시고, 공놀이하고 주인을 기다릴 것 같지만, 현관 앞에 앉아 주인 기다리는 강아지가 한 마리 더 느는 것뿐이라고 했다. 내가 그 당시에 이 말을 알았다면 상황이 달라졌을까?


나는 몽고의 친구를 찾기 시작했다. 발품도 팔아 오프라인의 펫 샵이나 몽고와 친구가 될만한 냥이가 있는 곳을 다니고, 온라인의 카페와 사이트를 찾아가며 그의 친구를 찾기에 혈안이 된 몇 달. 

온라인의 사진을 보고 몽고와 나이도 몸집도 비슷한 터키쉬 앙고라가 방문하기로 했다. 젊은 부부와 함께 살던 고양이인데 결혼을 해서 시댁으로 들어가면서 키울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인간의 사정은 언제나 변할 수 있기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온다지만 당시엔 이 이유로 많은 성묘가 버려지기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몽고는 어렸을 때부터 아가용 사료를 많이 먹지 못했기에 몸집이 큰 편은 아니었고, 사진의 터앙은 몽고와 아주 잘 놀 것 같은 몸집과 외모를 가지고 있어서 기대를 많이 하고 있었다. 드디어 방문하던 그날은 아침부터 몽고에게 친구가 올 거라며 신나서 자랑을 했는데, 약속시간이 되어 온 그 부부는 사진과 다른 호랑이를 우리에게 소개해 주었다. 그 당황스러움이란 소개팅에 만나기로 한 상대가 사진과 전혀 다를 때와 같은 기분이었다. 터앙의 특성상 긴 털이야 조금 다듬어주면 된다지만 골격 자체가 다른 고양이를 데려온 그때의 기억은 지금도 난감하다.


그렇게 몇 달을 시행착오를 거치며 몽고의 친구 찾기가 계속되다가, 같은 서울이지만 먼 거리의 가정집에 새끼 고양이를 만나기로 했다. 러시안블루라는 회색의 털과 멜론색 눈을 가진 오묘한 냥이였는데, 성묘에 대한 시행착오가 많아져서 새끼 냥이를 입양하기로 한 것이다. 조건은 우선 몽고와 잘 지내야 하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건강이었기 때문에 몽고의 장가가기 프로젝트를 생각해 본 결과 그는 다른 냥이에게 호의적이니 걱정 없고(장시간 차를 타고 우리 집에 와서 한껏 예민해진 호랑이 터앙에게 맞으면서도 그루밍을 시도하던 박애주의적인 몽고,) 새끼 냥이라면 몽고와 잘 지낼 것이라는 결론이었다.


어미가 여아 새끼 냥이를 6마리 낳았고, 그중 한 마리를 입양하기로 했는데 면역력이 좋길 바라는 마음에 다들 입양으로 떠나도 주인에게 부탁해서 2주 더 어미젖을 먹게 해달라고 했다. 배변훈련과 사료 먹기 등 세상에 적응을 한 러블 아깽이를 집에 데리고 왔는데, 결과적으로 태어난 지 두 달이 지난 냥이를 입양한 것이었다. 그녀의 첫 외출일 텐데 '냐옹' 한 번 하더니 이동장에서 꾸벅꾸벅 졸다가 잠들어 집까지 아무 말없이 도착했다.


그리고 이동장을 열자 러블(아직 이름이 없는 그녀)은 후다닥 몽고의 장난감 터널로 들어가더니 나란히 서서 그녀를 바라보는 우리에게 하악질을 했다. 그 하악질은 세상에서 가장 가소로운 외침이라 몽고와 나는 실소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굴러온 돌이 텃세를 하더니 이내 잠이 들었다. 제 집처럼....

눈에는 눈, 고양이에는 고양이.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길 바란 건 나뿐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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