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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턴 조신 Oct 22. 2020

쓰나미

M&A story

'고양이는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 힘들어해요.'

'고양이가 무서워서 2주간 구석에 숨어 나오지 않을 겁니다.'

'고양이는 사료도 물도 먹지 않고 숨어서 찾기도 힘들 거예요.'


입양한 고양이에 관해 이런 말 하신 분들....아닌 고양이가 여기있다고 알려주고 싶다!

개묘 차를 생각했어야 하는데, 다른 이의 의견에 휩쓸리기 전에 나의 사고 회로를 점검해보자는 교훈을 얻었다.

입양되어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이 어린 러시안블루는 이름 짓기부터 고민스러웠다. 생각해 둔 이름이 있지만 그녀의 사료 소비량과 적응 능력을 보면서 사막에 에어컨 빵빵하게 틀고 편의점 차릴 존재 같았다.


우선, 이름은 '앙쥬'라고 지으려 했는데 그녀가 사료를 먹고 몽고의 사료그릇을 털러 가는 것을 보고 '쓰나미'여야 한다는 강한 확신이 들기 시작하자, 고민스러웠다. 이가 나기 시작하는 아깽이는 사료를 물에 불려서 먹기 좋게 준비해 주는데, 앙쥬는 '어드득~' 하고 사료 먹는 소리가, 호랑이가 사냥감을 씹는 소리와 다를 바 없었다. 그리고 집에 오던 날, 몽고의 장난감 터널 속에서 오래 잠든 것을 제외하면 집에 적응 못하여 식음전폐를 하는 일은 전혀 없었으며, 짧은 다리로 집안을 구경하기 바빴다. 


입양한 고양이는 잘 있다는 인사를 하기 위해 전화했다가 들은 바로는 앙쥬는 '어미가 젖 물리기를 거부'한 아이였다고 한다. 먹성이 너무 좋아서 어미가 힘들어 했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앙쥬를 데려올 때도 쉽지는 않았다. 입양을 결정하면 귀에 펜으로 점을 찍어 표시해 주던데 데려갈 시간이 되면 어미의 그루밍으로 그놈이 그놈이 된다. 거기다 다 데려가고 마지막까지 남겨두고 어미의 젖을 먹게 했더니, 내가 데려오려 했던 아이는 다른 집으로 간 상태였고, 나는 한 마리 남은 러블 아깽이를 데려오게 된 것이다. 그것도 집안을 다 뒤져서 성인 3명이 포획한 후 가능한 일이었다.


입양하러 간 날, 지금 냥이가 숨어서 찾아야 한다는 말을 듣고 성인 3명이 집안을 찾았으나 찾기 힘들었고, 어렵게 찾은 장소는 책장 뒷부분, 옷장 뒷부분... 이런 식이다 보니 침대와 책장, 등의 가구를 들어내고 겨우 그녀를 잡았는데 얼굴이 내가 찜한 아이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이것은 우리의 운명! 상큼하게 데려오기로 한다!

그렇게 데려온 앙쥬는 모든 우리 집 환경이 자신을 위해 꾸며졌다고 생각하며 집안 곳곳을 편하게 사용했고, 사료 먹을 시간이 되면 어디에서 놀았든 간에 무척이나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 것이었다.


옛말도 있지 않은가? '튼튼하게만 자라 다오!'

많이 먹어도 좋으니 건강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키웠는데, 아가전용사료는 이미 몽고와 바꿔먹기 시작해서 의미 없는 먹거리가 되었고, 앙쥬는 집안을 돌며 입에 넣을 수 있는 것은 다 넣고 보는 배짱도 두둑했다.

앙쥬를 데려온 집엔 고양이가 9마리가 있었다. 그리고 그녀와 함께 태어난 새끼는 6마리였다. 고양이는 굶어 죽을 위기를 겪으면 '지금 꼭 먹어둬야 해.'라는 사고 회로가 생긴다는 말을 들었다. 앙쥬는 그 많은 고양이 속에서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먹었어야 하는지도 모른다. 아니다. 원래 먹성이 좋은 아이인데 이렇게라도 포장해 본다.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집이 리모델링이 되어있다. 먹다 먹다 장판도 뜯기 시작했으며, 박스나 포스트잇, 다리미판 등 씹을 수 있는 것은 다양하게 맛보고 즐기기를 반복하였다. 치아가 나고 빠지는 시기라 간질간질한 모양이다.무얼 씹어도 좋으니 목으로 넘기지만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꽤 많이 한 것도 이 시기라고 생각된다.

잘 먹기도 했지만, 놀기도 잘 놀고, 누리기도 잘 누리는 냥이였다. 몽고의 여러 장난감과 편의시설을 맘껏 사용했고, 몽고 역시 그런 앙쥬를 용납하는 행복한 관계인 것이다. 이렇게 그녀는 우리 집에서 앙쥬라는 이름으로 자연스럽게 가족이 되어 있었다.


아가는 잘때가 제일 이쁘다고 하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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