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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턴 조신 Oct 21. 2020

기다림

M&A story

동생은 발소리가 나지 않는다. 어떤 신발을 신어도 인기척 없이 오는 데 선수다. 그런 동생의 발소리를 듣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몽고다. 고양이가 청각이 좋다고 하지만 나에게는 신기하게만 느껴지는 일이다. 


당시 우리가 살던 1층 집은 골목을 좀 들어와야 했던 주택가인데, 그 골목의 시작부터 집까지는 짧은 거리는 아니었다. 정확한 길이는 기억나지 않으나 4~6분 정도 걸었다 싶어야 집이 보이는 상황인데, 골목의 시작에서 동생이 걸어오기 시작하면 몽고는 자다가도, 사료를 먹다가도, 화장실에서도 자신의 어느 상황이건 현관 앞으로 달려가 오롯하게 앉아 있는다. 그러면 정해진 몇 분이 흐르면 동생이 현관을 여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그때마다 동생의 반가운 목소리와 몽고의 '냐옹' 소리를 들으면서 늘 정확한 몽고의 청각과 한결같은 성실함에 감탄하곤 했다.


어느 날, 동생은 갑자기 해외지사로 발령이 났다. 당시 벤처기업으로 시작해 계속 성장하던 그 회사는 해외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었고 동생은 그곳으로 가야 했던 것이다. 예정에 없던 그의 출국은 나와 몽고에게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동생은 가게 되면 몽고는 함께 못 가니 내가 보살펴야 하는 점을 무척이나 미안해했는데, 나는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되어 그리 문제 되지 않았다. 그보다는 항상 볼 수 있던 하나밖에 없는 동생이 만나기도 힘든 해외로 가니 서운하고 혼란스러웠다. 그리고 현재 사는 곳은 혼자 살기에는 큰 집이라 생각되어 이사를 결심했고, 동생의 짐도 정리해야 하니 이래저래 할 일이 많아지는 상황이었지만, 동생이 막상 출국을 하고 나니 현실적인 부분은 문제가 아니라 할 일로 분류되었고, 문제는 몽고였다.


동생이 더 이상 집에 오지 않자 몽고는 동생이 올 시간이 되면 현관에 앉아 울기 시작했다. 달래도 보고, 위로도 해 보고, 한국어를 알아듣는다고 생각하며 상황을 설명해 주기도 하였으나 밤마다 그의 울음소리는 그치지 않고 계속되었다. 그러다 말겠지라고 안일하게 생각한 건 나의 착각이었고, 그런 날이 계속되자 나는 화가 나 참지 못하고 몽고를 찰싹찰싹 두 번 손으로 때리고 왜 그렇게 우냐고 다그쳤다. (지금까지도 너무나 후회스러운 행동이다. 이성이 없는 몽고에게 이성적으로 행동하길 바란 나의 무지함이 괴롭다.)


그러자, 몽고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흐르는 것이다!

아! 내가 진짜 이 작은 동물에게 무슨 짓을 한 건가? 정신이 돌아온 나는 몽고를 안고 엉엉 울었고, 난 1시간가량을 몽고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며 많이도 울었다. 그리고 동생이 간 이유를 설명해주고, 앞으로의 삶이 달라질 것을 이야기했다. 그렇게 동생 없는 쓸쓸한 밤을 둘이 보내고 다음 날부터 몽고는 동생이 올 시간에 현관에 앉지도 않았고, 울지도 않았다.


다만, 며칠 동안 동생의 방에서 자더니 그 후부터는 나와 함께 잠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주 가끔이었지만 몽고가 거실에 나가 들어오지 않는 밤이면, 현관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곤 했다. 물론 나는 그런 그에게 말을 걸지 않았지만 그 알 수 없는 작은 마음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모른척했다.


고양이.

원래 다 이런 동물인 건가? 

고양이가 울어? 그리고 내가 한 말을 알아들은 거야?

나를 위로해 준 일도, 이번 동생의 일도 몽고는 인간의 정서를 헤아릴 줄 안다는 것인가?

궁금증은 많고 고양이 초보였던 나는 이 생명체가 그저 신기하기만 했다.




불타는 사랑도 잠잠해지면 관계에 대해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사랑이 식어서가 아니라 사랑을 더욱 사랑답게 지켜가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몽고가 이제는 '내 고양이'가 되었다고 생각되어 나는 몽고에 대해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사서 읽고, 고양이 정보와 상식을 찾아보고, 고양이 카페에도 가입하여 여러 정보를 공부했다. 모든 것이 인간이 정해 놓은 이야기겠지만 내가 무지해서 몽고에게 해를 끼치는 일은 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고양이는 잘못을 했을 때, 그러지 말라는 말과 함께 코를 찡긋 눌러주어도 알아듣는다고 한다.

(개묘의 차이가 있겠지만 실제 실험해 보니 몽고에게는 효과가 있었다.) 

동물을 키우는 데는 책임감과 경제력도 필요하지만 그에 따른 학습도 절실히 필요하다.

그래서 오늘 나는 서툴러도 함께하는 몽고에게 모자란 행동을 하지 않으려 애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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