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하와이 석달살이를 준비하면서, 기존 방문의 경험과 검색 등으로 미리 알고 준비한 부분과, 나는 미처 몰랐지만 미리 알았더라면 좋았을 부분들을 정리해 보겠다.
일단, 하와이의 여름이라면 에어컨이 있는 걸로 고르는 것이 좋다.
사시사철 여름인 곳에 어디든 에어컨은 당연히 있겠지, 하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에어비ㅇㅂ 숙소 중에는 에어컨이 없어도 바람이 잘 드네 하고 주장하는 곳들이 있고, 하와이가 한국보다는 안 덥고 저녁이 되면 선선해지는 편이긴 하지만 그래도 낮에는 28에 밤에도 20도를 넘기 때문에 역시 에어컨이 있는 숙소를 고른 것은 잘 한 결정이었다는 결론. 씰링팬도 상당히 도움이 되었다.
집에 도착해서 에어컨의 소음이 없어진 것은 너무나 반가운 일이었지만.
( 많은 무지한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알래스카도 백야가 있는 여름에는 학교, 오피스, 레스토랑들은 물론이고 개인 주택도 남향은 오후에 이따금 열대야가 생길 정도이므로 에어컨이 있는 게 그닥 신기한 일이 아니지만 우리 집은 메인 창이 북동향이라 없어도 될 뿐이다)
단, 하와이도 12월에서 4월까지는 최고 26도 최저 20도 정도로 우기인 겨울이라는 게 존재하기는 하므로 겨울이라면 에어컨이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될 것 같다. 이왕 뭐든 있는 게 좋을 것 같지만 이것을 알아두는 게 중요한 이유는 에어컨이 없어도 된다면 숙소 선택의 폭이 더 넓어지기 때문이다.
장기숙박이라면 숙소위치를 와이키키가 아니라 조금이라도 알라모아나 쪽에 가까운 곳으로 잡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다.
앞서 하와이 교통수단 정보에서 자세히 논했지만, 잠시 놀다 갈 거면 당연히 와이키키가 옵션도 많지만, 장기를 머무르면서 차를 렌트하지 않을 것이라면 비치는 그야말로 어디에나 있으므로 와이키키가 중요한 건 아니다.
하와이는 물가 감안하면 렌터카 자체도 비싸겠지만 땅이 좁아서 파킹이 비싸고 웬만한 숙소는 무료파킹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라도 렌트하기가 힘들다. 우리도 하루 이틀 빌려서 좀 먼 곳을 자유롭게 돌아다닐까 생각하다가도 숙소에 파킹랏이 없어서 포기했다.
1) 계약하기 전 숙소와 긴밀히 연락을 취해서 (돈을 내는 순간 태도는 돌변하기 마련인 것은 국제법에 기재되어 있는 모양이므로 꼭 페이 버튼을 누르기 전에, 즉 아직 내가 갑일 때 모든 질문을 하도록 하자!) 숙소에 무엇이 있는지 치사할 정도로 꼼꼼히 확인하자.
나는 혹시나 하고 버릴 셈 치는 젓가락과 수저, 과도 같은 것을 싸왔으나, 상점에서 도시락이나 간단한 먹거리를 살 때마다 소독저를 잘도 주는 데다, 숙소에 싸구려 기본 접시와 수저/포크/나이프가 있었다. 국자나 뒤지개등 조리 도구는 뜨거운 물에 담글 때마다 납성분이 구수한 보리차 우러나듯 스멀스멀 기어 나오게 생긴 싸구려 물건이었지만 말이다. (버리고 새로 사서 쓰다 버리고 오려다 폼롤러와 매트가 한구석에서 나를 노려보기에 환경보호에 나의 건강을 담보로 맡겼다)
그러나, ‘살림살이가 갖추어져 있다’고 해서 '대충 살려고' 그냥 갔더니, 6인용 쯤 되는 '커다란' 국냄비와 커다란 wok이 하나 있을 뿐 주전자는 녹이 슬어 쓸 수 없는 상태라(그런 건 버리세요 호스트님, 괜히 없느니만 못한 인상을 줍니다) 단 둘 살림이 많이 불편했고, 10인용 커피머신으로 석 달 동안 일 인분 커피를 만들어 먹는 게 고생스러워서 가끔 사 먹는 뜨거운 맛있는 커피 한 잔이 하와이에서 제일 맛있는 음료수였다 (나는 쪄죽뜨). 물론 맥봉 좋아하시는 분들은 한인마트에서 하와이 감안 적절한 가격으로 한 상자 들이셔도 문제없다.
우스운 것은 도착하기 전 혹시 밥통이 있는지 문의했으나 답이 없길래, 없구나 싶어 우리 집 3인용 ㅋㄲㄹ 전자밥솥을 싸가지고 갔는데 밥이 푸슬거려서 그렇지 그럭저럭 쓸만한, 아마ㅈ에서 30불이면 사는 미제밥솥이 숙소에 있었다. 에어비엔비는 커뮤니케이션이 최중요인데 왜 두고도 답을 안 해서 점수를 잃죠?
2)그리고, 뜻밖에(?) 중요한 건, 늘 집에 있어서 당연한 것들 중에서도 ‘나는 이게 없으면 삶의 질 떨어진다’ 싶은 것은 가져올 수 있으면 가져오는 게 좋다. 하와이는 뭐든 비싸니까.
그렇지 않으면, 버릴 셈 치고 주소를 받는 데로 아마존에서 구입해서 숙소로 주문을 해 놓는 수도 있다. 나의 경우는 고질적인 등통증이 있어서 매트와 폼롤러가 꼭 있어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했다. 한국에 가서도 호텔로 주문하고 한 달 동안 쓰고 버리고 왔다. 환경에는 대단히 미안하지만 다행히 숙소 아파트는 우리 같은 뜨내기가 많이 있는 곳이어서 나눔의 장소가 있어서 다행이었는데 (이곳에서 우리도 깨끗한 물놀이용 보드를 한 개 줍기도 했다) 그런 걸 다 가방에 넣어가지고 다니면 하와이 커피 사 갈 자리가 없
3) 쇼핑백
얼마 전부터 하와이는 환경보호의 일환으로 슈퍼마켓이나 상점에서 비닐봉지를 주지 않는다.
우리 동네는 아직 아니지만 나는 동부나 서부에서 이미 경험해 본 일이 있어서 미리 검색해서 알고 쇼핑백을 넉넉히 준비해 갔고 아주 요긴하게 쓰였다.
대한의 민국인들이라면 모두 장바구니가 집에 있으실 테니 챙겨 오시고, 한국에서 이미 천 장바구니를 쓰며 사셨더라도 재래시장에서는 여전히 검정 봉다리를 잘 주기도 하고, 차를 타야 할 정도의 거리에서 장을 본다면 차를 몰고 가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으니, 버스 타고 장 보러 다니실 거면 가벼운 백팩을 하나씩 매고 오시면 쌀이나 김치 등, 다소 무거운 것을 사 올 때 더욱 좋을 것이다.
깜박 잊고 가면 한국처럼 쓰레기봉투를 주는 게 아니라 돈을 내도 비닐봉지가 아니라 종이봉투를 주기 때문에 다들 그 참에 기념품 조로 돈을 조금 더 주고 (4-5불 정도면 하나 살 것이다) 약간 튼튼한 ‘재활용 용’ 백들을 사서 하와이에 있는 동안 쓰다 가는 사람도 더러 보인다. 앞서 쇼핑 정보에서 말한 ABC 마트 가방도 이 중 하나이다.
알래스카는 그래도 웰스파고라도 들어와있는데 왜인지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하와이에는 하와이 주 뱅크 말고는 네셔널 뱅크가 없다.
그래서, 미국 본토에서 오셨다 하더라도 혹시 하와이 뱅크 ATM 머신을 사용하면 높은 수수료를 내야하므로 현금을 미리 넉넉히 챙겨오시면 좋겠다. 요즘은 웬만하면 카드 하나면 세계여행이 가능한 세상이라 이번 한국 여행에서 어느 고릿작에 박혀있다 발굴된 먼지쌓인 여행자 수표 몇천불 현금화하는데도 애를 먹었을 정도지만, 먹거리 정보에서 알려드렸듯이, 치사하게현금을 내면 더 싼 곳이 군데군데 있기도 하고, 교통수단 정보에서 알려드렸듯이 버스 카드 사려면 현금으로 사야하니까 현금이 좀 쓰인다.
수수료따위는 신경 안 쓰신다는 그대는!
멋지십니다..쭈굴쭈굴
1) 물
한국사람들은 어떤지 모르지만 알래스카에서는 생각 못했던 것 중의 또 하나가, 하와이는 더운 곳이라서 그런지 수돗물에서 클로라인 냄새가 많이 났다. 정수기를 쓰거나 생수를 사 먹으면 되겠지만 마시는 물은 몰라도 모든 요리를 모두 작은 생수병으로 감당할 수 없고 큰 통은 차가 없으면 사 오기 힘들어서 항상 물은 찬물꼭지에서 찬물이 나오도록 오래오래 틀어서 받아서 냄새가 좀 날아가게 두었다가 끓여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썼다. (그래도 늘 희미한 소독약의 보랏빛 향기가 좀 났다)
그리고 한국도 이 정도인지는 모르지만, 무슨 새만금 야영장도 아닌데 아무튼 냉수 쪽을 아무리 틀어도 '아주 찬물'은 영영 나오지 않아서 국수를 삶아서 아무리 열심히 헹구어도 늘 어딘지 불어 터진 느낌이 드는 걸 먹어야 했던 것도 이미 아련한 추억이다. 숙소에 아이스트레이가 있는지 확인하고, 없다면 다이소에서 하나 사가자.
2) 보관용기
나는 한국에 가면 한 달 넘게 지내도 매일 샴푸 비누 갈아주고 룸서비스해주는 호텔에서 머무르며 아침 빼고는 모든 끼니를 사 먹는 생활을 해온 지 오래라 내가 또 생각 못했던 것이, 집이 아닌 곳에서 '살림'을 하려면 남은 음식 보관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매 끼니를 일품요리로 새로 해야 하니 비치고 훌라고 뭐고 매일 밥만 하다 볼 일 다 본다!
그렇다고 타파통을 바리바리 싸 올 수는 없으니 아쉬운 데로 지퍼백이라도 급하게 와이키키에서 사려고 하면 비싸니 다이ㅅ 물건으로 적당한 크기 한 상자 챙겨 오면 좋다. (호놀룰루에도 다이ㅅ가 적어도 두 군데 있는데 그다지 크지 않고 아무래도 모든 게 한국 다이ㅅ보다 비싸다)
하지만 당황하지 마시라! 하와이의 테이크아웃이나 도시락 포장용기는 제법 견고해서 이 부분은 차차 ‘대충’ 해결되었다.
3) 지상낙원에서 자연과 하나가 되는 삶
하와이는 더운 곳이니 당연히 개미, 바퀴벌레 등 벌레도 많고 귀여운 초록 도마뱀도 집에 들어온다.
그러나 다행히 뱀은 없다고 하니, 플로리다나 미시시피 등 처럼 변기에 앉아서 명상하다가 뱀을 만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번에 그대가 모시고 들어가지만 않으면.
라나이(하와이의 발코니를 이르는 말)를 내다보면 예쁜 새도 날아들지만, 게으른 비둘기가 마치 찜질방이라도 온 듯 느긋하게 눈을 감고 졸고 있기도 하다. 문을 열고 내다봐도 위협을 느꼈다기보다는 마치 드디어 기다리던 때밀이 차례가 돌아오기라도 한 듯 천천히 일어나서 떠나간다.
4)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 그 이름은 모기
와이키키에는 모기가 없었다!
이것은 우리에게 세계 8대 불가사의의 하나로 남는다. 그 참 이상하다!
숙소의 발코니 유리문에 틈이 있어서 사실상 모기로부터 무방비상태였는데도 (모기향을 가져가긴 했다) 석 달 동안 모기는 우리 둘 다 한 번도 물리지 않았고, 돌아다니면서도, 산에 올라가서도 물리지 않았다.
단 한방도.
우리는 특별히 안 물리는 타입도 아니고 (나는 특히 물리면 모기가 문게 맞느냐고 물어들 올 정도로 심하게 붓고 멍이 들기도 하는 편이다), 석달이나 살았다보니, 종종 거리 바닥 물청소 하는 것도 보고 나무에 소독약 치는 것은 봤는데 딱히 풀숲이나 고인 물 등 모기가 있을 법한 곳에 약을 치고 다니는 것을 본 적도 없다.
"하와이에는, 혹은 와이키키에는 모기가 없다" 고 현재형, 사실 묘사형으로 말하는 건 아니다.(열 번 강조)
하지만, 5월에 한국에서 알래스카로 잠시 돌아와 일주일 후 다시 하와이로 떠나기 전, 화분 관리하러 잠시 발코니에 나갔다가 기어이 주먹만 한 모기에 물린 사람으로서는(원래 모기는 추운지방으로 갈수록 더 사납다고는 한다) 이게 너무나 이상해서 아무리 검색을 해봐도 하와이에도 틀림없이 모기가 있다고 한다. (1800년대 중반까지는 없었는데 외부 유입되었다고 한다누구냐모기같은것을 밀수한사람은)
다른 지역에는 안 살아봐서 모르겠고, 적어도 와이키키는 쓰레기를 거의 매일 치워가고, 쓰레기차를 몇 번 만난 경험에 의하면 그렇지 않으면 주택가의 냄새가 엄청날 것이라고 추측되는 지라, 혹시 그래서 주택가에서는 모기가 해결(?)된 것인가 하지만 지금까지 답은 모른다.
이 부분 기꺼이 제보 환영.
5) 워크인 클리닉 urgent clinic
큰일이 생기면 당연히 응급실에 가야 하지만, 그렇게 비싼 값을 치르기에는 별 것 아니라도 피서지에서 열사병이라도 걸리거나 파인애플 썰어 먹다 손이라도 심하게 벨 경우를 대비해서 와이키키 주변에 충분히 산재해 있는 24시간 urgernt clinic의 위치를 파악해 두고 마음에 평화를 얻자. 나는 건강하니까,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람일은 모르는 법이다. 코로나라는 게 생길 줄 미리 안 사람이라면 모를까.
미국에 보험이 있으면 똑같이 보험 처리하면 되지만, 외국인일 경우 보통 워크인 클리닉에서는 '보험 없으면 할인'가격을 제시한다. (가진 보험이 코페이내면 코페이만 내면 되니까, 그리고 디덕터블이 있으면 혹시 나중에 병원에 다시 가야 할 경우를 대비해서 디덕터블을 까는 게 좋으니까 보험이 있으면 그럴 이유가 없지만)
한국보다야 비싸지만 그래도 할인은 할인이다.
다음회에서는 드디어 그래서 도대체 하와이 석 달 사이에 얼마나 들었는지 최종 보고를 해보도록 하겠다.
개봉박두!
#한달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