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하와이 석 달 살이 지출 정산 보고 및 뜬금 부동산 투자 정보(?
에어비엔ㅂ에서 숙소를 검색해 보면 대략 와이키키 근처 최저가는 한 달에 1500불 정도로 나온다. 하지만 그런 집은 조금 마이 아쉽고, 그래서 흐르는 강물을 거슬러 올라 올라가다 보면 1800불 정도로 잡히는 선에서 들어가 더 알아보면 이것저것 더 붙은 다음에, 다시 등치고 배 문지르는 격으로 장기 할인을 해서, 한 달에 2000불 정도에서 역시 좀 아쉽지만 그럭저럭 쓸만한 퀸/더블 이나 소파베드라도 2 beds 원룸들이 있다. 대충 박당 70불 정도 꼴이니까 아무래도 롱 스테이 호텔보다는 저렴하다. (냉장고가 필요하니까)
나는 석 달이라 석 달이 쭉 비어있는 곳을 찾아야 해서 더 운신의 폭이 좁았는데, 하와이는 애초에 장기 임대만 되는 숙소도 많으니까(밑에 이유 참조) 엇비슷할 것 같기도 하다.
물론 '하룻밤에' 2000불인 집도 많은데, 그런 집은 여러 명이 와서 풍광 좋은 집에서 지내면 적당하다고 홍보한다. 어쩐지 말이 되는 듯도솔깃.
부동산이 비싼 곳은 에어비엔ㅂ도 당연히 더 비싸다.
그리고 미국에서 가장 물가가 높은 주는 단연 하와이다. 나는 입 아프고 그대는 귀 아프고
알래스카와 하와이의 '먹고사는' 물가가 비싼 이유는 명백하다.
물류. 같은 미국이라도 본토와 떨어져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이 배로 느리게 들어가거나 비싼 비행기를 타셔야 하니 물자 조달에 비용이 더 들어가기 때문이다. 알래스카나 하와이에 좀 살다 보면 바다를 가로지르는 색색의 예쁜 요트가 아니라 위풍당당하게 물자를 조달하러 오는 화물선이 바닷가에서 가장 아름다운 배로 보이게 될 것을 장담한다.
그러나 알래스카는 아무래도 특별히 임금을 많이 주지 않는 한에는 ( 임금 수준은 높은 편이긴 하다. 그래야 오지. 알아요 알아) 사람들이 다른 주에 비해 살기 선호하는 지역은 아니다 보니 (아 알아요 알아) 상대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별로 높지 않고 한국과 달리 물건을 산 뒤에 붙어서 어딘가 사기당하는 느낌이 드는 sales tax판매세도 내지 않기 때문에, 아쉽게도(?) 물가 순위에서 미국 10위에 그친다.
뉴욕과 매사추세츠 등 동부 몇 개 주나 캘리포니아가 물류 여건이 좋음에도 불구하고 알래스카를 제친 이유는 대충 '그래도 되기 때문'이라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오려고 앞을 다투는 곳이니까 세금도 높고 부동산도 비싸도 사람들이 자꾸 몰려온다
그러니 게다가 무려 지상낙원이신 하와이께서 더구나 섬이라 땅덩어리까지 좁으니, 부동산 가격도 높아, 단연 미국에서 가장 비싼 주 1위 등극!
하와이에 베케이션 홈을 사놓고 알래스카 겨울에 놀러 오고, 비어있는 동안은 에어비엔ㅂ에라도 내놓으면 비어있는 동안 관리 비용에 보탬이 좀 될까 싶어서, 놀면 뭐 하나 있는 동안 심심풀이 땅콩 오징어로 부동산을 기웃거려 보았음을 여기서 고백한다. (이 연재를 쓰고 있는 도중에 마침 하와이에 있다는 송중기라는 배우의 하와이 콘도 기사를 우연히 접했다)
한국에 갈 때마다 가족들이며 친구들이 집이 무슨 요즘 인기 있는 패딩 가방이나 되듯 이참에(어떤 참에?) '집 한 채 사놓으라'는 걸 보니 대한투더민국은 집이 엑스트라사이즈 비트코인인 모양인가 보다 여기고는 있지만, 한국은 사실 집을 사놓아도 전세며 월세며 관리할 사람도 없는데 ( 함께 나이 들어가시는 형제들께오서 관리해 준다고들 말씀은 하시지만 넘, 특히 가까운 넘(?)이 더 부려먹기가 말처럼 쉽지 않지 말입니다) 미국은 외려 돈이 좀 들어도 눈 딱 감고 관리업체에 맡기면 된다.
* 여기서 잠깐, 한국인들은 집값이 떨어지면 떨어지니까 지금 사야 한다고 하고, 오르면 오르니까 바로 지금 사야 한다고 하는데, 나의 의문은 :
1)그럼 집은 언제 사지 말아야 하는가
2) 집값이 빠진다는 말과 물량이 빠진다는 말의 빠진다는 말과 밑이 빠진다는 말은 같은 뜻인가 다른 뜻인가
주택은 관리를 잘하지 않으면 크고 작은 문제가 계속 일어나게 되어있으니 주택을 원격 관리하기는 골치 아플 것 같고, 일단 콘도가 바람직해 보였다.
대부분의 미국은 콘도나 아파트(아파트라고 하면 주로 렌트고 소유하는 '아파트'는 콘도나 타운홈이라고 한다)는 서민층이 사는 곳이고 미국인들은 대개 주택을 선호하지만 하와이는 땅덩어리가 좁다 보니 한국처럼 중산층에도 콘도가 선호주거형태이고, 풀장이나 피트니스 시설 등 부대시설이 좋은 한국 기준 20평 남짓 아담한 크기의 원룸/스튜디오가 한화로 가뿐하게(?) 5억 정도씩 했다.
아이고 바닷가의 풍광 좋은 집은 몇십억씩 하는 건 물론이다.
하와이 토박이 친구가 말하길, 바다 수위 높아져서 파도에 쓸려나가기 일보직전인 집들도 그런 곳에 살 정도로 돈 있는 사람들이니까 괜찮다고 한다?
그럼 보험료도 비싸겠네, 물었더니
누가 그런 집에 보험을 해 주냔다??
그래서 어머 그러면 어떡하냐고 했더니,
그런데 사는 사람들은 돈 많은 사람들이니 보험 없어도 된단다???
아무튼, 무엇보다, 외부인이 우리 같은 생각을 가지고 부동산을 잠식하는 것을 막기 위함인지 지역별로 단기 임대, 장기 임대 가능 룰이 다르다. 이런 걸 잘 알아보고 사지 않으면 비어있는 기간에 관리비만 내는 수가 있다.
지상 낙원에서는 돈 놓고 돈 먹기도 쉽지 않구나.
주머니에 손을 아주 깊숙히 찔러넣어 보았다.
빚을 극도로 싫어해서 늦도록 그냥 렌트로 살다가 결국 현금박치기로 집을 산 사람인 내가,
주머니 뒤집어 탈탈 털어 대략 현재 여유 현금과 주머니에서 함께 떨어진 먼지와 씹다 뱉어 싸놓은 껌까지 다 때려 넣어,
에라 기분이다 이참에 하와이에 아담한 콘도를 하나,
갑자기?
내가?
왜?
그래서 접었다는 이야기 쿨럭
내가 있는 동안 코로나 후로 다시 경기가 살아나는지 사방에 아파트가 시끄럽고 먼지나게 올라가는 공사를 하는 모습이 보였고, 외부인 돈이 들어오는 것을 관리한다면 수요와 공급의 분명 영향을 받을 것이다.
비싸다고 했지 빨리 오른다고도 떨어지지 않는다고도 하지는 않았다.
이렇게 물가가 비싼 오아후에서 나처럼 오랫동안 머무르며 '살림'을 좀 해야 하는 분들은 물론 와이키키를 벗어나 체인 슈퍼마켓을 찾아가야 한다.
와이키키 동쪽 끝에 있는 food pantry푸드팬트리부터 시작해서, safeway, walmart (supercenter가 아니라서 그런지 소시지 등 가공육은 있지만 정육은 팔지 않는다)등 내셔널 체인슈퍼마켓, 믿고 찾는 코슷코와 호울푸즈도 있고, 알라모아나 쇼핑센터 등에 있는 하와이 슈퍼체인 푸드랜드, 니지야, 미쯔야, 돈키호테 등 일본 마켓, 에이치마트, 팔라마 슈퍼 등 한국마켓을 이용하면 와이키키보다는 저렴하게 장을 볼 수 있긴 하다.
슈퍼마켓으로 검색하면 다 나올 걸 잔소리하는 것 같지만, 이 ABC 마트는 도대체 전생에 하와이를 살렸는지(보다는 구글한테 밥을 샀겠죠) 뭘 검색해도 처음에는 ABC만 잡혀서 하와이에 존재하는 슈퍼마켓 이름들을 집어 드리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하와이는 생필품과 기본 먹거리 물가가 알래스카보다도 두 배 세배 비싼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내가 살아 본 주 중에서는 미국 정 중앙에 자리한 노스다코타가 제일 물가가 쌌다. 모든 게 육로조달로 물류도 쉽고 부동산도 비싸지 않았으니까), '한달살이' 정도라면 괜히 떠날 때 버려야 하는 비싼 재료 사서 냉장고 채우느니 한인마트에서 김치와 몇 가지 밑반찬 정도 사놓고 조리된 음식을 사서 밥에 보태서 드시는 것이 남는 장사일 것이라는 의견이다.
세제나 휴지처럼 많이 사지 않으면 억울하게 비싼 것들은 임시 살림은 많이 사서 쟁일 수도 없고, 늘 집에서 갖춰진 살림을 하다가 사뭇 졸지 캠핑과도 같은 생활을 해보면 아무리 요리가 취미가 아니더라도 뭐든 음식을 좀 해 먹으려면 간장과 소금만 있으면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어쩐지 아무리 줄이고 줄여도 부엌 찬장에 뭐가 그리 많이 들었다 했어. 터덜터덜.
우리는 모두 각자, 수입도, 예산도 다르고, 우선순위와 취향도 다르기 때문에, 따라서,
하와이 한 달 살이는 얼마나 있어야 한다
고 단언해서 결론을 내드리긴 힘든 게 사실이다. (그러나 최종숫자는 밑에 있습니다. 인내는 성공의 어머니).
일단 항공권은 출발지역에 따라서도 다르지만 (라스베이거스는 일단 도박에 돈을 쓰게 하려면 일단 불러들이는 게 중요해서 호텔과 어디서 출발하나 항공권이 조금 싼 편이라지만) 우리는 알래스카에서 왕복 950불 정도였다. (더 거리가 있는 동부에서 아이가 올 때도 더 비쌌다), 이상적인 숙소 가격도 천차만별에 사람은 먹고사는 방식도 천차만별이니 말이다. 가령 나는 어디 가나 숙소는 잠만 자는 곳이니 어디서 제공받는 게 아니면(!) 대충 적당하면 된다는 주의인데, 내 동생은 호텔이 제일 중요하다고도 한다.
우리는 본래 아침은 빵으로 간단히 먹지만,
지내는 동안 에코가 연구소에 나가는 주중에는 간단한 도시락을 싸 보냈고 집에서 주로 밥을 해 먹었긴 하지만,
일주일에 적어도 두서너 끼는 사 먹었고 (하와이에서만 먹을 수 있는 건 있을 때 먹어줘야 후회 안 한다),
밥만 먹는 게 아니라 간식, 군것질, 과일 등도 먹고,
교통비도 들었고,
가슴이 뛰게 하는 것이 있으면 ‘쓸데없는 것도’ 분명 전혀 안 쓴 것은 아니었다.
단, 우리는, 에코의 항공편은 초청받은 곳으로부터 제공받았고, 나는 알래스카 항공 비자카드 멤버십으로 일 년에 한 번 나오는 '표 하나 사면 또 하나는 99불(수수료 더해서 사실은 123불)'만 내면 되는 딜을 이용했고, 숙소와 공항 간의 이동수단도 제공받았다.
그래서 석 달 후 나는 하와이의 연구소에서 받은 월 5천 불 중 최종 반달치 정도가 남았지만, 그건 우리는 거의 들지 않은 항공비로 ‘간주’하면,
2인 기준 총 만 오천 불이 석 달 동안 다 든 거라고 볼 수 있다.
(넷플릭ㅅ나 통신비, 전기료, 알래스카 집 관리비 등 에코 본업(?)으로 어차피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에서 다달이 나가고 있었을 집 기본 지출은 ‘하와이 지출’에서는 제외했다).
다만, 항공비도 그렇고 아무래도 기본 생필품들을 갖추느라고 석 달 중에서 첫 달이 가장 지출이 많았고, 뒤로 갈수록 슬슬 이골도 나고 해서 지출이 줄은 거니까, 정확히 한 달 5천 불로 나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참고하시기 바란다. (오래 있을수록 남는 장사라니 규모의 경제야 박리다매야 뭐야)
제주도 한달살이가 얼마나 드는지 '전혀' 모르지만, 이 정도면 첫날 계란 더즌(12개)에 8불 (우리 동네는 3불 미만) 가격을 보고 놀란 날카로운 첫인상의 추억 감안, 무려 지상낙원에서(?) 석 달 보내는 비용으로 ‘지레 절레절레 포기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되는데, 물론 다른 의견도 있겠다.
크루즈에 열흘 갇혀(?) 있을래
지상낙원에서 한 달 살래,
정도랄까? 껄껄.
#한달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