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숨은 연못 Sep 29. 2023

하와이의 무지개는 비가 올 거라는 약속

15) 하와이에 뜨는 무지개의 특징(?)

오아후 섬은, 내가 가 있는 내내, 마우이 화재를 조장한 허리케인 도라가 지나가던 이틀 '포함', 본격적으로 흐린 날이 하루도 없었을 정도로 여름에는 아무튼 내내 새파란 하늘에 뙤약볕 쨍쨍이다. 

그래도 중간중간 갑자기, 소나기랄 것도 없는 반가운 가랑비가 몇 분 스르르 지나가곤 한다.  

한국인은 뱀파이어처럼 해를 몹시 두려워하며 한편 비를 맞으면 또 죽기라도 하는 양 정류장에서 10미터 떨어진 지하철역까지도 우산을 쓰고 가는 반면, 미국에 머무르러 오는 분들의 첫인상 중에 미국인들은 우산을 잘 안 쓴다는 것일 정도로 미국에서는 대개 아무도 우산을 쓰지 않는데 (산성비라서 맞으면 머리가 빠진다고 하는데 그렇다고 미국인들의 머리숱 적은 사람의 비율이 딱히 높은 것 같지는 않다), 와이키키는 관광지다 보니 외국인이 많아서 그런가 비가 조금이라도 오면 상점이나 처마밑으로 들어가 비를 긋고 가는 사람들이 많아서 나는 그게 재미있고 신기했다. 

하지만 하와이에서는 여름에 비가 오면 맞아두는 것이 좋다. 

비는 절대 오래가지 않고 그치자마자 금세 더우니까


그리고 주목할 것은, 와이키키에서는 비가 오기 '전에' 종종 무지개가 뜨곤 한다는 것이다. 

Waikiki 에는 그렇게 가랑비가 지나갈 때마다 아주 선명한 무지개가 그리고 퍽 오래 여유 있게 뜬다. 

허둥지둥 폰을 꺼내다 폰 떨어뜨려서 비싼 아이폰에 모래 들어가 가며 사진을 찍으려 들을 필요가 없을 정도다. (탄성을 올리며 서둘러 사진을 찍는 사람은 막 도착한 관광객 인증)

오아후는 주로 마우카( 산 쪽)로는 자주 비가 오고 마카이(비치 쪽)는 메말라서, 높은 곳에 올라가서 보면 산자락 중간에 어쩌면 선을 그은 듯 바다 쪽으로 메마른 부분이 시작될 정도인데, 아마도 산자락에서 이미 시작한 비의 수분으로 뜬 무지개가 비치에서 보이고, 그리고 나면 그 비가 비치에 도착해서 무지개가 먼저 보이지 싶다. 


다시는 홍수를 주지 않으리라는 하느님과의 약속이랄 정도로 비 온 '후' 무지개라는 게 상식 같은 거였는데, 아무튼 참 희한하게도 와이키키에서는 번번이 무지개가 먼저였다. 

그래서, 운하든, 해변이든 한가로이 나가 앉았다가,

'음, 무지개가 뜬 거보니 비가 잠시 오겠군',

하면 맞을 정도였다. 이때 미리 우산을 쓱 펴 들고 기다리면 좀 있어 보일(?) 것 같았으나 나는 위의 조언대로 하와이의 여름비는 맞아두는 편.

그러고 보면 별 총총하고 맑은 밤하늘에도 달무리 뜨면 비가 온다는 말도 대개 맞고, 달무리도 동그란 무지개이긴 다. 


한국의 홍수 피해 소식을 들으면 홍수가 일어나기 전에도 어떤 사인이 있으면 좋겠단 생각을 하다가, 아니지 '홍수'도, 그리고 결국은 화재로 인한 피해도, 완전히 자연이 주는 게 아니라 인간이 키우는 거라는 생각에 혀 끌끌  도리도리.








#한달살이

이전 15화 서핑 하와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