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의무적이어도 되지 않은 글쓰기 1일째.
오늘은 꼭 늦잠을 자야지 생각하며 모든 알람을 끄고 잠이 들었다. 작정하고 늦게 일어날 생각에 밤잠도 서두르지 않고 오랜만에 야심한 시간을 즐기며 3시가 넘어서 잤더랬다. 그런데 이상하다. 어디선가 알람이 울린다. 혹시? 혹시가 역시다. 신랑의 알람 소리. 시간은 정확히 7시 20분을 가리킬 것이다. 신랑이 출근을 위해 억지로 몸을 일으킬 시간. 하지만 신랑은 지난 24일부터 연말 휴가 중이다. 고로 오늘은 우리 집의 공식적인 늦잠 자는 날. 신랑은 알람 소리를 듣지 못한다. 어쩜 알람이 울려도 저리 쿨쿨 잘 수 있는지 신기하다. 결국은 내가 먼저 일어난다. 눈이 떠지자 더 잠을 자고 싶은 생각이 달아났다. 무언가 써야 할 거 같고 쓸 내용도 없으면서 쓰고 싶어져 핸드폰을 열어 글감을 적는다. 습관이라는 게 이렇게 무섭다.
고요한 아침, 창 너머로 분주히 움직이는 쓰레기차의 지잉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렇지. 이 시간이면 차가 들어올 수 없는 아파트 단지 내에 유일하게 쓰레기차가 들어올 수 있는 시간이다. 덕분에 매일매일 지난 하루를 말끔히 정리하고 새로운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음을 미련하게도 이제야 알겠다. 그동안 새벽 5시에 일어나면서도 방문을 닫고 음악으로 귀를 막아 아침이 오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이제야 기억나는데 나는 아침이 열리는 차가운 공기와 지저귀는 새소리를 좋아했었다!
글을 멈추니 비로소 아침의 시간이 들려온다. 내가 글쓰기로 아침을 깨우듯 사람들은 그들만의 방법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다. 눈을 감고 귀를 틀어막은 채 내 세상으로 빠져들면서 세상과는 조금씩 멀어져 가고 있었다. 멈추면 비로소 보인다더니 나에게는 세상의 아침이 그렇다.
몸을 일으켜 창문을 열고 조금은 늦은 아침 공기를 들여 마셔본다. 막혀있던 코를 비집고 차가운 공기가 들어서는 느낌이 좋다. 얽매이고 싶지 않았음에도 무수히 많은 것들에 얽매이고 살았구나. 조금씩 잊혀졌던 나를, 잃어버렸던 나를 기억해내고 있다.
그림책 [ 아침에 창문을 열면 ]은 익숙한 곳곳의 아침 풍경이 그려져 있다. 매일 마주하게 되는 평범한 일상이 오히려 평범해서 감사한 날들이다. 아이들의 "나는 이 곳이 좋아요"라는 말처럼 무탈한 오늘의 이 곳이 나도 참 좋다.
닫혀있던 창문을 열자 깨어있는 세상과의 소음과 마주하게 된다. 쌩하며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와 무언가를 옮기는 듯한 묵직한 소리가 오히려 마음을 평온하게 한다. 제법 가까이 들리는 휘파람 같은 새소리는 더더욱 반갑다. 찌뿌둥하기만 했던 몸이 저절로 기지개를 일으킨다. 이젠 감았던 눈을 뜨고 닫혀있던 귀를 열어 세상 속으로 들어간다. 그리고는 오랜만에 세상과 인사한다.
서먹하지만 오랜 친구처럼 낯익은 인사.
안녕, 잘 지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