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땜미 Oct 06. 2022

너는 강물같은 아이란다.

물거품이 일고
굽이치다가
소용돌이치고
부딪혀요.

아빠는 말했어요.
내가 강물처럼 말한다고.
나는 말하기 싫을 때마다 이 말을 떠올려요.
그러면 말할 수 있어요.
나는 강물처럼 말한다.

조던 스콧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2021, 책읽는곰)


동주야 안녕? 선생님이야.


선생님이 얼마전에 아름다운 동화책을 읽었어. 그 책의 주인공은 너처럼 말을 잘 하지 않아. 말을 하고 싶은데 말이 잘 나오질 않는대. 주인공을 보면서 네가 생각났어.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하고 싶은 말도 많은데 아직은 표현하기가 어렵지? 주인공의 아빠는 이렇게 말해 '너는 강물처럼 말한단다.'


강물은 그냥 일자로 쭉 흐르지 않아. 물거품이 일고, 굽이치다가, 소용돌이 치고, 부딪히지. 지금 너는 조금 더디지만 언젠가 바다에 닿을 수 있게 꾸준히 흐르고 있어. 더딘 것 마저도 커다란 강물의 일부이듯 네 느린 성장도 너의 일부일 뿐이야. 결국엔 바다에 닿는 강물처럼 너도 언젠가 홀로 설 수 있는 멋진 어른으로 자랄거야.


오랫동안 교사로 살면서 수많은 아이를 만났지만, 동주만큼이나 떠올릴 때마다 웃음이 지어지는 아이는 없었단다. 그저께 너와 처음으로 사진을 찍었어. 사진을 보고 솔직히 조금 놀랐어. 선생님이 이렇게 행복한 얼굴로 웃을 수 있는 사람인지 몰랐거든, 선생님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네가 선생님을 행복하게 웃게 해주는 아이였던 거지. 지금까지 네 사진은 많이 찍어줬었는데 사진에는 나오지 않지만, 사진기를 들고 있던 선생님들의 표정이 어땠는지 깨달았어. 네가 웃어도, 웃지 않아도 선생님들은 항상 이렇게 환하게 웃고 있었던 거야. 너와 헤어지는 날이 되어서야 그걸 깨닫다니 너무 늦었나? 선생님이 너를 가르친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네가 선생님에게 가르쳐 주는 것이 훨씬 많았어.


네가 커나갈 세상은 편견 없고 차별 없는 세상이었으면 좋겠어. 선생님이 어른으로서 책임을 지고 조금씩 세상을 바꾸어 나갈게. 언젠가 세상을 바꾸는 일이 지치는 날이 와도 너를 생각하면서 힘을 낼게. 너를 생각하면, 너를 위해서라면 선생님에겐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는 힘이 나니까.


동주는 아직 이 편지를 읽거나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르겠어. 나중에 네가 자라서 이 편지를 스스로 읽게 되면 좋겠어. 그런 마음으로 편지를 썼어. 네 나중에 커서 글자를 읽게 되면 이 편지를 직접 읽을 날이 올 거야. 그때가 되면 '아 그랬지, 이렇게 나를 조건 없이 사랑해 주는 사람이 있었지'라고 생각하고 힘을 냈으면 좋겠어.


이제 동주와 선생님은 헤어지게 되었네. 지난 날을 돌아보니 추억이 참 많았어. 많이 그리울거야. 하지만 네가 그리움보다 새로운 만남이 더 소중한 가치라는걸 배웠으면 좋겠어.


안녕 동주야. 정말 사랑해.


선생님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