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해피아워(HAPPY HOUR)
[사진 출처 : Brighton and Hove News 작가 : Frank le Duc ]
“아아… 그럼 인터넷에서 예약을 하고 시험을 보시면 됩니다.”
인터넷이라는 말에 예민해지는 건지 그의 말에 나도 모르게 빠르게 대답했다.
“그냥 여기서 예약을 하는 방법은 없나요?”
그는 잠시 고민을 하더니, 언제 시간이 괜찮은지 다시금 물어 왔다. 모니터에서 비어있는 시간대를 확인한 나는
“오늘도 되나요?”
“오늘?”
그는 에상하지 못한 답변이라는 표정을 짓더니, 비어있는 칸에 나의 이름을 적어 넣고는 저쪽 테이블 옆 의자에서 잠시만 기다리라고 말을 한다.
잠시 후 하얀 A4 용지 몇 장을 손에 쥐고 돌아와서는 다른 강의실로 안내를 해준다. 복도 맨 끝을 손끝으로 가리킨다. 그 끝에 하얀빛줄기가 문틈으로 새어 나오고 있었다. 앉아서 시험을 보고 채점을 하는 그와 마주 앉았다. 문제지를 사이에 두고 질문을 시작하는 그.
“공부는 얼마나 했어?”
“1년.”
“프랑스어 전공한 거야?”
“아니, 건축.”
왜 배우는지 언제 어디서 얼마나 더 있을 건지 하나하나 앞으로 뭘 하는 건지, 30분 시험을 봤는데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가고 있었다.
“여기 와서 가보고 싶은 곳은 있어?”
채점한 시험지를 덮으면서 그는 다시금 질문을 던진다.
“내가 좋아하는 건축가가 리노베이션 한 곳..”
“그게 누군데?”
“안도다다오라고..”
나는 순간 잊고 있었던 좋아하는 건축가 이름을 생각해 냈다. 방금 전까지 나는 당장의 현실은 도망치기에 바빴다. 그래서 잠시 잊고 있었다. 하루하루가 생존 같았기에 앞으로의 계획 같은 건 있을 리 만무했다. 나에게 앞으로는 시험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과 저녁에 뭘 먹을지. 그 정도였다. 돌아오는 나의 대답에 실망을 한 것인지. 혼자 진지하게 납들을 할 수 없다는 그의 표정이 눈에 선했다. 나는 본인 일처럼 진지한 표정으로 고민을 하고 있는 그를 보고 웃지 않을 수 없었지만 꾹 참았다. 그리곤 강의실에서 걸어 나오면서 나는 그에게 물었다.
“그럼 다음 주부터 수업 들으면 되나요?”
“네, 아마 도요. 수업시간을 체크하고 수업에 늦지 말아요.”
그의 말에 나는 그제야 미소를 지으며 인사한다.
“네 다음 주에 봬요.”
마지막 말을 내뱉으며 순간 나에게 조금 더 시간이 늘어났음을 느꼈다. 나에겐 오늘 저녁뿐이였는데, 다음 주라는 시간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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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라…’
도망자가 발견한 보이지 않는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