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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맑음 Aug 21. 2023

[소설] EPISODE 1.2 도망자

[소설] 해피아워(HAPPY HOUR)

[사진 출처 : Brighton and Hove News / 작가 : Frank le Duc]




EPISODE 1.2 도망자




EPISODE 1.1 이어서 ☞







 하루를 내리 잤다. 눈을 떠보니 아침은 아니고 언뜻 보아도 점심은 벌써 지난 밝기다. 침대 왼편 블라인드가 쳐진 창문 밖으로 새어 드는 빛줄기는 어제 켜 놓고 잔 조명에 섞여 있는 듯 없는 듯 희미했다. 


 ‘일어나야 하는데.’ 


그간 조여오던 긴장이 한순간에 풀려서 인지 어젯밤 나는 오랜만에 푹 잤다. 도망쳐 왔으니, 이제 괜찮다. 여기 이 침대에서 둥지를 튼 새처럼 아니면 쥐 죽은 듯이 곤히 더 편하게 쉬고 싶었다. 사실은 잠에서 깬 게 아니라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거다.  


‘이제 아무도 것도 일어나지 않아.’


 어제 집주인이 알려준 wifi 비밀번호는 연결하지 않고 배터리가 방전된 체 잠이 든 나는 일어나자마자 휴대폰을 확인한다.  커져 있는 휴대폰을 쥐고는 방안 벽에 걸려 있는 시계를 쳐다본다.  


오후 2시가 막 넘긴 시간. 


 ‘배고파.’ 


 비행기에서 내려서부터 공항을 빠져나와 지금까지 아무것도 먹질 못 했으니 그럴 수밖에. 나는 주변에 음식점이 있는지도 모르는데, 심지어 지금 휴대폰도 쓸 수가 없다. 


 ‘딱 한 번만 킬까?’ 


길도 모르고, 적어도 새 휴대폰을 사려면 어디서 사는지는 알아야 했다. 심지어 다음 주부터 다니는 학교 위치도 몰랐다. 막상 휴대폰을 손에 쥐고도 몇 번을 만지작만지작한다. 어렵게 찾은 이 평온을 다시금 깰 생각을 하니, 차마 손가락이 전 원버튼에 가질 않는다.  


‘후우..’ 


심호흡을 가다듬고 정말 마지막으로 딱 한 번만이다. 하루동안 꺼져 있던 휴대폰을 다시금 충전기에 연결한다. 그리고는 전원버튼을 꾹 누른다.  


 

                                                     *  



 아직 날이 춥다. 나는 기여고 배고픔을 이기지 못한 핑계로 집 밖으로 나왔다. 대충 코트자락을 걸치고 나온 거리엔 두꺼운 코트를 입은 사람들이 코트에 얼굴을 쿡 파묻고 지나가고 있었다. 나는 입구를 나오면서 다시금 코트를 동여맨다.   


 얼마나 걸었을까. 커다란 대로변. 지도에서 검색한 매장이 전자제품 매장이 보인다. 커다란 매장 입구에 다다르니 상점 안 가득 전자제품이 보인다. 상점 매장을 들어서자 오른편으로 줄줄이 줄지어 있는 텔레비전으로 뉴스가 흘러나온다.  


“요즘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기업을 차례로 해킹한 해킹 그룹…. 다음 타깃으로..”


  흘러나오는 뉴스를 뒤로하고 휴대폰을 사러 2층 매장으로 올라간다. 매장 이곳저곳을 구경하다. 다가오는 직원에게 말을 한다.  


“여기. 전화랑 인터넷 되는 휴대폰 있나요.” 


 나는 매장에서 가장 저렴한 걸로 골랐다. 계산을 하고 새로 산 휴대폰을 들고 매장을 나온다. 매장 입구에 우두커니 서니 길바닥은 노랗고 등은 따뜻했다. 날은 눈치 없이 좋았다. 새 휴대폰을 샀는데 왠지 모르게 울컥하는 기분인데 다 도대체가 기운이 나지 않는다. 파란 하늘 보다 눈앞에 아른 거리는 내 그림자에 눈이 간다.  



나는 생각보다 더 작았다.  



                                                         *




12분. 학교 근처매장이라 멀지 않았다.  


‘여긴데.’ 


입구로 보이는 곳에 다다르니 울타리가 보인다. 그 넘어 열려 있는 입구가 보인다. 입구 근처 커다란 입간판을 보고 단번에 알아보았다. 입구를 지나 4층으로 올라갔다. 원형계단을 올라 왼편에 나 있는 문을 여고 들어갔다. 문을 열자마자 정면에 뚫린 창으로 에펠탑이 보인다. 

 

“우와…” 


'파리다...!'


여기는 파리였다. 그리고 고개를 오른편으로 돌렸더니, 누군가가 보인다. 


 “저기요.” 


실내 공기는 어제 이사 온 집만큼 훈훈했고, 그 때문인지 직원을 보이는 사람은 내가 부르기 전까지 멍하니 모니터를 보고 있었다.  


“저 여기 다닐 학생인데요.” 


모니터만 쳐다보는 그가 나에게로 시선이 옮겨지기까지 시간은 정지된 듯 천천히 흘렀다.

 

 “네?”  


돌아보는 그와 눈이 마주치고 그는 푹 눌러앉은 의자를 황급히 고쳐 앉고는 머리를 한번 쓸어 넘렸다. 

 

“반 배정 시험 불려고 하는데 어떻게 해요?” 


“예약을 하셔야..” 


그는 말을 하면서 앞에 놓은 모니터에서 예약 사이트를 보여준다. 


.

.

.

 “성함이?” 







다음편 EPISODE 1.3 계속 ☞









해피아워.

도망자가 발견한 보이지 않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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