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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맑음 Aug 20. 2023

[소설] Episode. 1.1  도망자

[소설] 해피아워(Happy Hour)

[표지그림 출처 : Brighton and Hove News / 작가 : Frank le duc]




Episode. 1.1  도망자










 “오전 10시가 넘어가는 시간. 오늘 대통령 투표를 위해 아침부터 전국 투표소마다 인산인해를…” 

 

  공항 2층 대합실. 수화물을 부치러 가는 길. 공항 내부에 설치된 거대한 스크린에서 흘러나오는 뉴스 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온다.  


 “기내에 계신 승객 여러분은 가지고 있던 휴대폰을 비행기 모드로 설정해 주시거나 꺼주시기 바랍니다… … 기내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저의 항공은..” 


 얼마나 잤을까. 꿈결에 배경음악처럼 들려오던 안내방송에 한 두어 번 뒤척이더니 이제야 일어났다. 

기내식을 한번 먹고 다시 잠들기를 반복하더니, 어느덧 도착한 고항에선 안내방송이 들린다. 


 “정말 오랜만에 푹 잤다.” 


 중얼중얼 혼잣말을 하며 비행기에서 내려서는 속으로 불현듯 안심을 했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안심이라니.,.'



                                                   *




 어둑어둑 해져가는 하늘을 보고 나서야 저녁 도착 비행기였다는 걸 다시금 상기시켰다. 수화물 벨트에서 짐을 찾고 공항 밖을 나서서 우버 택시 한 대를 잡으러 입구로 나간다. 그러다 나도 모르게 어디선가 두려움이 밀려드는 바람에 안전한 지하철을 타기로 한다. 허리춤까지 오는 캐리어를 끌고 샤를드골 파리국제공항(CDG)을 나와 공항철도를 타고 중심지인 샤틀레역까지 가기로 한다.  


 [저 거의 다 왔어요. 한 정거장 남았어요.]


 미리 구한 숙소 주인에게 문자를 한통 보낸다.


 [고생하셨어요. 아마 지금 마중 나갈 거예요.]


 [네] 



                                                   *




 샤틀레역 출구로 나오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상으로 올라오니 아주 한밤이 되었다. 까마득한 밤. 그 사이사이로 노란빛의 가로등이 켜져 있다. 낯선 풍경이다. 길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보고 나도 모르게 캐리어를 꽉 움켜쥔다. 


 “저기요.” 


누가 뒤에서 부르는 소리에 돌아보니 아무도 없다. 얼굴 옆으로 바람이 스치기만 해도 놀라서 도망가는 나인데, 화들짝 놀라서 그만 무작정 뒤도 안 돌아보고 뛰어갔다.  그렇게 눈앞으로 지나가는 택시를 한대를 잡아타고는 받은 주소지 앞까지 가기로 한다. 택시는 고작 한 블록을 커다랗게 바퀴 돌고 나서 방금 전 그 길 맞은편 대로변의 한 커다란 대문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택시에서 짐을 내리고 있는데, 순간 내가 탄 택시를 쫓아온 것인지 짐을 다 내리자마자. 누군가가 나의 등 뒤에서 다시 부른다.


 “저기요! 선 씨!”


 나의 등 뒤에서 누군가가 나의 이름을 불렀다. 등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아까 보다 조금 더 숨이 차오르는 듯했다.   


“네?”


 나는 뒤를 돌며 엉겁결에 대답을 했다. 


“선? 맞아요? 여기 숙소 예약하셨죠?” 


“네. 제가 선인데요…?” 


“왜…. 도망가요?”


 “네? 아. 집주인 이세요?”


 그제야 상황이 파악된 나는 안심과 동시에 방금 전 상황 때문에 웃음이 나고 말았다. 


 “네. 왜, 집주인을 보고 도망가..”


 마지막 말을 듣고 나서야 온몸의 긴장이 모두 풀리면서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민망한 상황에 얼굴을 마주 보고 한참을 웃다가 이내 문을 열고 실내로 들어갔다. 


 “들어가시죠.” 


커다랗고 두꺼운 1층 대문이 열리자 대리석 바닥이 보인다. 그리고 그 앞으로는 커다란 원형계단과 그 옆에 있는 조그마한 투명 엘리베이터. 이 모든 게 낯설게 생겼다.


 “이 쪽으로 들어와요.” 


그는 나의 캐리어를 한 손 가득 들고는 자그마한 엘리베이터 안으로 짐과 함께 실렸다. 나도 그를 따라 그 속으로 들어갔다. 잠시 뒤 엘리베이터는 맨 꼭대기 층에서 멈춰 섰다. 


 “여기예요.” 


 문의 중앙에 붙어있는 물고리를 있는 힘껏 밀어 방으로 들어왔다. 킹사이즈 침대와 자그마한 부엌과 한 벽면 가득한 창엔 블라인드가 쳐져 있었다. 


 “좋네요.”


 “여기서 지내면 되고 웬만한 건 다 있어요. 둘러봐요.” 


내가 방 안을 둘러보는 사이 그는 자그마한 쪽지하나를 꺼내 뒀다. 그리고 나에게 쪽지 하나를 건넨다. 


 “이건 wifi 비밀번호.”


 순간 나도 모르게 움찔했다. 잊고 있었던 걸 다시금 마주한 기분이다.  


“감사합니다.” 




“그럼 좋은 밤 보내세요.”








1.2 계속 ☞











해피아워.

도망자가 발견한 보이지 않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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