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코메디아 Oct 16. 2021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2018년 12월의 나, 최종면접 탈락 이후

※본 이야기는 지난 브런치북 [A매치 금융공기업 입사 공유의 건]의 엔딩이었던 '최종 면접 탈락', 그 이후를 다룬다.



제한적인 인원 소요관계 죽여버려



되는 일이 없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그 원인이 '내가 하는 일이 없어서'라면 그나마 '이제 하면 돼!'라는 해결책이 제시되지만, '하는 일은 많은데 되는 일이 없다'는 것은 정말 절망적인 상황인 것이다. 2018년 12월의 나는 딱 그랬다.



2018년 12월은 나에게 혹독한 시기였다. 처참한 최종 면접 탈락을 품에 안고, 울며 겨자 먹기로 나의 대학 생활 마지막 기말고사를 준비하였으며, 그 와중에도 지속적으로 서류 탈락의 아픔을 맞이했다.



'귀하의 우수한 능력에도 불구하고'라는 문구가 결국에는 나를 위한 것임을 알고 있지만 가슴에 깊이 박혔다. 내가 우수한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 붙여야지, 왜 탈락시키는거야? 라는 생떼도 써봤다.



경제학을 공부하며 가장 공감했던 '최적화'의 논리, 즉, 한정된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행위가 가장 합리적인 것이라는 이 논리는, 그 당시의 나를 지독히도 괴롭혔다. 나도 물론 이론적으로는 알고 있지만, 내가 그 '효율적인 선택' 하에서 배제되었다는 사실이 쓰라렸다.



단기 행정보조직마저 탈락..



그래, 깊이 생각하지 말자. 하지만 내 손가락은 어느새 키보드 위에서 자기소개서를 타이핑하고 있었고, 나는 정규직뿐만 아니라 계약직, 단기 행정보조직에도 손을 대기 시작했다. 물론, 오래 일할 생각 없었고, 고로 자기소개서의 품질도 그저 그랬을 것이다. 그래도 막상 떨어지니까, '이걸 떨어져?'라는 한심한 생각에 빠지기 시작했다.


나는 웬만하면 싫증을 잘 내는 스타일이라, 하나의 일을 끝까지 고집하지 못하는 편인데, 그런 내가 그 때 일기를 썼더라. 일기의 내용 일부를 (부끄럽지만) 아래와 같이 가져와보았다.


내 처지가 우습다. 지난 1년이 사라진 기분이 들었다. 내 손에 거의 닿을 듯 말 듯한 상황이었는데, 결국 나의 능력 부족으로 XXXXX은 나의 곁을 떠났다. 우습다.


지금 보면 참 귀엽지만, 이 때는 정말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필기 시험에 떨어지면 내 공부를 돌이켜보고, 면접에 떨어지면 내 인생을 돌이켜본다는 말이 딱 맞다. 나는 이 때 나 자신을 총체적으로 돌이켜보았다. '나는 뭐지?' '나는 일할 수 있는 사람인가?' '나는 노동시장에서 밸류가 있나?' 등, 답없는 생각들의 나열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러한 생각을 빨리 긍정적으로 전환한 것을 보면, 내 회복탄력성과 자기효능감이 나쁘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다. 위 일기의 후반부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있다.


아직 인생을 다 산 것이 아니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 지 모른다. 나는 그 어떤 일이 일어날 지 모르는 불확실성 하에서 그저 최선을 다할 뿐이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 생각이 나를 괜찮게 만든다.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최종면접 탈락을 통해 내 인생을 돌아본 결과, 나는 도리어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결론을 얻었다.


오랜만에 나는 내 인생을 점검할 기회를 얻은 셈이며, 이 크지만 작은 실패로 인해 주변 사람들의 심심한 위로를 잔뜩 받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최종 면접에서 탈락한 것이기에, 1차 면접까지 내가 무리없이 통과할 수 있는 실력을 1년만에 쌓은 셈이므로 용기를 얻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말은 참 쉽다. 그래도 실패보단 성공이 좋은 법.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이 와닿는 이유는 분명, 실패를 통해 성공에 닿을 수 있는 또 다른 기회가 생길 여지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그 기회를 잡기 위해 한 번만 더 도전해보기로 했다.


(다음)


<A매치 금융공기업 입사 공유의 건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