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의 나, 前
2019년, 새 해가 밝았다. 1월의 나는 멍하니 눈을 떠 창 밖을 보던 개인이었고, 졸업을 한 달 가량 앞둔 말년 대학생이었으며, 어느덧 자소설닷컴에서 채용공고만 뒤적거리는 취준생이었다.
새 해가 밝았다고 세상이 변하지는 않았다. 나는 여전히 전년도 말 나의 최애 회사의 최종 면접에서 불합격한 여운에 휩싸인 사람이었고, 그것을 탈피하기 위해서는 무엇이라도 해야 했다.
방향과 속도가 정해지지 않은 난해한 생각들만이 내 머릿속을 헤매던 때였다. 제대로 계획을 세워서 무언가를 실천해 본 적이 없는 터라, 이렇게 대놓고 실패를 했을 때 그 다음 무엇을 해야 할지 정하는 일이 되게 힘들었다. 다음과 같은 생각들이 있었다.
첫째, '공부를 계속 해야할까?'에 대한 생각이었다. 전년도 채용에서 최종 불합격을 한 만큼, 다시 처음부터 경제학 필기시험을 준비하는 일이 매우 버겁게 느껴졌다. 물론 경제학이라는 과목은 나의 최애 과목이었고, 내가 정말 즐기면서 공부한 학문이었지만, 한편 '수험경제학'을 다시 공부해야 한다는 사실은 나를 힘들게 했다.
'다시 처음부터'의 용기를 가져본 적이 없었기에, 그것을 가지고 자신들의 꿈을 이룬 사람들이 멋있어 보이기 시작했다. 드라마나 영화도 한 번 보면 다시 보지 않는 나에게 그것은 끔찍한 일이었다. 그 때 느꼈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기 위해서는, 내가 정말 소중히 여기고 애정하는 '끝', 즉 목표가 있어야 함을.
둘째, '취업을 해야할까?'에 대한 생각이었다. 잠자코 아무것도 안하고 있을 바에는, 단기 계약직이든 보조직이든 무엇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원하지 않는 단기적 취업'의 기회비용은 '경제학 공부 및 시험 준비를 하며 쌓이는 실력'이었으므로, 장기적으로 어떤 선택이 나에게 합리적인지 헷갈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졸업을 해야할까?'에 대한 생각이었다. 취업을 하지 못한 채로 졸업을 하는 것이 맞는 일인지 고민이 되었다. 졸업유예라는 좋은 제도가 있는데, 굳이 이를 활용하지 않고 학사 학위를 따버리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일까 싶었던 것이다. 아마 이는 나뿐만 아니라 모든 취준생들이 고민하는 문제일 것이라 생각한다.
위 세 가지 고민이 나를 2018년 12월 ~ 2019년 1월 동안 뒤흔들었다. 물론 그 동안 가만히 있기만 한 것은 아니다. 친구들과 라운지 바에서 신나게 놀아제꼈고, 내가 좋아하는 연극이나 뮤지컬도 보러 다녔으며, 잠도 푹 잤다. 마지막 겨울방학의 꿀맛이랄까.
하지만 취업을 못한 채로 졸업을 해버리면, 방학이 아니라 그냥 '무직'의 상태로 영원한 방학이 계속될 것만 같았다. 이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 나는 위 세 가지 고민에 대해 다음과 같이 대응했다.
첫째, '공부를 계속 해야할까?'에 대해서는, Yes였다. 내가 한 번 불합격을 했다고 해서, 나의 진로 자체를 수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가 정말 가고 싶었던 회사를 갈 거면 한두 번 정도 떨어질 수 있음을 각오했어야지, 라는 자기 반성도 동반되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그 어려운 필기 시험을 다시금 준비해야 했고, 이를 꾸준히 지속해나가면서 나를 다잡아야 했다. 그래서 나는 하루에 조금이라도 경제학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고 이어나가기로 결심했다.
둘째, '취업을 해야할까?'에 대해서도, Yes였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사람들마다 의견이 상이할 것이라 생각한다. 나의 견해로는, 1년에 한 번 있는 채용을 위해서 다른 기회들을 내던지는 것은 그다지 합리적이지 않다. 오히려 당장은 내 앞에 놓여진 기회에 오픈 마인드로 대응하되, 장기적으로는 내 목표를 위해 조금씩 준비해나가는 게 효율적인 것이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직장이 아니더라도, 일단 어디든 서류 지원을 해보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졸업을 해야할까?'에 대해서도, Yes였다. 일단 취업을 하기로 결심했기 때문에, 취업을 한다면 졸업을 당연히 해야했다. 또한 만일 취업을 하지 못하더라도, 굳이 대학생 신분으로 나 자신을 남길 만큼 동 신분의 연장이 내게 매력적인 선택지는 아니었다. 오히려 빨리 대학생으로서의 나와 선을 긋고, 본격적으로 취업 준비를 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였다.
어쩌다 보니 모든 생각에 Yes라는 답을 내렸다. 무조건 나의 질문에 긍정하겠다는 강박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공부의 지속, 취업의 도전, 그리고 학업의 마무리는 나의 장기적인 목표 달성을 위해서 필요한 조건들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시점에서는, 단호하게 잘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무조건적으로 이를 권하고 싶지는 않다. 각자에게는 각자의 선택이 있고, 그것은 존중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먼저 선택을 해 본 사람의 입장으로서, 위 결정을 했던 사람도 지금 잘 살고 있음을 말해주고 싶다.
(다음)
<A매치 금융공기업 입사 공유의 건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