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도 도끼다
사람은 도끼다.
발등 찍는 도끼는 아니고,
'한 권의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라는 프란츠 카프카의 말을 빌려 사람이야말로 내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다.
혼자만의 고요한 바다에 머물다 이따금 만나는 나의 주변인들은 물결까지 만들며 선명한 감각을 일깨워주는 더더욱 특별한 도끼다.
첫 번째 퇴사 후 나를 이해하고 나아가기 위한 글을 써보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브런치를 거의 4년간 방치했다. 그 4년 사이에는 두 번째 회사와 두 번째 퇴사가 있었다.
두 번째로 자유인이 된 지금은 첫 번째와는 마음의 여유가 조금은 다르다.
물리적으로 증가한 나이와 비례하지 않은 통장 잔고, 강산이 변하는 기간만큼 직업인으로 지내면서 삶의 방향을 여전히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 큰 이유다.
자유인으로의 행복이 불안으로 잠식될 것만 같을 때, 첫 번째 회사에서 인연이 된 선배 S를 만났다.
선배 S는 일에 있어서는 MBTI **TJ인(실제 MBTI는 들었는데 까먹음..) 쉼 없이 무언가를 하고 있는 창업가형으로, 쉼을 갈망하는 낭만형인 나와 조금은 다른 결의 사람이다.
조직에서 나와 쎄오가 되어 반짝이는 두 눈으로 사업 이야기를 하는 선배 S의 삶이 속편이 연달아 있는 블록버스터 같다면, 월급쟁이로 일희일비하는 나의 삶은 보고 나서 한 줄로 정리하기 어려운 인디 영화 같달까.
약 1년 만에 만난 지라 밀린 근황을 나누다 두서없는 나의 재취업 고민을 들은 선배 S는 물었다.
'커리어골이 뭐야?'
뜨끔했다.
당장 단기 목표인 재취업만 걱정하고 있는데, 장기 목표라니.
동시에 나를 끌어내리던 어떤 묵직한 것이 깨어지는 듯했다.
'목표'는 최근에야 나의 고민 목록 상위에 올라간 주제다.
정직한 월급을 성실하게 소진하며, 남다르지 않게 살아오다 문득 나의 존재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니 어쩐지 탐탁지 않았다.
월급을 현명하게 모으고 불린 사람들, 패시브인컴으로 경제적 자유를 찾은 사람들, 세상을 누비며 행복을 찾는 사람들...
어느 순간부터 SNS 알고리즘 스레드에 뜨는 확신을 갖고 살아가는 타인을 보며 괜한 열패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만큼 치열하게 살지도, 무언가를 시도하지도 않았음에도 말이다.
가만히 나를 들여다보니 내 삶에는 '건강과 행복'이라는 만인 공통의 바람은 있지만 구체적인 목표, 목적은 부재했다.
그동안 나는 YOLO(You Only Live Once) 마인드로 살아왔다. 여기서 짚고 싶은 건 '한 번뿐인 인생, 즐기자!'가 아니라 '한 번뿐인 인생, 현재에 집중하자'는 마인드라는 것. 이동진 영화평론가가 말하는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인생전체는 되는대로.'처럼.
앞으로도 나는 YOLO일 것이다.
나로서 살아가는 것은 이번 생 한 번뿐이니까.
홀로 올라타는 나의 요동치는 감정의 파도를 잠잠하게 하는 것도 You Only Live Once라는 문장이니까.
조금 달라질 것은 목표를 가진 YOLO라는 것.
5년, 10년을 향한 목표가 당장은 뾰족하지 않겠지만 매일, 한 달, 일 년으로 부단히 다듬으리라. 오목완(오늘목표완료)이 n목완(n년목표완료)이 될 수 있도록.
휩쓸리고 얼어붙은 나를 깨어주는 나의 특별한 도끼들과 자주는 아니더라도 깊이 만나는 것도 목표다. 깨어지며 가라앉지 않고 떠오르며 살고 싶다.
그리고 여전히 '나를 찾아가는 기록'이 목적인 브런치에 좀 더 많은 문장을 써 내려가야겠다. 나의 기록은 나를 스스로 깨뜨릴 수 있는, 내가 만드는 나만의 도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