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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살짜리 아들이 묻는 사랑이라는 감정에  답하다.

오늘 하루도 행복했다고 말해주어서 고마워

세 살짜리 아들이 묻는

사랑이라는 감정에  답하다.



두 돌이 지나고 30개월 전후가 되면  아이들은 폭풍 질문을 하기 시작한다.



여러 가지 질문 중 어려운 일은 바로

감정에 대해 설명해 주는 일이다.


사실 나도 감정의 단어를

 다양하게 사용하지 않는다.

그저 좋다, 싫다, 화나다, 우울하다 등으로만 표현하고 기타 다른 감정들의

 단어조차 말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내가 유아특수교사로 10년이 넘게 근무하면서 자폐 아동들의 특성 중

 사회성이 현저하게 낮은 특징이 있는데


 이 사회성은 타고난 사회성도 중요하지만 상황이야기(social story)나

사회성훈련을 통해 후천적으로 잘 습득하는 아이들을 많이 만났다.



나 또한 내 아들의 자폐가 의심되었을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이 사회성이었기에 감정을 교류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던 것 같다.



그중에서도 감정에 대한 질문을 할 때

어떻게 해야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었다.


 많은 감정 중  그나마 쉽게 설명가능했던 건 무서움에 대한 감정이었던 것 같다.


 우리 아들은 무서움에 대해 설명하거나 거짓말이 무엇인지에 대해 궁금해했는데 '또! 또!'를 말하면서 나에게 많은 예시를 듣기를 원했다.


예를 들어 "엄마!, 무서운 게 뭐야?"라고 물었던 날 나는 "응, 무서운 건 엄마아빠 없이 정훈이 혼자 길을 걷는 거야"라고 쉽게 답해주었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고

"또?"라는 연이은 질문에 '그쯤이야' 하며  

팥죽할머니와 호랑이를 읽어주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음.. 무서운 호랑이가 정훈이한테 달려오는 거야"라고 답해줬다.


 이제 그만 물어보면 좋겠는데

  "또?"라는 질문을 한다.

이번에는 꽤 생각하는 시간이 길어진 뒤에  "음.........  어두운 방에 혼자 남아있는 거야"라고 말해줬다.


그랬더니 처음에는 "정훈이는 어두운 방에 혼자 있는 거 싫어하는데"라고 말하더니

 어느 날부터는 "어두운 방이 있을 땐 조명을 밝히면 되지!"라고 말해주던 아이의 반응에 웃으며 이제 정말 많이 컸구나 싶었다.


 그 뒤로 아이는 감정이라는 것에 호기심이 생겼는지  여러 가지 감정에 대해 묻기 시작했고 나는 그 시기부터 아이에게 '행복하다'라는 감정을 알았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에  상황에 맞추어 행복에 대해

 많이 설명해 주었다.


예를 들어 "정훈아, 엄마는 너무 행복해"라고 말하면 아이는 "행복한 게 뭐야?"라고 한다.


"응, 엄마가 왜 행복하냐면 정훈이가

엄마 음식을 잘 먹어줘서 행복해"


"그렇구나! 정훈이는 밥 잘 먹어!

 채소도 잘 먹고 브로콜리도 잘 먹어!

 형 될 수 있지!"

"그럼~ 우리 정훈이는 밥도 잘 먹고 튼튼해지지.  그래서 엄마는 너무 행복해!"라는  말을 많이 했다.

 

밥을 먹을 때마다 말해주었더니

정확하게 행복하다는 감정이 뭔지는 몰라도 우리가 함께 밥을 먹는 상황,

 그리고 건강하다는 것이 좋은 느낌인 걸  알고 있는 것 같다.  


어느 날부터인가 아들은 하루 중

 재미있었던 날 (특히, 재미있는 여행을 다녀오거나 시댁에 다녀와서 사랑을 듬뿍 받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은 날 등)이면 언제부턴가 "오늘 행복해"라는

 말을 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워낙 사회성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던 나였었기에 그 말을 들을 때면 내가 엄마로서 대단한 일을 한 것 같아서

아이에게 정말 행복하다는 감정을 알 수 있도록 해 준 것 같아서 내가 더 행복해졌다.


오늘도 12월의 마지막인 만큼

 외식을 하러 갔다.

뷔페를 가면 우리 아들은 과일을 먹고

나와 남편은 고기를 먹으며  먹을 시간을 확보한 뒤 무난한 식사를 했다.


 식사가 끝날때즘 디저트를 먹으면서

평소에 잘 주지 않는 초콜릿을 주었더니 아들은 갑자기 질문을 했다.


"왜 정훈이한테 초콜릿 주는 거야?"라고 묻기에 난 처음에 대충 사랑한다고 말하면 되겠지 싶어서 "응~ 정훈이 사랑해서"라고 대답해 주었는데


평소에는 사랑한다는 말에는

질문하지 않더니 오늘 갑자기 "사랑하는 게 뭐야?"라는 질문을 했다.


그래서 나도 불현듯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아이가 어떻게 말하면 이해하기 쉬울까 하고 잠시 생각하다가 세 살짜리 아들이

 묻는 사랑에 대한 질문에 답을 해 봤다.


응, 사랑은 엄마가 좋아하는 게 아니라 정훈이가 좋아하는 걸 주는 거야라고 말해줬다.



사랑이라는 감정 아래 내가 좋다고 판단하는 걸 주지 않고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주는 것 그게 사랑이라는 걸 아이는 알 수 있었을까?



연애 때 말고는 사랑이란 단어를

정의할 기회가 없었던 나에게 사랑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아이는 사랑한다는 감정 또한

그냥 좋아하는 것이라고 느꼈겠지만

 먼 훗날 우리 아이가 사람을 대할 때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일방적으로 내 마음을 전달하고 표현하는 사람이 아니라 진정 상대방이 원하는 걸 줄 수 있는 마음을 가진 사람..


그렇게 오늘도 난 아들에게 욕심을 부려본다.


집으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내 아들은

문득 내뱉듯이 말했다.


 "나 오늘 행복해"...



그 말을 듣는 우리 부부는 2023년 한 해를 마무리하는 오늘이 참 따뜻했다.


 2024년에도 우리 사회가 사람과 사람을 사랑할 줄 아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모두가 행복하다고 말해주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내 바람 또한 

이루어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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