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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점심을 먹지만, 누가 봐도 파워 E 입니다.

사실 파워 E도 아니구요. 

매일 점심을 먹으러 나간다.


내 동료들은 내가 나갈때마다 말한다.


"그냥 여기서 먹어요! 같이 먹으면 좋은데~"

"눈도 오고, 밖이 추운데! 같이 먹어요!"


이런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래도 내가 함께 점심을 먹고 싶은 사람이구나.. 참 고맙다. 

내가 직장에 근무하면서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건 참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다.


그래도 나는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점심을 뒤로 하고 꿎꿎이 나간다.


교육청을 나와 도서관까지 5분도 걸리는 거리를 걷다보면  '오늘은 그냥 사람들이랑 같이 먹을까?'하고 고민했던 내게 '아니야. 오늘도 참 선택을 잘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가끔 사무실에서 하루종일 일을 하다 보면 따뜻한 햇살을 바라볼 기회도 계절에 맞는 공기도 느낄 수가 없다.


도서관 계단을 오를 때는 내가 운동을 안했구나..라는 생각에 열 계단만 올라도 뿌듯해 진다.


도서관에 오면 혼자 밥 먹는 사람들이 참 많다.


대부분 공무원 준비를 하거나 나이가 있으신 분들은 공인중개사 공부도 많이 한다.

각자의 모습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설레이면서 임용 전의 기분으로 돌아간 기분이다. 공무원 사회에 있다가 다시 고시생이 같은 기분을 느끼며 휴게실에서 혼자 먹는 밥은 온전한 나만의 시간이다.


나는 사회생활에서 밝고 외향적인 사람이다. 사람들과 노는 걸 좋아하고 유머 있으며 남들앞에 서서 이야기 하는 걸 크게 두려워하지 않는다.


얼마 전 사회적 장애인식개선교육도 교육장님과 교육과장님 앞에서 떨지 않고 당당하게 해낸 걸 보면 나는 꽤 외향적이며 당돌한 사람인 것 같다.


하지만 그 이면에 나는 나 홀로의 시간을 추구하는 완벽한 E도 아닌 사람이기도 하다.


다른 사람의 표현이나 언어, 감정을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나는 타고난 사회성은 둔감하지만 사소한 말투, 타인의 감정에 대해 많이 되뇌이고 생각하는 타입이다. 그래서 나는 타인과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반응하는 데 내 에너지가 많이 쓰이는 걸 느꼈다.


스무살이 지나고 책의 즐거움을 알고난 뒤부터는 심리학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내가 사회적 가면을 쓰면서 심리적 탈진을 쉽게 겪는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내가 가진 본성이 그렇게 선하지도, 정직하지도 않는 것이 나를 괴롭히다는 것을 아주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점심시간에 도서관으로 향하여 혼자 밥을 먹더라도 전혀 불편하지 않다.실제로 난 홀로 영화도 잘 보고 혼자 밥도 잘 먹는다. 예전보다 지금 혼자 밥먹고, 혼자 영화보는 사람이 많아진 것 같지만 예전에는 혼자 밥먹고, 영화보고, 혼자 백화점 가면 "왜 혼자 갔어? 나 부르지? 혼자가도 괜찮아?"라는 질문을 많이 받곤 했었다. 


가끔 직장에서 홀로 나와 혼자 점심을 먹으면 왠지 내향적인 사람으로 보일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나를 잘 아는 사람중에 어느 누구도 나를 I라고 보는 사람은 없었다. 내성적인 사람들은 내가 가진 편견이겠지만 굉장히 신중하고 말도 작게 할 것 같다.  유쾌발랄, 천방지축 하늬 별명을 가진 나라는 사람과 반대일 것 같은 느낌 말이다.


뭐가 되었든 좋다. 누가 나를 어떻게 보는 것도 전혀 신경쓰이지 않는다. 나는 나일 뿐이니까. 그냥 난 내 점심시간을 온전히 사랑하고. 난 여전히 점심시간에 밥을 먹고, 지금처럼 글을 쓰고, 책을 읽으러 올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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