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쓰고 발행하면서 난 많은 고민을 했다. 발가벗겨지는 기분에 휩싸이기도 했다. 너무도 사적인 내 개인적인 에피소드들을 너무 가감 없이 남들에게 공유하는 것은 아닐까? 굳이 내 사연을 이렇게 자세히 말할 필요가 있을까? 에피소드들 없이도 충분히 불안장애와 공황장애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데 말이다. 또 불안장애를 가진 환자들이 모두 같은 경험으로 인해 불안장애와 공황장애를 앓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하지만 나는 생생한 내 경험들을 남들과 공유하는 행위는 그 경험들을 더 객관화하고 더 솔직해지고 내 사유습관에 대해서 알아가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믿었다. 그리고 나는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나와 내 가족, 또는 영향을 줬던 다른 이들의 입장에 대해서 독자들은 또 다른 관점으로 생각하고 나에게 조언을 줄 수도 있지 않을까를 기대했다.
나에게 첫 댓글을 주셨던 "프레야"님의 경험의 공유와 '글 고맙습니다.'라는 한 마디는 이 글을 마지막까지 쓸 수 있는 힘이 되어주었다. ('프레야'님 감사합니다.) 내 개인적인 경험이 다른 이들의 경험에 공감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과 단 한 명이라도 내 글을 읽고 불안장애와 공황장애에서 자신을 포기하지 않을 용기를 얻게 된다면 좋겠다는 진심 어린 마음으로 글을 썼다. 물론 나 자신의 정리와 대면하기를 더 큰 목적으로 하긴 했지만 말이다. 이 글을 마무리하며 나는 많이 성장한 나를 본다.
꼭 심리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아도, 불안장애나 공황장애가 아니어도, 자신을 정리하고 대면하는 글쓰기를 많은 이들이 해보길 바란다. 다른 사람들에게 공개된다고 생각하고 쓰면 더 솔직해질 수 있다. (솔직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든다.) 추상적으로 외롭다. 힘들다. 우울하다는 피상적인 표현보다는 자세한 묘사와 사건에 대해서 담담하게 쓰는 것을 추천한다. 그래서 나는 꾸밈말을 쓰지 않으려고 최대한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숨기고 싶은 내 상처들을 있는 그대로 남 이야기하듯 쓸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내겐 큰 치유가 되었다.
정신과 선생님들은 내 도전을 "정말 큰 용기를 냈다."라고 평가하셨다. 두 분 선생님 모두 내 글을 읽고 칭찬의 말을 주셨으며, 지인들은 나에게 위로 대신 격려로 답해주었다. 또 여러 님들이 꾸준히 내 글을 보고 있다는 것을 라이킷을 통해 내게 알려주셨고, 나는 큰 힘을 얻었다. 일일이 닉네임을 쓰지 않지만, 집샤님, 권분자님, 한결님 등을 비롯하여 꾸준히 글을 읽어주신 분들에게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