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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토리텔러 Dec 15. 2021

시드니와의 첫 만남

#5. 시드니 2019 (1)


세계 3대 미항에서


 시드니에서의 아침이 시작됐다. 오늘은 오후에 있을 블루 마운틴 투어 말고는 시간을 자유롭게 비워놨다. 그래서 오전에는 꽤나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런데 말이 자유 시간이지 이날 오전에 무엇을 할지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바로 세계 3대 미항인 시드니의 항구를 둘러보는 것. 안 그래도 이렇게 보내려고 했는데, 어젯밤에 즉흥적으로 마주친 밤 시간대의 항구를 보니 그 열망이 더욱 불타올랐다.


 이미 한 번 갔던 길이어서 그런지 헤매지 않고 금방 항구 근처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금강산도 식후경, 먼저 아침을 먹어야 했다. 마침 근처에 팬케이크 온 더 락이라는 유명한 팬케이크 프랜차이즈가 있었다. 확실히, 유명한 프랜차이즈라 그런지 메뉴를 보자마자 선택 장애가 왔다. 워낙 뛰어난 비주얼 때문에 뭘 선택해도 맛있을 것 같았다. 내 식성을 생각하면 최소 메뉴 2개 정도는 먹어치울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지만, 그렇게 된다면 또 맛있는 점심을 놓치게 되는 불상사가 일어나게 된다. 적당히 맛있어 보이는 누텔라 팬케이크를 시켜서 밀가루 한 점도 남기지 않고 게걸스럽게 먹어치웠다.


누텔라 + 아이스크림 + 팬케이크 = ♡


 식사를 한 곳과 항구는 걸어서 불과 5분 거리였다. 적당히 좁고 한산한 오전의 골목을 지나고 나니 거대한 항구가 펼쳐졌다. 아니, 항구라는 표현은 너무 직설적인 것 같다. 그냥 거대한 공간이 펼쳐졌다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조금 과장해서 아파트 두 채 정도는 합쳐놓은 것 같은 거대한 크루즈 선이 정박해있었다. 하지만 그 크루즈 선은 이 드넓은 항구의 절반도 채우지 못하는 극히 일부였다. 항구의 거대함이 체감되는 순간이었다. 전날 밤에 이 정도의 규모감을 느끼지 못했던 건 아마 밤바다의 어둠 속에 그 거대함이 가려져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사실 항구에 와서 뭘 해야겠다는 구체적인 것까지 생각하고 온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저 이곳을 걸어 다니며 눈에 담기는 아름다운 광경들을 향해 쉴 새 없이 셔터를 눌러대는 것만으로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던 것이다. 어느 사진이 제일 잘 나왔나 고르는 것도 힘들었다. 사실 다른 장면을 찍은 것도 아니고, 그저 똑같은 광경일 뿐인데도 계속 손이 셔터로 갔다. 그만큼 모든 순간순간이 멋지고 아름다웠던 것 같다. 덕분에 이렇게 사진을 올릴 때 무슨 사진을 올려야 할지 엄청나게 고민되는 순간이 생기지만.


 사진을 찍으며 자리를 옮기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음 목적지가 정해졌다. 사진 뒷배경으로 계속 등장하는 삼각형과 원뿔 사이의 모양을 한 거대한 구조물. 시드니에 가보지 않은 사람도 누구나 알 만한 유명인사. 바로 오페라 하우스였다. 크루즈 선에서 멀어지면서 사진을 찍을수록, 오페라 하우스가 화면 우측에서 나타나 점점 커지고 있었다. 워낙 멀리 있었음에도 그 존재감이 너무 커서 계속 눈길을 가게 만든다. 아마 이곳에 와본 사람이 있다면 내 말이 어떤 것인지 바로 공감하리라 생각한다.



 사진을 찍으며 오페라 하우스 쪽으로 가다 보니 어느새 한 시간이 흘렀다. 꽤 일찍 나왔다고 자부했지만 시간은 벌써 오전 1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블루 마운틴 투어가 2시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절대로 넉넉한 시간은 아니었다. 남은 세 시간 동안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 끝에 다다른 결론은 시드니 항구 유람이었다. 명색에 세계 3대 미항인데 이곳을 배 타고 구경해야 제대로 즐겼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미항이라는 것은 육지의 기준이 아니라 뱃사람들의 기준일 테니, 배를 타야 그 아름다움을 제대로 음미할 수 있다는 내 나름대로의 논리에서 기인한 생각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아까 봤던 그 거대한 크루즈 선에 탑승하고 싶었지만, 예약이 필수였고 그럴만한 시간도 없었다. 그래서 시드니 항구의 여러 거점을 정기적으로 왔다 갔다 하는 정기선 탑승 표를 구매했다. 대략 한 시간 조금 넘게 정기선으로 항구 근처를 돌아보다가, 블루 마운틴 투어가 시작하는 위치로 향하면 딱 3시가 될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결과적으로는 잘한 선택이었다.


크루즈 선에서 보낸 한 시간


 크루즈 선 위에서 시드니의 항구를 한 시간 가까이 맴돌았다. 사실 이렇다 할 특별한 기억은 없다. 하지만 아름다운 항구를 바라보며 시원한 바람을 맞는 경험을 한 시간 동안 한다는 것은 그 누구에게도 행복한 기억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그렇게 크루즈 선이 바다를 가르며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는 것을 보다가 종착점에서 내렸다.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지나치게 외곽으로 와버려서 그런지, 블루 마운틴 투어를 시작하기로 약속한 모임 장소까지 걸리는 시간이 예상보다 길었다. 실컷 여행 잘해놓고서는, 약속 시간에 늦을까 봐 부리나케 구글 지도를 켜서 최단거리를 구하는 나 자신이 처량했다. 결국 약속 시간보다 십 분이나 늦게 도착했고, 이미 투어용 밴에 타서 시간을 버리고 있었던 다른 관광객 분들 한분 한분에게 머리 숙여 사죄를 하면서 투어가 시작됐다.




블루 마운틴에서의 하루


 이상하게 외국에 있는 지명을 한글로 번역하면 그 위용이 반감되는 경향이 있다. 미국에 있는 그랜드 캐년은 듣기만 해도 그 장대함이 느껴지는 멋진 이름인데, 한글로 번역하면 그냥 평범하게 '거대한 협곡'이다. 시드니의 근교에 있고, 시드니 필수 관광 코스인 블루 마운틴도 비슷한 경우다. 번역하면 '푸른 산'. 얼마나 평범하고 볼품없는 이름인가. 설악, 관악, 백두 등의 이름에 익숙한 우리에게 있어서 블루 마운틴은 이름에서부터 지고 들어가는 그런 느낌이다. 하지만 이 푸른 산을 직접 눈으로 보는 순간, 단순한 이름이 가진 그 명료함과 오히려 거기서 풍기는 고유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산


 '푸르다'라는 표현은 생각보다 여러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중 가장 이해가 안 갔던 표현이 바로 '푸르른 초원'이었다. 초원은 분명 초록색 풀로 무성한 곳인데 왜 푸르른 초원이라고 할까? 왜 초록색 자연물들에게 푸른이라는 형용사를 붙이는 건지 항상 궁금했었다. 하지만 너무 관용적으로 쓰이는 표현이라, 블루 마운틴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도 그냥 그러려니 했다. 산이 어떻게 파란색일 수 있나. 이 역시 그냥 상투적인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블루 마운틴에 직접 가서 산의 전경을 바라보니 이 이름이 허투루 지어진 이름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정확하게 표현할 수는 없지만, 산 전체에 푸른 기운이 안개처럼 서려있었다. 진짜 안개가 아니라, 대기 자체가 푸른색 성질을 띠는 것처럼 이 산 자체를 감싸 안고 있었다.


 압도당했다. 여태까지 여행지를 다니면서 압도당한 경험은 이미 수도 없이 많아서 엄청나게 생소한 경험은 아니었다. 하지만 생소하지 않다고 해서 경이롭지 않은 건 아니다. 비단 푸른 기운 때문만이 아니었다. 그렇게 높이 올라온 것 같지도 않은데, 저 밑에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땅이 꺼져있었다. 마치 산이 땅에서 솟아오른 게 아니라, 이미 하늘에 있는 산이 땅 밑으로 뿌리를 내리는 듯한 그림이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굴곡 사이사이에 스며드는 푸른 기운이 이 공간을 더욱더 푸르게 만들었다. 블루 마운틴 말고는 도저히 다른 이름을 줄 수 없는 장소라고 생각했다. 


어디를 둘러봐도 장대, 거대라는 단어가 연상되는 풍경


 이것이 내 개인 관광이 아니라 단체 투어라는 것에 감사하면서도 아쉬움을 느꼈다. 대자연을 바라보고 있자니 도무지 질리지가 않아서 하염없이 셔터만 수 십 번을 눌러댔다. 하지만 이런 주체할 수 없는 내 촬영 욕구를 '일정'이라는 억제기가 막아줬다. 만약 나 혼자 왔다면 이곳에서만 몇 시간 동안 주변을 둘러보며 사진을 찍어댔을 것이다. 정작 나중에 까 보면 다 비슷비슷한 사진일 텐데 말이다. 안 그래도 나 때문에 다른 일행분들의 시간을 십 분이나 까먹어서, 나는 유독 일정에 민감하게 신경 쓰며 미리미리 약속 장소에 집합해있고는 했다. 그렇다고 해서 후회는 없었다. 그냥 이곳에 와서 내 발자국 한 걸음을 옮겼단 것만으로도 마음이 충만해지는 그런 장소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리 일행은 블루 마운틴의 에코 포인트에서 점점 멀어졌다.


블루 마운틴의 유명한 세 자매 봉우리


 다음 일정은 블루 마운틴 선셋이었다. 블루 마운틴의 링컨스 락이라는 곳에서 해가 지는 모습을 바라보는 일정인데, 이 황혼이 그레이트 오션 로드에서 보는 것만큼이나 아름다워서 꽤 유명한 코스다. 하지만 해가 지는 시간까지 대략 한 시간 반 정도 되는 공백이 존재했다. 선셋을 보고 나면 꽤 긴 시간을 걸쳐서 시드니 시내로 돌아가기 때문에, 이른 저녁을 해결할 유일한 시간이었다. 이 선셋 투어를 보러 가는 여행객들이 노을을 보기 전에 이 시간을 해결하는 장소가 있다. 바로 로라 마을이다. 겨우 한 시간 남짓 남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 마을에서 내가 한 건 딱 하나. 스테이크를 먹는 것이었다. 하지만 보낸 시간 대비 기억은 꽤 오래 남는 곳이다. 그 스테이크가 기가 막히게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로라 마을에서 먹은 스테이크


 사실 스테이크의 맛이 그렇게 특출난 건 아니었다. 오히려 시드니 시내에서 먹었던, 그리고 멜버른에서 먹었던 스테이크가 훨씬 맛있었다. 하지만 이 스테이크가, 심지어 이름도 기억 안 나는 식당에서 먹은 스테이크가 인상적인 이유는 단 한 가지. 그 분위기 때문이었다. 전혀 세련되지 못한 플레이팅, 투박한 고기 덩어리, 대충 쏟아부은 그레이비 소스. 누가 봐도 고급 레스토랑에서 나올법한 스테이크와는 거리가 아주 먼 음식이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컨트리 느낌의 아웃백 감성을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꾸미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스테이크구나. 이게 고급화된 그런 스테이크가 아니라, 처음 스테이크라는 요리가 생겨날 때 그 본연의 모습이구나. 마치 서부 개척 시대 때 황야에 있는 마을에서 스테이크를 먹는 기분이었다. 


블루 마운틴에 내리는 노을


 블루 마운틴에 있는 링컨스 락에 드디어 노을이 내리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재밌는 광경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여태까지 서로 말도 안 섞던 일행들이, 산 너머로 지는 햇살을 바라보며 슬슬 서로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한 것이다. 어디 어디를 다녔으며, 어디가 좋았으며, 무슨 일을 하며 등등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며 다 함께 저 멋진 노을을 함께 감상했다. 뭔가 뭉클한 감정이 드는 순간이었다. 아름다운 대자연 앞에서 낯선 이들이 마음을 열며 이 황홀한 순간을 함께 맞이한다는 게 너무 낭만적이었다. 단순히 같은 공간에 있다고 함께하는 것이 아니다. 그 마음이 함께할 때 진정으로 함께하는 것이고, 그럴 때 그 공간에서 받을 수 있는 감격이 배가 된다는 것 역시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일행분들이 찍어준 인생 사진들


 사실 이 장소는 꽤 위험한 곳이다. 수 백 미터 높이의 언덕에 그 어떤 안전장치 없이 맨몸으로 노을을 감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해발고도도 높아서 바람이 거셀 때는 몸이 살짝 흔들릴 정도로 위태로운 곳이다. 자랑할 일은 아니지만, 여기서 멋진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목숨을 걸어야 한다. 해외 관광지에서 사고로 안타까운 일을 당하는 여행객들의 뉴스를 많이 접해보는데, 이곳이야말로 그런 뉴스가 나오기 딱 좋은 장소였다. 나 역시 그 여행객들을 위한 측은지심에 휩싸이면서도, '가지 말라는 곳에는 안 가는 게 맞다'라는 생각을 해왔다. 하지만 막상 이곳에 직접 와보니, 왜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가지 말라는 곳에 가는지 그 마음을 십분 이해할 수 있었다. 


 언덕 가장자리에 가까워지기만 해도 현기증이 나면서 아찔한 기분이 온몸을 엄습한다. 하지만 가장자리에 가까워질수록 사진이 멋지게 나오는 걸 보며 이성적 판단을 상실하기 시작했다. 나는 유독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안전에 신경을 쓰는 부류의 사람이다. 그렇기에 같이 왔던 일행들이 언덕에서 위험천만한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을 때도, 그저 지켜보기만 하고 그들의 사진을 열심히 찍어줬다. 하지만 능선 너머로 보이는 해가 점점 사라져 가기 시작하자, 알 수 없는 초조함과 아쉬움이 밀물처럼 밀려들어왔다. 결국 나는 내 신념을 깨고 언덕 가장자리에 앉아 발을 내밀고는 소심하면서도 내가 취할 수 있는 가장 멋진 포즈를 잡았다. 신발이 벗겨져나가는 것만 같은 기이하고도 묘한 기분이었지만, 그 아찔한 감각마저도 여행의 설렘이라 착각하며 포즈를 취했다. 


목숨을 감수하고 찍은 인생 사진


 물론 나는 여전히 겁 많은 사람이다. 다 찍었다는 일행의 말에 재빨리 몸을 뒤로 일으키며 가장자리에서 멀어졌다. 아찔한 느낌 때문에 온몸의 털이 곤두선 느낌이었지만, 사진에 담긴 내 모습을 보며 짜릿한 기분을 만끽했다. 장담컨대 앞으로의 그 어떤 여행에서도 이것보다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없으리라는 확신이 드는 순간이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이 순간에 우리의 모든 열정을 불태워서였을까? 일행들은 시드니로 돌아오는 밴에 타자마자 모두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정신을 차리고 시드니 시내에서 눈을 떴을 때, 나에게 남아있는 건 꼬르륵 거리는 배꼽시계였다. 역시 여행지에만 오면 신진대사와 소화가 급격하게 활발해지는 나다. 무엇을 먹을지 정하지도 않았는데, 나도 모르게 시드니 항구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제도 봤지만, 밤에 반짝거리는 이 항구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기묘한 매력이 있다. 그곳에서 부둣가를 서성이는 와중에, 피시 앤 칩스를 파는 한 레스토랑을 발견했다. 영국에서 꽤 맛있게 먹었던 피시 앤 칩스가 떠올랐고 나는 주저 없이 이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피시 앤 칩스는 항상 옳다


 사실 오늘 하고 싶었던 게 있었다. 바로 블루 마운틴에서 밤하늘을 감상하는 것이었다. 이른바 블루 마운틴 별보기 투어라고 한다. 아까 노을을 봤던 링컨스 락, 그리고 그 주변에 있는 고지대에 아예 자리를 잡고 청명한 블루 마운틴의 밤하늘을 바라보는 것이다. 공기가 워낙 맑기 때문에 수 십, 수 백개의 별들이 검은 하늘에서 아름답게 반짝이는 것을 볼 수 있는 투어로 유명하다. 그리고 그 추운 밤공기 속에서 따뜻한 컵라면을 먹는, 상상만 해도 낭만이 넘치는 순간들이다. 굳이 비슷한 걸 예로 들면 국내에서 차박으로 자주 가는 안반데기 은하수 감상과 결이 같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내가 예약을 너무 늦게 해 버린 탓에, 이미 제한된 인원이 모두 꽉 찼다. 개인이 혼자서 블루 마운틴 별보기 투어를 한다는 것은 현지에서 꽤 오래 살았던 사람이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랬기에 결국 눈물을 머금고 이 투어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게 뭐 어떤가. 시드니에서 본격적으로 보낸 오늘 하루는 만족스러움을 넘어서서 인생 사진까지 건진 최고의 하루였다. 그리고 여태까지 여행을 다니면서 아쉬운 게 하나도 없었던 여행지는 없었다. 이렇게 아쉬움의 조각들을 그곳에 남겨두고 와야, 그 도시가 더 그리워지고 언젠가 다시 돌아갔을 때 그 감격이 배가 되리라 믿는다.


 2021년 12월, 백신 2차까지 맞은 사람들은 호주에 이제 여행을 가도 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이 뉴스를 듣자마자 내가 떠올린 건, 2019년에 경험했던 호주에서의 파노라마가 아닌, 아직 겪어보지 못한 블루 마운틴의 아름다운 밤하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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