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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토리텔러 May 05. 2022

당분간 마지막 여행

#9. 멜버른 2019


당분간 마지막 여행


 아침에 일찍 일어나 DOUGHBOYS라는 유명한 도넛 맛집에서 커피와 도넛 두 개를 사 왔다. 오전 비행기였기 때문에 따로 식사를 할 시간이 넉넉지 않았다. 


호주에서 마지막 식사


 얼른 끼니를 때우고 공항으로 향했다. 그 후의 과정은 시시콜콜한 체크인, 보딩, 그리고 귀국이었다. 아무리 대단한 여행도 결국 마지막은 다 똑같다. 공항으로 가서 누구나 겪는 절차를 끝마친 뒤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그렇게 내 호주 여행은 끝이 났다. 아니, 당분간 내 마지작 여행이 될 여정이 끝이 났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게 12월 중순. 그리고 한 달 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을 통째로 뒤바꿔 놓은 사건이 벌어졌다.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시작한 것이다. 덕분에 2020년에 잡아놨던 오사카 여행, 동유럽 여행, 태국 여행이 모두 무산이 됐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벌써 2022년이 됐다. 그렇게 퇴사 후에 떠났던 내 호주 여행은 내 20대의 마지막 여행이 됐다. 올해 9월에 동유럽행 비행기 티켓을 예매한 지금, 서둘러 이 시리즈를 마무리 지어야겠다는 생각에 오랜만에 타자를 친다. 


 2년 동안 여행을 강제로 금지당하며 느낀 건, 사실 해외여행이 꼭 나에게 필요한 존재는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아쉬운 건 여전하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미지의 공간에 덩그러니 내던져진 뒤 그곳을 탐험하는 즐거움은 여전히 그립다.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서 좀이 쑤실 때도 있다. 시간이 빌 때 항상 제주도나 강릉만 가야 하는 지루함도 지겹다. 그렇다고 못 살 정도는 아니었다. 이 시간들은 내가 해외여행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였을지도 모른다. 뭐든지 즐거운 걸 지나치게 강박에 사로잡히다 보면 그 즐거움이 반감된다. 어쩌면 이 시간들은 내게 다시 한번 해외여행을 향한 열망을 일깨워주는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가야 해서' 가는 것이 아니라, '가고 싶기 때문에' 가는 그런 여행이라는 것을 말이다.


 2년이나 지난 뒤 떠나는 해외여행은 어떤 설렘을 간직하고 있을까?  


 한동안 눈에 담지 못한 해외의 모습들은 나에게 또다시 어떤 감동을 선사할까?  


 2년 만에 다시 해외에 나갈 나의 모습은 또 어떻게 바뀌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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