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산마니 May 03. 2023

퇴사 이후의 일상

- 시간부자로 살고 있다 -

퇴사를 하고 며칠이 지났다. 오늘 처음으로 알람 없이 일어나는 평일을 맞았다. 9시 넘어 느지막이 일어나, 창문을 열어 환기를 하고, 이불빨래를 했다. 빨래를 돌리고 간단히 아침을 먹고, 인터넷 검색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여유로움이 아주 흘러넘치는 일상이다. 당장 꼭 해야 할 일도 없다는 것이 마음에 평안을 준다.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며 보내는 하루가 여유 있는데도 꽉 찬 느낌이다.


퇴사 이후의 일상은 이제 시작이다. 한 달이면 지겨워질 거라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웬걸? 몇 년이고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내 시간을 내 맘대로 쓴다는 게 이렇게 행복할 일인지. 시간부자로 살아보니, 하루가 온전히 내 것이다. 이 자유로움을 그동안 모르고 살았다니.


며칠 전,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가기로 하고, 비행기 티켓을 예약했다. 거의 4년 만의 출국이다. 행선지는 가까운 도쿄로 정했다. 여행 스케줄을 내 맘대로 정할 수 있다는 게 이렇게 좋은 건지 몰랐다. 가장 싼 티켓을 예약할 수 있다는 메리트! 이제는 주말출발이 아니어도 된다. 평일 한가운데 언제든 떠날 수 있다. 도쿄 왕복 비행기를 22만원에 예약하고, 숙소도 비교적 저렴한 곳을 찾아 예약했다. 오랜만의 해외여행이라 그런지 벌써부터 설렌다.    


퇴사 이후에 계획했던 것들이 몇 가지 있었다.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것과 중남미 여행을 위한 스페인어 공부, 또 몇 가지 배워보고 싶었던 것들을 하려고 했다. 무턱대고 너무 놀지 않으려고 세웠던 계획들이다. 하지만 그 계획들이 또 다른 부담이 되지 않도록 적당히 하려고 한다. 시험을 볼 것도 아니고, 대회에 나갈 것도 아니니 이제는 즐기면서 재미로 해야겠다. 무의미한 하루를 보내는 게 지금 나에게는 역으로 의미 있는 일이다.


퇴사 이후의 일상이 하찮고 보잘것없는 것들로 채워지고 있다. 그래서 좋다.

매거진의 이전글 마지막 인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