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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니 완 Nov 28. 2020

방법은 달라도 모두 자녀사랑이었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싸우는 모습을 잘 볼 수 없었다. 부유하지는 않았지만 아버지는 엄마를, 엄마는 아버지를  나쁘게 이야기하지 않고 서로 존중하고 인정해주는 모습을 자주 보았다.  또한 엄마는 조부모님을 정성스럽게 모셨고 아버지는 때로 엄할 때도 있었지만 우리에게 한없이 자상하신 분이라 5남매 모두가 부모님을 존경했고 나는 그런 부모님처럼 살고 싶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부모님이 갈등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되었다. 갈등이라기보다는 엄마의 일방적인 공격이라고 하는 것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엄마의 말투가 퉁명스럽고 비난 섞인 말을 할 뿐 아니라 아버지를 대하는 눈빛이 때로는 경멸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 반면 아버지는 엄마의 비난을 들으면서 방어도 하지 않고 듣고만 있는 모습을 보며 예전과 달라진 부모님의 태도가 낯설기도 하고 우리가 모르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했다.  

  

 ‘엄마! 아빠에게 말을 왜 그렇게 밉게 해, 아빠한테 말 예쁘게 하면 안 돼’

 라고 부탁도 하고 아빠에게 그렇게 대하는 것을 묻기도 했는데 이럴 때면 엄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동안 너무  바쁘다는 이유로 큰 딸이면서 부모님의 마음도 동생들의 마음도 살피지 못한 채 살았다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도 있고, 부모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하기도 해서 여동생들에게 부모님과의 여행을 제안했고 동생들이 동의해 부모님과 세 딸이 함께하는 여행을 하게 되었다.


  전남 신안에 엘도라도에 도착해 주변 경치를 둘러보고 저녁을 먹고 난 후

  ‘엄마! 아빠가 왜 그렇게 미워’, 

  ‘엄마가 아빠를 대하는 것이 예전과 많이 달라서 당황스러울 때가 있어' 

라며 부모님에게 말을 걸었을 때 엄마는 아무 말없이 듣기만 하는데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아빠가 잘못한 것이 많아서 그렇지, 아빠 때문에 속상해서 엄마가 아빠한테 그렇게 하는 거야’

  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 세 자매는 당황했다. 

  ‘아빠가 엄마에게 뭘 잘못했는데...’  

   라고 물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아버지는 엄마를 잘 챙기실 뿐 아니라 엄마와 잘 지내는 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아버지가 잘못했다는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공무원이셨던 아버지는 퇴직 후 퇴직금을 절반은 연금으로 받고 절반은 주식에 투자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버지가 한 주식투자가 실패하게 되었고 엄마가 이제는 그만하라는 말을 했는데도 아버지는 집을 담보로 대출까지 받아가며 엄마 모르게 주식을 하셨던 것이다. 대출까지 받아가며 주식투자를 하는 것을 알게 된 엄마가 자녀들이 준 용돈을 모아 놓았는데 그 돈으로 대출금 일부를 갚아주었다고 한다. 


 하지만 아버지가 최근까지 엄마 모르게 주식투자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아빠가 정말 미웠다고 했다.

   엄마는

   '너희들을 풍족하게 키우지 못했는데 아빠가 주식 투자해서 잘 안되면 너희들에게 빚을 남겨주게 될까 봐 속상하고 화가 났다'

  는 말에 아버지는

  '너희들에게 지금까지 해 준 것이 없잖아, 그래서 주식투자로 몇천만 원이라도 벌면 너희들에게 다만 얼마씩이라도 남겨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주식투자를 했다'라고 하셨다.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한 푼이라도 재산을 남겨주고 싶어 주식투자를 했고, 엄마는 엄마대로 그동안 자녀들을 풍족하게 키우지 못했는데 재산은 물려주지 못해도 빛까지 남겨주면 안 된다는 생각에 자녀들을 생각하는 부모님의 두 마음이 갈등했던 것이다.


   부모님은 서로 다른 생각에 갈등하면서도 막내아들 내외와 함께 살다 보니 아들, 며느리, 손자녀들 앞에서는  참느라 감정을 표현하지 못했고 두 분이 따로 살게 되면서 아버지를 향한 엄마의 강한 비난이 시작된 것이다.

 

  자주 볼 수 없었던 부모의 갈등에 우리들은 매우 불편했고 무슨 일인가  궁금하기도 했었는데 두 분의 생각을 들으며 부모님을 이해하게 되어

  '아빠, 엄마, 우리는 엄마, 아빠 마음 다 알아,

 ' 돈을 물려주는 것도 좋지만 모두 나름대로 살고 있잖아. 그러니 지금까지 서로 챙기며 다정한 모습을 보이신 것처럼 앞으로도 두 분이 서로 챙기고 존중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더 좋아'

 라고 말했다.

   이때 아버지가 딸들 앞에서 다시는 주식투자하지 않겠다는 말을 했고 엄마가 안도의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며 아버지가 그동안 참아 준 엄마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전하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딸 셋은 부모님이 성실하게 서로를 챙기며 살아온 것을 알기에 두 분이 서로를 비난했던 상황도 이해가 되고 자녀를 사랑하는 방법은 달랐지만 자신들처럼 가난하게 살지 않았으면 하는 자녀 사랑임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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