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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접시 Aug 06. 2022

낯이 두꺼워질 우리에게

비밀이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지만 숨기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가까운 사람에게 고리대금 업자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순진하게도 책이나 영화에 나오는 오래가는 사랑을 꿈꾸었습니다. 21살에 만난 남자를 달을 사랑하듯 그 자리에서 차고 기우는 것만 바라봐도 좋았습니다. 가끔 구름에 가려 볼 수 없는 날은 무슨 일이 난 것인 양 초조하고 속상해했습니다. 달에게 엄마가 없는 것도 안 됐다 생각하고, 추운 겨울날 맨살을 드리운 달이 안타깝게도 느껴졌습니다. 그 마음이 달에게도 전해졌는지 하늘이 도왔는지 달과 결혼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멀리 바라보던 우주에서 온 달님을 살며 사랑하는 것은 상상보다 어렵습니다.

빨래를 개서 넣어 두는 일,  밥 먹을 때 오락하지 않고 상대방이 밥 먹기를 기다려주는 일, 내가 멀리 갔을 때는 안부를 물어봐주는 일, 출근 전에 사라지지 않고 인사하고 가는 일,  나들이 갔을 때는 풍경만 찍지 말고 부인을 성의 있게 사진 찍어 주기, 생일날 케이크를 사 오고 축하한다 말하는 일,.... 반복해서 가르쳐 주었지만 쉽게 나아지지 않습니다.


바라만 보던 사랑과 부딪히고 살아가는 현실은

다르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얄팍한 내 마음을 바라보는 것도 시시하고 부끄럽습니다.

사랑이 오래가기는커녕 시들어 버려 되살리기 어렵기 전에 받아내기로 했습니다. 저금하듯 하루에 한 번은 '예쁘다 '라고 말해달라고 했습니다. 예쁘지 않은 나도, 말해야만 하는 달 사람도 낯부끄럽기는 매한가지입니다. 어쩌겠습니까? 아직 남은 인생을 미워하지 않고 함께 가려고 매일매일 꼭 받아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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