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한진희/2020한국시간 새벽 3시 반
폴란드 시간 오후 9시 반
나는 오늘에 있고 남편은 어제에 있는 시간이다.
두 번 정도 벨이 울리고 전화가 끊어졌다.
얼른 일어나 전화를 확인해보니
전화를 잃어버리고 통화도 할 수 없어
컴퓨터로 톡을 남겼다.
출장 간 남편은 폴란드에서 전화는 잃어버리고, 이는 아파 병원에 갔는데 상담직원도 폴란드어밖에 쓸 줄 모른다고 구박을 받고.. 전화기도 없어 진땀 빼며 손짓 발짓하고 겨우겨우 예약을 하고 왔다고 했다.
대학교 때 내가 쫄쫄 따라다니던 하늘 같은 예비역 선배님은 없고, 무슨 일이 있어서 편들어 줘야 하는 아주 작아진 남편이 있었다.
내가 문자 다섯 개쯤 보내면 짧은 답 하나 보낼까 말까 하는 이 가 장문의 톡으로 하소연을 한다는 건 많이 힘들다는 거다.
옆에 있었음 정신 단디 차리라고 등짝 한 대 때렸을지도 모른다.
먼 나라에서 식은땀 한 바가지 흘린 남편에게
걱정 말라며 내가 왜 있겠냐며 ' 혹시 폴란드 들어가는 회사 사람 있냐고 물으니 다음날 들어오는 사람이 있단다
내가 그분께 공폰이랑 겨울잠바 하나 보낼 테니 걱정 말라했다.
사실 난 동네 운전만 겨우 할 줄 안다. 남편의 회사는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아주 먼 곳이다. 결국 나보다 조금 더 운전 잘하는 동생이랑 내비게이션 잘 보는 아빠랑 조를 짜서 미안한 맘을 편의점에서 산 커피와 함께 전해주고 왔다.
나 왜 남편에게 관대한지 모르겠다. 결혼해 삼 년은 무뚝뚝한 남편이 진짜 많이 미웠다. 삼 년쯤 지나 보니 안쓰러운 맘이 더 많이 생겼다.
이번 생엔 진짜 나쁜 짓만 안 하면 남편을 구석으로 몰지 않고 응원해주기로 마음먹었다.
신기하게도 그런 맘먹고 남편이 조금씩 착해지고 있다
온 우주가 남편이 나에게 미안하도록
핸드폰을 잃어버리게 한 것이다. 풋 ~
이렇게 생각해야 덜 쓰라린 생각이 들어서 엉뚱한 상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