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과시간

by 그림접시

도서관 그림책 수업시간에 한 분이 쿠키를 싸오셨다.
삐삐가 먹었다는 생강과자라는 말에 염치 불고하고 남은 쿠키와 과자곽까지 달라고 했다.
둘째가 태어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도서모임에 가서 동화책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을 읽고 삐삐를 좋아하던 어린 나를 만나 엄청 좋아했다. 어느새 주인공 비읍이의 엄마처럼 책 서너 장만 읽으면 졸때가 많은 어른이 되어 슬펐지만, 그래도 아직 한 구석에 비읍이 같은 소녀를 오랜만에 만나 신이 났다.

삐삐를 다시 찾아 읽어봤다.
<삐삐는 마당에서 낡고 녹슨 물뿌리개로 이제 몇 송이 남지 않은 꽃들에게 물을 주고 있었다. 그날은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고 있던 날이라 토미는 왜 물을 주느냐고 삐삐한테 물었다.
삐삐가 지겹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거야 네 생각이지. 난 밤새도록 깨어 있었어.
오늘 아침에 일어나 꽃들에게 물을 주면 얼마나 재미있을까를 생각하느라고 말이야. 그러니까 비가 조금
내린다고 해서 포기할 순 없어." ㅋㅋㅋㅋ>
이 대목에서는 내가 쪼금 삐삐 같았고

<설탕 그릇을 들고 그 안에 든 각설탕을 모조리 마루에
쏟고 말았다. 삐삐가 소리쳤다. "어머나 세상에! 내가 지금 무슨 일을 저지른 거지? 어쩌다 이런 실수를 하게 됐을까? 난 가루 설탕인 줄 알았는데 오늘은 정말 운이 없는 날이야." 그러고 나서 다른 설탕 그릇에서 숟가락을
꺼내더니, 가루 설탕을 마루에 뿌리기 시작했다. ㅜㅜ>
이 대목에서는 세테르그렌 부인(토미와 아니카 엄마)의 맘을 백번도 넘게 이해가 갔다.
오히려 나였음 더 크게 화를 냈을지도 모른다.

아무리 얌전했던 사람들도 어릴 땐 내 안의 삐삐가 일었을 것이다. 어릴 때 삐삐 짓을 안 하면 커서라도
요람에 가기 전까지는 분명 삐삐 짓을 할지 모른다.

우리 집 삐삐들에게 어제는 말 안 듣는다고 버럭 했는데 좀 덜해야겠단 생각이 든다.

20201027_100044.jpg 일러스트/그림접시/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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