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 차회

by 그림접시


차.jpg 일러스트/그림접시2020


예전에 한국미술사와 한국화를 함께 배운 적이 있었다. 그 당시 썼던 종이에 먹을 갈아 느린 그림을 그리고,

배접도 직접 해보면서 이론을 배우니 너무 재미났다.
나의 선생님은 수업시간마다 나뭇잎 같은 귀한 차(숙차)를 꼭 내어주셨다. 그럴 땐 정말 조선시대의 누군가가 된 거 같았다. 선생님은 조선시대 정승집의 학식과 교양이 풍부한 딸이었고, 나는 평민이나 몸종이었을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우연한 기회로 그림도 배우고 글도 배우고 하나씩 세상에 눈을 떠가는 느낌이었다. 가끔씩 귀한 붓이나 물감도 빌려주심 열하에서 갖고 오신 거냐고 농을 했다 ㅋ스승님께 나의 상상을 이야기해 드리니 깔깔 웃으셨다. (선생님은 양반이었어도 상민, 종 가리지 않고 따뜻하게 대했을 것 같은 분이다.)
난 옛 그림을 볼 때마다 그림 구석에 차를 끓이는 시종, 문밖에서 나귀를 잡고 양반을 기다리는 시종, 무거운 짐 들고 따라가는 시종들에게 마음이 훌쩍 간다.
귀한 그림도 글도 그들 덕에 볼 수 있는 것 같은데 그들의 이름도 누군지도 알 수 없는 것도 왠지 아쉽고 짠하다.




정선 그림의 한 부분/ 차끓이는 시종

어제는 벼르고 벼르다 묵언 월요 차회에 아는 지인을 따라갔다. 갑자기 난 또 혼자 조선시대로 들어간 느낌^^
청나라에서 온 진귀한 차와 다기가 사방을 둘러 쌓여 있었다.
뭔가 홀린 하게 차 예사님이 차를 내려 주신 것을 주는 대로
다 받아먹다 입천장이 홀랑 데었다.
뜨거운 차를 마시고 등줄기에 땀이 훅 나오니
사우나를 다녀온 것 마냥 시원하고 좋았다.

전생에는 부채를 부치고 차를 끓이기만 하고 마시지는 못했는데
2020년에는 내가 차를 안 끓이고 탁상에 앉아
차를 마실수 있는 기쁨을 누리고 왔다
그러니 이번 생은 얼마나 성공한 것인가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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