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가 울렸다. '지금 잠깐 만나면 안돼니? '
지금은 당장은 안돼고 조금 이따 보자고 했다.
먼저 언니에게 달짝지근한 슈퍼에서 산 카페라테를 한잔 내밀었다.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딸아이 시험이 망했는데
실망감, 허무함 여러 가지 맘이 들어 집에 있다가는
딸과 안 좋을 거 같아 나와야겠다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중학교 입학하고 학적부에 기록하는 첫 번째 시험이다.
유치원, 초등학교를 지나 처음으로 평가받아 앞으로 공부할 건지 판가름하는 시험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 속상한 맘이 확 올라왔다고 한다.
난 아직 아이가 초등학생이라 완전히는 모르지만 고학년이 되고 나니 완전 공감이 간다.
공부하는데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고 이야기 들었다.
할아버지의 재력과 엄마의 정보력 아이의 실력이 함께
뛰어야지 좋은 성적을 받고 좋은 학교에 입학이 보장된다고도 한다.
재물도 정보력도 없는 나는 넋 빠진 채 바라보다
걱정도 됐다 아이만 믿는다고 했다가 뭐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했다가 이러지 저러지도 못하는 나로서는 그냥 들어주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 이야기해줄 수 있는 건 당장은 위로가 안될지 모른다.
내가 오랫동안 봐온 그 아이는 신기하고 대단한 아이였다.
2-3년 전인가 언니가 바빠서 우리 집에 밥만 챙겨주라며 하루 맡긴 적이 있었다. 내가 엄청 바쁘게 음식을 하고 있으니 조용히 와서 내게 '도와줄 거 없나요? 당근 정도는 제가 손질할 수 있다고 했다.
정말 기특해서 놀랐다. 얼마 전에는 내가 잠깐 놀러 갔을 때
시키지 않아도 (엄마는 이런 것 하지 말고 공부하길 바랬을지도 ^^)
감자를 강판에 갈아 바삭하게 구운 감자 부침개와 딸기 셰이크를 만들어 센스 있게 갖다 줘서 깜짝 놀랐다.
엄마 생일엔 미역국을 초등학교 4- 5학년 때부터 끓여주는 아이였다고 한다.
살아가는데 제일 중요한 걸 아는 아이인데 어찌 빛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분명 빛날 수밖에 없다.
일러스트/그림접시/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