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을 만나는 건 한 우주를 만나는 일
시골에 살아 행복한 의사 이야기
아들은 취준생(취업준비생)이다. 한창 여기저기 면접을 봐야 하는 시기인데 코로나로 인해 공고도 별로 없고 인원도 많이 안 뽑는다.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를 하고 있는데 가는 데마다 실망스러운 얼굴이다. 채용되기가 어려워서보다는 떼거지로 몰려드는 지원자 앞에 회사는 갑 중에서도 슈퍼 갑이기 때문이다. 면접관들도 가지고 있지 않은 자질과 능력, 헌신성을 신입사원에게 요구한다. 채용공고가 떴으니 가볼까 하고 지원하는 건데 마치 그 회사를 평소에 가고 싶어서 준비를 했다고 하는 사람을 원하는 분위기 등등도 불편하다. 그 일을 하는데 필요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선발하면 될 터인데 그다지 필요하지 않아 보이는 여러 가지를 물어보고 평가하려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단다. 좋게 말하면 자신을 포장하는 걸 싫어하는, 나쁘게 말하면 무미건조하고 팩트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아들의 성격다운 말이다.
“근데 회사에 필요한 능력을 가진 애들은 널렸잖아. 좀 더 성격도 좋고 헌신성 있는 사람을 뽑으려는 거지”
“그렇긴 하지.”
“엄마는 50이 있으면 80이 있다고 할 사람이지만 너는 50이 있으면 20밖에 없다고 하는 사람이니 오래 사귄 사람들은 너를 알겠지만 면접관들이 너를 어떻게 알겠어. 50이라도 잘 알려봐.”
“맞는 말이긴 해. 하지만 나랑은 안 맞아.”
사실 이렇게 아이들이 갈 곳이 없어지게 만든 게 기성세대가 이 아이들에게 미안해야 하는 것인데 그걸 빌미로 기성세대는 갑질을 한다. 순간 찔림이 있다. 나는 우리 조합에 들어오는 실무자를 선발할 때 어떤 마음이었던 걸까 반성을 해본다.
안성의료협동조합에서는 사람을 선발할 때 이사장과 인사위원회에 속하는 이사들, 전무와 행정담당자, 그리고 해당 기관의 기관장, 같이 일하게 될 실무자가 함께 면접에 임한다. 그러다 보니 면접관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어느 실무자는 들어올 때 면접관이 많은 데 놀라서 ‘어? 급여가 요만큼이라 들었는데 훨씬 많았던가?’하고 속으로 생각했다는 일화도 있다. 여러 사람이 동등하게 점수를 매겨 최고점과 최저점은 버리고 합산하여 정하는데 조합원은 3점을 더 준다. 동점인 경우에는 함께 일할 실무자가 선호하는 사람으로 정한다. 원장이 추천하는 사람이었지만 함께 일할 실무자의 반대로 떨어진 사람도 있다.
최대한 민주적이고 합리적으로 정하려 하지만 지원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눈빛이 날카로워진 적이 많았음을 인정한다. 우리 조합은 이러한 곳이니 헌신적으로 일했으면 좋겠다는 언질까지도 갑질이었음을 반성한다. 조합을 함께 만들어갈 한 사람을 만나는 건 한 우주를 만나는 일이라는 걸 잊지 말아야지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