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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꺼실이 Jan 05. 2021

또 하나의 친정

시골에 살아 행복한 의사 이야기

남편인 이인동 원장은 새로 지을 안성의료협동조합의 9층 건물 조감도를 보여주며 설명을 하고 있다. “9층은 조합원의 활동 공간으로 지어져요. 평소엔 작은 공간으로 나누어 쓰다가 필요할 때는 큰 공간으로 사용할 거여요. 이제 대의원 총회 여기에서 할 수 있어요. 다른 공간 빌려서 하느라 힘들었거든요. 직원 식당은 전면 유리로 해서 전망 좋게 하려 했는데 기둥이 가리게 되었어요. 좋은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기독청년 의료인회 회원 10여 명이 들꽃 피는 마을 회관에 앉아서 열심히 듣고 있다. 27년 만에 건물을 짓는 게 자신의 일인 듯 기뻐하며 도울 방법을 찾는다.  

     

 처음으로 의료협동조합을 꿈꾸던 시절. 그렇게 어려운 걸 왜 하려 하느냐, 돈이 있는 곳엔 싸움이 있다, 병원에 '농민' 자 붙이면 망한다, 그 월급 받고 얼마나 버틸 수 있겠냐 말도 많이 들었지만 처음부터 나의 일로 생각하고 기뻐하며 고마워하고 지지해 준 사람들이 있다. 대학시절 기독학생회가 모태가 되었던 기독청년 의료인회이다. 나중에 들어온 사람도 있지만 학생 때부터 만나온 사람들이 많으니 30년 이상 된 지인들이다.

     

 시골에 살고 있어 자주 참여하지 못하고 일 년에 한 번 수련회에 참가하지만 친정에 온 것 같은 푸근함을 느끼는 공동체다. 이 길이 맞나 헷갈릴 때 비전을 함께 하고 지칠 때 안식을 주며 언제나 풍성한 마음의 양식을 제공받는 곳이다. 이 중에는 그거 참 좋은 일이니 나도 하자고 뛰어들어 많은 기여를 해주시는 분도 여럿 있다. 재작년에는 의료협동조합에서 일할 의사들 양성하는 데 쓰라고 거액을 모아서 투척해 주기까지 하셨다.

     

 이제 나이 들어 좀 편하게 살고 싶은 때인데도 불편한 장소에서 먹고 자고 하면서도 마냥 즐거워한다. 들꽃 피는 마을의 구부구불한 길을 보고도 감탄한다. 늘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나누며 또다시 새로운 비전을 공유하는 이들은 얼마나 소중한 분들인지. 누구에게나 이런 친정이 있다면 얼마나 멋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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