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안드레아 Jul 28. 2020

나인 투 식스, 그 밖의 삶을 꿈꾼다

조금 더 행복하고 싶은 나의 이야기

안정적 돈벌이. 어쩌면 이것을 이뤄야만 한다는 것이 나에겐 당연했는지도 모르겠다.

'정도'를 벗어나는 것이 큰 죄 같아서, 아니면 그것이 조금은 두려워서, 걸어가지 못한 영역들을 뒤로한 채, 

평범하게, 무탈하게 살았는지도 모른다. 

그 평범한 길의 끝에는 달콤한 성공이, 더 나은 하루가, 그러니까 ‘행복’이라는 놈이 기다리고 있어야만 했다. 그것만 믿고 걸어온 만큼 꼭 그래야만 했다.

그동안의 노고에 대한 보상과도 같았던 합격 통지서와 안정적인 직장의 하루가 그리 달지 만은 않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난 행복해야만 했다. 행복하지 않으면 안 됐다.


그런 날이 있다. 날 싫어하는 상사의 꼬투리에, 내가 저지르지 않은 실수에 대한 지적 때문에, 

아니면 아무 이유 없이 사무실 안에 갇혀 있는 그 자체가, 그 하루가 몹시도 견디기 힘든 날이 있다.

그런 날은 해가 저물어 어둑해진 하늘 아래 터벅터벅 귀갓길에 오를 때면 

어깨에 얹힌 삶의 무게가 더욱더 가혹하게 느껴졌다. 

얹힌 자리가 욱신거린다.

사무실 안의 공간은 날이 서 있었고, 무거운 공기는 서로를 멀게 하는 듯했다. 

아니면 저들은 그대로인데 나 혼자 멀어지고 싶어 졌는지도 모르겠다.

톱니바퀴처럼 도는 시스템 안에서 아등바등하며 우리들끼리 멀어지고 우리들끼리 상처를 준다. 

이상하게도 그 상처들을 온전히 견뎌야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우리였다.

그래서 언제부터인지 싫었다. 그렇게나 밟고 싶던 회사 건물의 로비도. 사무실 문을 열기 전 나오던 한숨도. 그곳에서 보내야만 하는 ‘나인 투 식스’가. 


“행복해?” 

라는 질문에 '응'이라는 대답이 쉽사리 떨어지지 않는다.



어쩌면 내가 걸어온 ‘정도’의 중간 즈음에 회사가 있는지도 모른다. 

조금 다른 길로 접어드는 것이 두려운 겁쟁이인 내가 그저 모두의 삶은 이런 것이라고 단정 지으며 

그 조금 다른 길을 애써 외면하며 살아왔는지도 모르겠다.

남들의 시선에 매몰될 필요 없이 나의 행복이 사무실 밖 그 어딘가에 있다면, 

오후 6시 이후 그 언저리에만 존재한다면, 난 마침내 조금은 다른 삶을 꿈꾸고 싶다. 

33년 정답이라고 생각해 왔던 그 길을 나 자신이 조금은 벗어나길 바란다.

내가 행복할 수 있는 순간이 오로지 ‘식스 투 투웰브’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이 분명해지자, 

나는 다른 경로로 발버둥 치기 시작했다. 영어 공부, 자격증 공부, 사업 구상. 

하지만 회사 밖 삶을 찾기 위한 이 과정들 속에서 뚜렷하게 나의 회사 밖 삶을 이끌어 줄 실크로드는 없다.

눈 앞의 두려움들이 나를 이 길 안에 가둬 둔다. 

당장 대출이자를 내지 못하게 될까 봐, 당장 생활비가 없어 막막해 질까 봐, 

내가 지금보다 더 행복한 삶을 살지 못하게 될까 봐, 

나는 오늘도 오전 9시에 어김없이 회사 문을 넘어간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진짜 잘 모르겠다.


행복하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과정에서 오는 괴로움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편안함보다 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이에겐 행복일까? 

누군가에게 가진 것 없어 보이는 그의 하루가 

그에겐 그저 누리고, 영위하고, 행복하기만 하면 되는 현실이라면 그 또한 행복일까?

난 어쩌면 항상 이 평범하고 무탈한 ‘바른 길’로부터 

얼핏 얼핏 보이는 꾸불꾸불한 다른 이들의 삶의 길로 넘어가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한 걸음씩 조금씩 무언가를 해보면서 내가 나 자신의 삶을 단정 짓지 않기를 바란다.



나는 조금 더 행복하련다. 나는 그렇게 하기로 결정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