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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안드레아 Jul 28. 2023

생계형 직장인, 전문직을 꿈꾸다
-노무사 도전기 4

꽤 많은 것을 걸게 된 2023년 5월 27일

노무사는 매년 300여 명의 합격생을 배출하던 시험인데, 다른 전문직 시험과 마찬가지로 노무사 시험에 대한 인기가 점점 높아지다 보니 응시자와 실력자가 늘어나면서 내가 공부를 시작한 전년도인 2022년도에 사상 최다인 500여 명의 합격자가 나오게 되었다. 

그러면서, 합격자 수를 조정하기 위해 시험 주최 측인 산업인력공단은 방안을 강구해야 했고 어쩔 수 없이 올해 시험부터 난이도가 올라갈 것이라는 예상이 이어졌다. 

게다가 5과목 각 25문제로 진행되어 오던 1차 시험의 문항 수를 2024년부터 각 40문제로 확대하는 규정으로의 변경이 발표되었다. 25문제에서 40문제로 늘어난다는 것은 강사님들의 말씀으로는 기존에 출제되지 않았던 범위에서 15문제 비율로 늘어날 것이다. 

즉, 커버해야 하는 범위가 많아진다는 의미였다. 


시험공부를 결심한 지 1달 채 안되었는데, 두 달 남은 올해 1차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다면 내년에 변경된 규정으로 넓어진 범위의 시험을 볼 수밖에 없었다. 안팎의 상황은 점점 안 좋게 흘러갔으나, 25문제 체제의 마지막 시험으로 끝내고 싶은 마음과 막상 시간을 할애하여 공부를 하다 보니 승부를 보고 싶다는 욕심이 이상하게도 점점 커져갔다. 

시험 응시 사실을 알고 있던 아내와 일부 친구들에게는 여전히 내년을 노리고 공부하는 척했지만 속으로는 여차하면 올해 끝내고 싶다는 목표가 샘솟고 있었다.


그 무렵, 업무 강도는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강해지고 있었고 업무 스트레스도 상당했다. 주말에도 독서실에서 공부하던 와중에 연락이 와 업무를 쳐내야 하는 날이 많아졌다. 

애초에 내 선택으로 하는 공부와는 별개로 업무는 업무대로 최선을 다해서 해야 한다는 마음이었기 때문에, 시간과 에너지, 그리고 관심을 업무에 쏟을 수밖에 없었고 몸과 마음이 지쳐갔다. 

그 시점 재직하던 세 번째 회사를 입사한 지 1년이 넘어가고 있었고, 런칭은 4월 말로 예정되어 있었다. 


공부를 하고자 결심한 시점이 참으로 얄궂게도 두 가지를 도저히 병행할 수 없는 시기였다. 그렇기 때문에 원래 계획대로 일단 업무에 집중하여 내년 시험을 목표로 천천히 갈지, 런칭이 끝난 4월 말까지 근무하고 단호하게 퇴사를 할지 결단을 내려야 했다. 

고민이 짙어지던 그때 런칭이 5월 중순에서 말까지로 지연될 수 있는 가능성이 점점 커져갔고 그렇다면 그것은 올해 시험은 물 건너간다는 것을 의미했다. 길지는 않았지만 재직기간이 퇴직금이 나오는 1년을 이미 넘은 시점이었고, 추후 이직하려면 할 수도 있어 보였다. 

무슨 욕심이 그렇게 들었는지 모르겠으나, 결국 3월 말, 런칭이 예정된 4월 말까지 근무 후 퇴사한다는 의견을 회사에 전달했다. 


회사 내에서 내 할 것 열심히 하고, 

5월 한 달이라도 full로 공부하여 이번 시험을 비벼보자, 

그리고 5월 이후 이직 어디든 갈 데 없겠나? 

그것이 나의 생각이었다.



밥벌이를 이렇게 쉽게도 여러 번 내던지는 것이, 무모한가? 

우리는 때때로 무모해 보이는 선택을 내리기도 하지 않는가. 



정확하게는, 고작 1달 공부해 본, 그것도 최종 2차도 아닌, 지나가는 관문인 1차 시험 하나를 위해서 밥벌이를 내던진 선택을 한 것은 아니었다. 애초에 업계 특성상 1년의 재직 기간 이후 이직이 그렇게 특이한 케이스도 아니었고, 전임자들도 1년만 채우고 이직한 사례도 많았기에 공부와 이직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일정으로 세팅하고자 함이었지, 경제적 활동을 내던지고 꿈만을 좇은 결정은 아니었다. 하지만 시험이 5월에 있었기에 조금 더 퇴사의 의지가 강해진 것은 사실이었다. 


어찌 됐던, 결국 나는 또다시 퇴사를 선택했다. 남들이 보기에는 무모한 결단을 내렸던 것이다.



상사의 성향과 바쁜 시기의 특성상 나의 퇴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도 있었기에, 이직이 아닌 시험 도전을 퇴사 사유로 솔직하게 내걸고, 시험공부 시간을 한 달이라도 확보하기 위해 기존 런칭 시점인 4월 말로 퇴사 시점을 회사와 합의했다. 인생이 걸렸는데 어쩌겠냐는 다소 과장된 표현을 빌리시며 회사도 4월 말로 시점을 감사하게도 확정해 주었다. 


4월도 3월과 같이 괴로운 나날들이 이어졌다. 런칭이 가까워질수록 업무 강도와 스트레스는 나날이 증가했고 그럼에도 4월 내에 최소한 전 과목 범위라도 한 번은 보자는 목표로 공부도 병행했으나 결국 퇴사 시점까지 다 끝내지 못했다.


그렇게 나는 3번째 퇴사를 했다. 


그렇게 5월이 찾아왔고 운명의 한 달만이 나에게 남아 있었는데, 

그렇게 맞이한 5월은 꽤 과감한 선택을 내리고 시험을 맞이하기에는, 그걸 ‘운명’이라고 부르기에는, 

준비된 것이 너무나 빈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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