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인이 결혼을 했다.
부족한 주머니를 만지작이며
꽃집 앞을 서성이던 그 시절의 소년들
지금은 어디 가고 없지만 나는 그리워서
5월의 장미를 그림으로 기억해 두려고
여전히 아름다운지
민규가 결혼을 했다.
이십 대가 발산하는 생명력은 너무나 강렬해 마치 이 젊음이 영원할 것만 같은 착각에 빠지곤 한다. 이미 서른이 넘은 지 몇 해가 지났는데도, 어느새 내 청춘이 꽤나 흘러 버렸다는 사실을, 나는 민규의 결혼식 날이 되어서야 비로소 실감했다. 누군가는 청춘이 몸이 아닌 마음의 상태라 위안하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비루한 위안에 지나지 않는다.
이십 대의 나는 현재보다 미래를 선택하는 사람이었다. 언제나 마음보다 머리를 따르는 사람이기를 스스로 바랐다. 마지막은 대개 지나치게 이성적이었고 지나치게 냉정했다. 후회도 미련도 없었다. 그래서 어쩌면 나는 사랑이 부족한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안타깝고 이기적 이게도 나는 여전히 미래를 택하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가끔은 꽃집 앞을 한없이 서성이던 그 시절의 내가 그리워서, 이제는 쳐다보지도 않는 그때의 흔적들을 차마 지우지 못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여전히 아름다운지.